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정확히 보자
 june
 2003-04-08 15:07:04  |   조회: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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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접하면서, 교장선생님의 자살이 잘못되었느냐 잘되었느냐는 고인이 되신 분의 명예도 있으니 생략하고 명복을 빌면서 시작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자녀를 두고 있고 현재 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번 일이 아직도 우리 교단에서 존재하고 있는 전근대적 의식과 권위의 잔재를 한편으로 하고, 그러한 일을 당해본적이 없는 사회 초년병(개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자라온 신세대들)과 그간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서 애써온 전교조를 반대로 하는 두 대립구조 사이에서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교장선생님의 자살이라는 돌출사태로 이상하게 꼬여졌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교조 선생님들의 문제 개입은 지금까지 전교조가 해왔던 학교 민주화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하나하나 문제를 짚어보죠.
이사건의 발단은 교장선생님이 기간제 선생님에 대해서 차시중을 들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에 그리 큰일이다고 설치느냐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 권위주의 사회에서나 통용되는 일입니다. 저는 교수이면서 의사입니다. 요즘은 종합병원의 조무사에게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부칩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차를 먹고 싶으면 스스로 빼서 먹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합니다. 지위와 상관없이 그들은 그들이 부여받은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고 의사는 의사로서의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더 배웠다고 해서 지위가 높다고 해서 그들에게 차심부름을 시킬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하물며 학교 선생님은 보직을 맡고 있건 평교사이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보직을 맡고 있는 대학 교수가 시간강사나 전임강사에게 매일 차심부름을 시킬 수 있을까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교단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고, 새로운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 선생님께서는 이것이 용납 안 되었을 뿐 입니다. 또한 그 선생님은 용기가 있었기에 더럽다고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 것이구요. 만약 차심부름을 거부했을 때 수업에 참관하여 압력을 넣는 다거나 하는 비열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문제가 이렇게 커졌을 까요. 문제는 아직도 사회의 민주화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의 권위속에서 안주해 있는 교육 권력자들입니다.

또하나의 논쟁점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개입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행동이 있었느냐입니다. 기간제 선생님은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의 차시중에 굉장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며, 거부에 대한 보복으로 수업에 참관하여 압력을 가했을 때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며 , 이때 굴복할 것이냐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이냐를 고민 했을 것입니다. 굴욕을 당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선생님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것은 당연히 과거 독재정권 때부터 참교육을 위해 싸워오신 전교조였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전교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전교조 선생님에게 이러한 일을 상담했을 때 없어져야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전교조 선생님들이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 아닐까요. 우리사회에서 특히 공직사회에서는 이러한 일이 비일 비재 합니다. 과거 보다는 좋아졌다고 합니다만 여전히 사회의 변화속도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이러한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 했을까요. 권위적인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 기간제 선생님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당신이라면? 저도 저 혼자라면 굴복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특히 여성이었다면 더 힘들었겠죠.

학교 선생님의 편을 드는 교육청에 편지라도 띄울까요? 교육청이 기간제 여교사 편을 들어 주었겠죠. 정말요? 아마 괴롭힘에 시달리다 못해 학교에서 쫒겨 났겠죠. 전교조의 권력화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말은 맞지 않습니다. 아직도 그들은 여전히 교욱계에서 유무형의 탄압을 받고 있으며, 여전히 소수이며, 여전히 바른말을 하기위해서 주위의 동료선생님들의 압력과 눈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과연 교장선생님과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언행을 했을까요. 물론 사람이 흥분을 하면 그러한 일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봅시다. 만약 대학헤서 교수 협의회가 보직교수들(학장, 총장...)과 의견이 맞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연배도 훨씬 높고 경륜도 많은 그분들께 서로를 모른다고 해서 후배교수들이 가서 막말하고 협박하고 그럴까요? 과연 전교조 선생님들이 교장선생님께 무조건 막말하고 협박했을까요?

있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강압적인것은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 아니었을까요? 기간제 선생님께 하는 행동을 보면 그러할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언쟁은 있었겠죠. 몸싸뭄을 했을 수도 있었겠죠. 그 상황은 이미 이성의 지배를 벗어나 있었을 것입니다. 양쪽다. 다만 그것이 교장선생님의 측근이 글을 써서 올렸기 때문에 전교조 선생님들이 욕을 듣는 것이 아닐까요. 저희 부부는 항상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싸워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우리 아이들 말 만을 듣지 않습니다. 친구들 한테도 물어보고 저희 부부 나름대로 상황을 분석해서 잘잘못을 가립니다. 물론 그상황에 있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잘잘못을 정확히 가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야단치거나 두둔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사회 구성원들 한사람 한사람들이 서로에게나 사회제도에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에 무관심한 것이며, 오히려 그런사회는 개인이기적으로 흘러가, 사회가 어떻게 되던지 간에 나몰라라 살아가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바꿔가야할 많은 것이 있습니다. 어떤이는 너무 급격히 바꿔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이는 이렇게 바꿔져서 어느 세월에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냐고 한탄하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낡은 사상과 체제는 늦든 빠르던 바뀌어 져야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주장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항상 그것을 지킴으로 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과 그러한 것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킵니다. 우리의 현대사가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커다란 혼란인 것 같았고 변화가 너무나 두려웠는데, 이제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을 얻기 위한 싸움이었고 누려보니 너무 좋은 것이고 과거로 돌아가라면 이제는 죽기보다 싫습니다. 지금의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낡은 사상과 체제와 새로운 질서를 원하는 사람들간의 갈등입니다. 주변에서 보면 굉장히 시끄럽고 무질서 해 보입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일어나야만 했기에 일어난 것이고 언젠가는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일로 인하여 현직교장의 자살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데 대하여서는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 일의 본질이 회손되고 교육계의 민주화와 개혁이 왜곡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간제 여교사가 비난이나 피해를 입거나 전교조를 마녀사냥식으로 죽이려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신은 중립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혹시 당신 마음속에 내재되어있는 현실에서의 안주, 변화에의 두려움에 기대어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사회가 특히 교육계가 이제는 충분히 변했다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2003-04-08 15:07:04
211.xxx.xxx.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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