추석명절 고향의 어머님을 찾아 뵙시다.
 곽봉호
 2003-09-06 09:53:12  |   조회: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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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들 셋을 두고도 늘그막에 자녀들과 따로 살게 되었다.
어릴 때는 그토록 착하고 효성스럽기 짝이 없던 아들들이...
이제는 며느리한테 꼭 쥐여 분가 할 것을 주장하자(나쁜 아들...며느리.."흥")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서로 따로 사는게 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식들은 처음에는 1주일이 멀다 하고 우르르 손자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녀를 찾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손자들이 보고싶어 잠깐 들르라는 전화를 해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는 일이 잦았다.

그러자 그녀는 노년의 외로움이라도 달래려는 듯 보석이나 장신구 따위의패물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런 그녀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돈 달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값비싼 보석들을 사모으는데야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 며느리들이 다 모이면 으레 그 패물들을 며느리들이 보는 앞에 꺼내놓고 손질을 하곤 했다.
자호박이니 비취니 루비니 하는 따위의 보석들을 호호 입김까지 불어가며닦기도 하고 몸에 한번 걸쳐 보기도 했다.

그러자 며느리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녀를 찾는 횟수도 잦아졌을 뿐만 아니라 서로 돈을 갹출해서 보약을 지어오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며느리들에게 이런저런 작은 패물들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크게 득병한 일도 없이 갑자기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누구보다도 며느리들이 슬피 울었다. 문상 온 사람들이 "이 집엔 다들 효부를 두었다."는 말들을 하고 돌아갔다.

그녀의 남편은 장례를 치르고 나서 이것저것 아내의 유품을 정리했다.
결국 아내가 사모은 패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는 생전의 아내가 자기 분신처럼 아끼던 물건들을 며느리들이 잘 간직해 주기를 바랐으나 어떻게 나누어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패물의 종류와 값이 다 달라 세 며느리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기가 어려웠다.
세 며느리 또한 서로 비싼 물건을 갖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세 며느리를 불러 앉혀놓고 말했다.

"내가 이걸 갖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며느리인 너희들에게 주고 싶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모르겠구나...너희들 셋이서 잘 의논해서 정해 보아라."

며느리들은 곧 의논을 하고 돌아왔다.
큰며느리가 며느리들을 대표해서 입을 열었다.

"패물을 몽땅 팔아서...그걸 현금으로 똑같이 셋으로 나누어 주세요."
"허허, 그게 진정으로 하는 말이냐?"
"네."(기가 차고 황당한 일이다...바보)

그것은 그가 가장 바라지 않았던 결론이었다.

"고얀 것들, 시에미 패물을 그저 돈으로밖에 안 보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언짢았다.
그렇지만 그는 시아버지로서 며느리들에게 한말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그 길로 보석상을 찾았다.

중년의 보석상 주인이 이리저리 아내의 패물들을 살펴보더니... 잔뜩 이맛살을 찌푸렸다.

"할아버지, 이거 어디에서 사신 겁니까?"
"내가 산 게 아니네...죽은 내 마누라가 산 걸세."
"할아버지...이 물건들은 모두 가짭니다. 저는 혹시 할아버지가 속아서 사셨나 했습니다."

순간, 그는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 울컥 어떤 서러움 같은 것이 치솟아올랐다.
죽은 아내가 왜 그토록 패물을 사모았는지 그제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003-09-06 09:53:12
211.xxx.xxx.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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