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사람은 구안(具眼),
즉 안목을 갖춘 사람이 없다.
또 구이(具耳), 곧 귀가 제대로 뚫린 사람도 없다.
오직 시대의 선후와 사람의 귀천만 가지고 경중을 따진다.
비록 이백이나 두보가 다시 난다고 해도
만약 낮은 부류 속에 묻혀 있다면
또한 반드시 가벼히 보아 업신여기는 자가 있을 것이다.
세상의 도가 개탄할만 하다.
신분이 높은 사람 앞에서는 굽신거리면서,
자기만 못한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한다.
그 사람도 그때는 별 볼 일 없는 신인이었다.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촌뜨기였다.
안목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껍데기만 보이고, 쭉정이만 잡힌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품고도
세상 사람들의 경박한 저울질에 밀려
존재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스러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수줍어 주변만 서성이다가,
손 한번 내밀지 않는 매정스런 눈빛에 질려 다 그만 두고
혼자만의 세계로 숨어 들어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진짜는 진짜고, 가짜는 가짜다.
안목 갖춘 눈앞에선 여지없이 본색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구안(具眼)의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