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이쁜 법.
 이카루스
 2002-12-11 14:21:22  |   조회: 703
첨부파일 : -
밑에 분들이 어제 이회창후보가 토론을 잘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군요.
뭐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이쁜 법이니까 토론회의 실질적인 내용이야 어디로 갔든
일단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잘한 것처럼 보이는게 인지상정이지요.

그러나 그건 엄격한 의미에서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잘한 걸 잘했다고 해야지,
무슨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무조건
저 혼자 잘했다 잘했다 우긴다고 진짜 잘한 게 됩니까 어디?

노무현후보는 토론의 모든 분야에서 거의 완벽한 답변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도 막히지 않고 정확하게 문제점을 짚어내고
거기에 대한 설득력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이 신뢰가 가더군요.
주제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사람이 아니라면 보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제가 경제분야라서 솔직히 노후보가 좀 밀리지 않을까 처음에는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인데
토론 중반을 넘기면서는 우려는 커녕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봤습니다.
한마디로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식견을 가진 후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면 이후보는 거의 모든 분야의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은 고사하고
'잘 해야한다' 또는 '잘 하겠다'같은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답변 즉 하나마나한 소리로만 일관했지요.
잘 해야 한다는 걸 누가 모릅니까?
잘 해야 하는건 분명한데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잘 하는 것이냐 즉 그 방법이 문제지요.
또 그걸 들어보자는게 이번 토론회의 목적이구요.
그런데 첨부터 끝까지 '잘 해야 합니다'만 뇌까리고 있으니 참 답답하더군요.
자신도 한계를 인식했는지 후반들어서는 손의 처리도 부자연스러워지고......
이건 경제적 식견은 고사하고 토론에 대비한 벼락치기 공부조차 소홀히 했다는 얘기지요.

자신의 발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노후보가 공신력있는 파이낸셜타임즈나 무디스를 든 반면
이후보는 '내가 잘 아는 투자자'라는 개인의(그것도 본인이 잘 아는) 주관적인 말을 근거랍시고 들었지요.
법관출신이라는 배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더군요.

총평은 이만 하고 어제 토론에서 이후보와 노후보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쟁점
두가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재벌개혁에 대한 건데요,
노후보가 종업원지주제 등 재벌개혁에 적극 찬성인 반면 이후보는 상당히 소극적 내지는
재벌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이더군요. (재벌에도 나쁜 재벌이 있고 좋은 재벌이 있대나 뭐래나)
심지어 논점을 잘못 파악한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논점을 흐리려는 목적이었는지 모르지만
재벌개혁 얘기를 묻는데 정경유착 얘기를 꺼냈다가 노후보로부터
'재벌개혁과 정경유착은 사안이 엄연히 다르다'고 쫑코를 먹기도 했지요.
이건 유권자들이 그동안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문제입니다.
민노당 권영길후보 말마따나 이후보와 한나라당은 원래 '재벌옹호후보' '재벌옹호당'이니까요.
어제 토론에서 그 부분이 확실히 밝혀졌다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 문제인데요,
이후보가 노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그렇게 되면 서울의 땅값 집값이 떨어진다'는 발언에서 보듯
서울사람들의 정서자극하기 더군요.
그런데 이건 세를 살거나 수십년 걸려 겨우 아파트 한 채 장만하는 일반 서민들이 할 걱정이 아니죠.
서민들이야 땅값 집값 떨어지면 땅사고 집사기 좋은데 뭐가 문제겠어요?

결국 이후보는 지방이 아니라 서울, 지방사람이 아니라 서울사람,
서울사람 중에서도 또 서민이 아니라 일부 부유층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이라는게 밝혀진거지요.

그동안 이후보를 재벌옹호후보 특권층후보라 부르고 노후보를 서민후보라 했던 것이
다 이런 이유, 즉 정책적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2002-12-11 14:21:22
211.xxx.xxx.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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