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속 치러진 대구지하철참사 100일 추모제
 곽봉호
 2003-05-29 19:06:19  |   조회: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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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속 치러진 대구지하철참사 100일 추모제
"100일 전 그날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28일 오전9시 53분,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의 그 시각.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대구시민회관 주차장에는 구급차 싸이렌 소리, 경적소리, 다급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참사 현장을 담은 TV영상과 함께 흘러나온 소리다. 유가족·시민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대구지하철참사 100일 추모식의 시작이다.

떠난 이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는 사람,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는 사람, 눈을 감고 울음을 삼키는 사람 …. 100일은 눈물이 마르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아니, 분노하며 견뎌온 100일은 오히려 더 짙은 눈물을 쏟게 했다





고인의 넋을 기리고 다시는 이땅에 이런일이 없기를









대구 지하철참사 100일째인 28일 오전 대구시민회관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눈물 마르기엔 너무 짧은 100일







▲ "매일 웃던 우리 가족이 이젠 매일 운다." 편지를 읽는 오진희씨





'참사 100일의 기억'이란 제목으로 희생자대책위와 시민사회단체대책위는 추모식을 마련했다. 사회를 맡은 대구YMCA 김진곤 간사가 "불안한 도시-참사 100일의 기억은 안전이 사라진 도시의 참혹한 실상에 대한 되새김입니다. 100일 동안 사라진 참사의 기억에 대한 되새김입니다. 우리의 반성입니다.…"라며 인사말을 했다





시민들의 지속적 관심 호소







▲ 자식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유족





희생자 가족들의 '부치지 못한 편지' 낭독에서는 기자들의 카메라만 부산할 뿐, 식장 분위기는 깊은 슬픔으로 가라앉았다. 동생을 잃은 오진희씨는 "영령이란 그 낯선 단어를 지울 수만 있다면, 지문이 닳을지언정 손에 피가 날지언정 지우고 싶었다"라며 울먹였다. 김한식씨는 그리운 아내에게 보내는 애틋한 편지를 읽었다





추모사진전









참석자들은 이어 중앙로역에서 열리고 있는 추모 시사만화전을 관람했다. 참언론 대구시민연대가 주관한 이 전시회에서는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의 작품 40점을 선보였다. 이들은 동호사이트인 '뉴스툰'(www.newstoon.net)에서 온라인 전시도 하고 있는데, 사진전과 시사만화전은 6월 15일까지 계속된다








▲ 이윤정씨 작품







[유족 오진희씨의 '부치지 못한 편지']



사랑하는 동생 진영아.



그 참사 이후 너를 찾아 헤매고, 네 사고 소식에 미친 듯이 울며불며 지내온 시간이 벌써 100일이 되었다. 네 영정사진을 옆에 두고 자고 일어나기를 계절이 바뀔 때까지 했건만, 이 눈물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영아야 너는 이런 우리 모습을 보고 있니? 어쩌다 우리가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슬픈 한과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살을 부비며 사랑하던 엄마가 저리도 울분을 토하며 통곡하는데, 저리 흐느끼는데 너는 왜 오질 못하는지, 무심하게 아무 대답도 모습도 보이지 않는 네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매일 웃던 우리 가족이 이젠 매일 운다. 누가 알았을까 25년을 지내오면서 어느 누가 알았을까? 지금도 가만히 눈감으면 18일 아침 너에게 전화 걸던 때가 생각나고, 계속 신호음만 가고 그러다 뉴스에서 나오는 속보에 가슴이 타고 네가 그곳에 그 지하 검은 연기 아래 불길 속에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저곳 찾아 헤매던….



'우리 일이 아닐거야.' 보면서도 들으면서도 믿지 않았다. 아니 부인할 수 있다면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월배기지에서 네 타다남은 유품을 보았어도 오늘까지 우리는 아침만 되면 너를 찾고 밤만 되면 퇴근해 집에 네가 걸어 들어오듯 이곳으로 찾아서 올 것 같아 기다리고 기다렸다.



77일만에 분향소를 차려 너의 영정사진을 올렸을 때, 하늘이 무심한 것 같아 이 세상이 원망스럽고, 이렇게 밖에 너를 둘 수 없는 현실이 원통해서, 비오는 그날에 눈물이라 느껴지는 그 빗속에서 헌화하고 돌아서 나오기까지 울고 또 울었다. 아직도 장례를 못 치러주고 너를 이리 허공에 두고, 우린 죄스런 맘으로 단지 네 사진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영아야 너를 망자라고 부르는 그 입들을 치고 싶었다. 영령이란 그 낯선 단어를 지울 수만 있다면, 지문이 닳을지언정 손에 피가 날지언정 지우고 싶었다. 내 동생아, 이게 무슨 일이니? 사망신고를 어떻게 하고 네 그 다정했던 이름에 빨간줄을 어찌 긋겠니?



영아야 이쁜 내 동생아, 왜 이리도 허무하게 일찍 가버렸니? 우리보고 남은 시간 어떻게 살라고, 우리 모두 이제 살길 원치 않고 죽을 날을 더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어 놓고 어찌 그리 가버렸니. 진영아 돌아올 순 없니? 그 길이 정말 그렇게 멀고 돌아오지 못할 길이니?



너와 내가, 너와 우리가 이젠 이승과 저승이라는 다른 세상에 다른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거니? 영아야 나는 인정 못하겠다. 네가 저승에 있다면 나도 우리도 저승에 살고, 네가 망자라면 우리도 망자로 살고싶다. 보고싶고 보고싶은 내 동생아, 너와 다른 곳에서 너와 우리가 다른 존재로 살길 원치 않는다. 언제까지고 너는 나와 같이 자라온 내 동생이고 우리집 둘째란 사실을 우린 안 잊을 거다. 그러니 다시 볼 그날까지 너도 잊지마라. 다시 볼 그때는 꼭 네가 마중 나와야 한다.



너는 비록 아비규환같은 지옥철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지만, 이제는 그 검은 어둠 안이 아닌 아름답고 행복한 하나님 품에 있길 언니는 정말 바랄 뿐이고 믿을 따름이다. 사랑하는 내 동생 영아야 눈물을 매일 훔치는 엄마를 아빠를 진주를 그리고 철없던 언니를 잊지 말고 거기 하나님 품에서 너도 우릴 위해 기도해 주고 지켜봐 주기를 빈다. 다시 너를 만날 그날을 손꼽으며 이만 쓴다.



땅위에서 하늘에 있는 이쁜 내 동생 진영이에게 언니가...



2003-05-29 19:06:19
211.xxx.xxx.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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