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고기 먹는 것까지 안달할 까닭은 없다
 곽봉호
 2003-08-28 08:00:23  |   조회: 428
첨부파일 : -
餘地

人足所履, 不過數寸. 然而咫尺之途, 必顚蹶於崖岸,
拱把之梁, 每沈溺於川谷者, 何哉? 爲其旁無餘地故也.
君子之立己, 抑亦如之. 至誠之言, 人未能信, 至潔之行,
物或致疑, 皆由言行聲名, 無餘地也.

사람이 발로 딛는 것은 몇 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운 길인데도 언덕에서는 엎어지거나 자빠지고,
좁은 다리에서 시냇물에 빠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 곁에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신을 세우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지성스런 말인데도 사람들이 능히 믿지 못하고,
지극히 고결한 행실임에도 사물에게서 혹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모두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윗 글은 남북조 시대 顔之推의 《顔氏家訓》 제 10, 〈名實〉 편에 나오는 말이다.
餘地, 즉 남는 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곧 품이 넉넉해야 한다는 뜻이다.
막상 발이 점유하는 것은 아주 작지만, 그렇다고 그만한 너비로 다리를 만들면 물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내가 옳고 바른데도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 행동이 너무 각박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를 가끔 본다.
하지만 옆 사람들은 대개 그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자신이 옳다는 그 확신이 지나쳐서 자꾸 가까운 사람을 들볶기 때문이다.


내가 벼슬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해서 벼슬에 몸 담은 모든 사람을 속물 취급한다.
내가 술을 끊었다고, 술 많은 먹는 사람을 알콜 중독자처럼 본다.
내가 채식주의자인 것이야 나쁠게 없지만 다른 사람이 고기 먹는 것까지 안달할 까닭은 없다.
내가 붉은 색을 좋아한다고 파란 색 좋아하는 사람의 시각을 탓해서는 아니된다.
사람들은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자기 일을 자기 기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괜찮지만, 남의 일도 그렇게 하니 문제가 생긴다.
2003-08-28 08: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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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마을 2003-08-29 12:50:05 210.xxx.xxx.68
곽봉호선생님. 좋은글 항상 애독하고있습니다. 늦게나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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