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도 충분히 아름다울수 있다
 전 변
 2000-11-13 21:23:25  |   조회: 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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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TV를 통해서 김대중대통령의 평양 도착과 김정일위원장의 영접, 두 사람이 한차에 타고 떠나는 모습 등을 보았습니다. 세상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김정일위원장과 함께 북한의 군인들에게 사열을 받다니..... 벅찬 가슴을 어쩌지 못해 눈물만 흘렸을 사람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저 역시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볼 수가 없어 "햐!" "그것 참!"을 연발하며 몇 번이나 일어났다 앉았다 안절부절, 삼십분도 채 안되는 그 짧은 시간에 담배를 내리 세대나 피워 재꼈답니다.) "역사적인..."어쩌구 하는 상투적인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새천년의 원년에 우리 민족이 만들어 내는 이 드라마가,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훨씬 더 멋지고 감격스럽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한가지 잊고있는 사실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김대중대통령의 이번 평양방문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동 등이 사실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실정법대로라면 잠입, 회합 등의 혐의로 최고 사형을 받을수도 있는 중죄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설사 그런 말을 하고싶은 사람이 있더라도 이런 분위기에서 멍석말이라도 당할까 싶어 참는 것 아닐까요?

물론 새삼스럽게 국가보안법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어차피 곧 용도폐기될 운명일테니까....) 다만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법이니 제도니 하는 것들보다도 감성이나 정서같은 것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경산시 의회 이야기를 해 볼까요? 옥천군의회와 꼭 같은 이유로(해외연수) 지역주민들이 반발하자 책임을 지고 시의회 의장이 사퇴를 하였습니다.(그래도 이 지역에는 책임지는 사람이라도 있군요.) 그리고는 다시 의장을 선출한답시고 사퇴한 전 의장을 다시 선출하였답니다. 물론 전 의장이 어떤 불법행위를 한것도 아니고 의원직을 그만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절차상으로나 문제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일견 지극히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재신임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지역주민들이 '눈가리고 아옹하는 행위'라며 이번에는 시의원 전원이 사퇴하라고 격렬히 반발하자 다시 의장이 사퇴를 하는 등 수습에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여기에서도 어떤 법이나 절차보다도 주민의 감정이나 정서가 우선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나는 TV를 잘 안보는 성격인데 어쩌다 모 방송국의 '바보같은 사랑'이라는 연속극을 한번보고는 그만 그 연속극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뺀질이 상우와 한없이 가녀린 옥희, 퍽 이나 억센 체하지만 고운 심성을 가진 영숙, 이 셋을 축으로 아름답게 전개되는(정말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이 연속극은 그러나, 소위 말하는 '불륜드라마' 랍니다. 일본의 어떤 유명한 영화배우가 '불륜은 문화'라는 말을 할 정도로 '불륜'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 시대의 화두처럼 되어 버렸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류의 싸구려 불륜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비난을 서슴치 않던 언론이나 단체 등에서도(아직까지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나 혼자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도대체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그 관계가 '순정'이기 때문 아닐까요? 주인공들의 불륜이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거나 한 때의 무료함을 때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재미는 있었을지 몰라도 이렇게 아름답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육중한 삶에 짓눌려 고통스러워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함과 나약함에 가슴을 쥐어뜯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6-70년대의 순정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가지지 못한 순수함을 그들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육체적인 관계는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상대가 행복해 질 수만 있다면 자신이 떠날 수도, 그냥 옆에서 보고만 있을 수도 있는 관계인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명백한 불륜관계인 주인공들의 관계가 우리에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요소가 아닐까요?

그러나 도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무리 포장을 잘 했더라도 불륜은 불륜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한번 더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감성이나 정서가 도덕보다 우선 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쓸데없이 글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만 앞에서 본 것처럼 법이나 제도도, 어떤 적법한 절차도, 심지어 도덕조차도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정서'를 뛰어 넘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조금 모호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위에서 말한 '정서'야 말로 우리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그 무엇'이 아닐까요?(지역정서도 빼 놓을 수 없겠지요.)

군 의원들이 해외연수와 관련해서 한농연과 감정적 대립으로 치닿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군 의원들도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억울한 마음도 있을 것이고 분한 마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배우고 왔는데 너무들 한다고 원망하는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어느 면에 있어서는 군 의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앞에서도 길게 얘기했듯이 지역 주민들의 정서가 군 의원들의 반성을 바라고 있다면, 이 시점쯤에서는 한번 뒤를 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번 문제의 본질은 누가 잘 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군 의원들의 입장으로는 잘했느니 못했느니가 판단의 척도라고 생각하겠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그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주민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난 후에 의원들이 취한 행동이며 그 행동들이 선출직 의원으로서 취할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군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적법하다는 것도, 절차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도, 도덕적으로 크게 지탄받을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것도 주민들은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연수 자체가 주민들의 정서를 벗어난 일이며, 그 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과 함께,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의원들의 무감각함 등이 주민들의 정서를 끓게 하고 있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사석에서 어느 의원이 '자존심 싸움'이라는 표현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의원들의 자존심이란 의원 개개인을 위해 지키려 하기보다는 주민들을 위해 버릴 수도 있어야 더욱 값어치있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잘났던 못났던 우리 주민들이야말로 당신들의 주인이니까요. 이 정도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태를 마무리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한농연 관계자 분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옛말에 "궁지에 몰린 적에게는 퇴로를 열어 준 후 공격하라"고 하였습니다. 막다른 길에 들어선 적이 사력을 다해 반격하면 이 쪽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는다는 이야기이겠지요. 한농연 관계자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흐르는 것이나 아닌지 염려스럽군요. 군 의원들에게 어떤 명분을 주고 이쯤에서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어떨는지요. 주민들은 한농연의 강경한 자세에도 우려의 눈길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에서 '정서'를 내세워 여러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정서'가 모든 가치 중의 으뜸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정서'라는 단어를 끌어다 붙인 것은 정확한 현실인식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제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둡니다.)
2000-11-13 21: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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