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중 당시와 비교해서 가장 많이 오른 건 삼겹살 아닌가 싶습니다. 2000년대 1인분에 3~4천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1만2~3천원이니 3~4배나 오른 거지요.
그런데 이 삼겹살보다 더 많이 오른게 소주값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2000년대 이전 식당에서 1천원 받던 소주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2천원으로 올랐고, 2010년대 3천원, 2020년 이후 4000원 받는 식당이 생기고 현재도 3000~4000원대 유지하고 있지요. 물론 이건 옥천의 경우입니다.
얼마 전 아는 분과 대전에서 저녁을 먹는데 메뉴판에 소주값이 6천원으로 돼 있더군요. 놀라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대도시에서는 2016년 경부터 소주 한 병에 4~5천원 받는 곳이 많았고 지금은 6천원 받는 곳도 드물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사장님과 소주값 얘기를 한참 하는 중에 같이 있던 분이 메뉴판을 바라보며 이렇게 한탄을 하셨습니다.
'참~ 소주값은 그렇게 올랐는데 공기밥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천원이네'
가슴이 쿵! 그렇습니다. 소주값이 천원에서 5~6천원으로 오르고 삼겹살이 3~4천원에서 만원 넘게 오를 동안, 3천원 짜장면 값이 6천원으로 오를 그 2~30년 동안, 메뉴판의 음식 음료수 술 가격은 계속 변했지만 귀퉁이에 자리 잡은 '공기밥 1천원' 글자만큼은 마치 새겨 놓은 것 마냥 변하지 않았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2000년 44,797원이던 쌀(20Kg) 소매가격이 2023년에는 51,139원으로 23년 동안 6,342원(14%) 오르는데 그쳤더군요. 같은 기간 삼겹살(100g 소매)은 777원에서 2,352원으로 300% 이상 올랐구요(농산물유통정보) 주부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지요. '그래도 쌀 값이 가장 싸다'고... 결국 쌀값이 그대로라 공기밥 값도 그대로였던 겁니다.
여기서 궁금한 건, 수십년 동안 인건비 등 모든 것이 올랐는데, 어떻게 쌀값만 그대로냐는 점이겠지요. 바로 박덕흠의원이 '00관리법도 만들거냐'며 필요성을 부정한 양곡관리법 덕분입니다. '국민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작물'이라며 정부가 쌀 생산 및 수급에 개입해서 가격을 안정시켜 온 거지요.
그렇게 양곡을 관리하지 않았다면 다른 작물의 예로 볼 때 쌀값이 지금보다 2~3배는 비싸졌겠지요. 공기밥도 3~5천원 이상 줘야 먹을 수 있을테고. 밥이 포함된 음식 값도 올랐을 테고. 진짜 쌀값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는 시대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밥 없으면 빵이나 고기 먹으면 되잖아' 하실 분도 있겠지만, 밥심으로 살아가는 한국 사람 체질 상 가능하지 않은 얘기구요... 또 빵이나 고기는 누가 거저 줍니까?
아, 수입쌀 있어서 그렇게까지 오르지는 않을 거라는 분도 계실텐데, 지금은 우리 쌀 생산량이 넉넉해서 그렇지 만약 생산량이 줄어 쌀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칼자루를 쥔 곡물회사들이 지금처럼 싸게 팔까요? 꼭 곡물회사 농간 아니더라도 우크라 전쟁으로 기름값 폭등하듯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해 쌀값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구요.
설사 싸게 수입한다 해도 돼지고기 소고기 예에서 보듯 돈 있는 사람은 국산쌀, 가난한 사람은 수입쌀, 뭐 이런 식으로 '주식'이 계층화되는 황당한 상황이 되겠지요. '식량안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겁니다.
박덕흠의원 같이 배에 기름끼고 뭘 모르는 분들은 양곡관리법이 마치 양곡 생산 농가에 특혜라도 주는 것처럼 선동적으로 말합니다만, 사실 양곡관리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처럼 국민들 그것도 서민들인 겁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양곡 재배농가를 보호함으로써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랄까요? 그래서 박의원이 욕을 먹는 것이고, 또 욕 먹어 마땅한 겁니다.
(메뉴판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온 것입니다)
위 허허님 글에 님이 말하는 내용 다 나옵니다.
잉여 농산물 사준다? 쌀값 안정 위해서 사주는 것이고 그 혜택은 국민이 보는 거다.
시장에 맞겨야 한다? 쌀값 올라서 국민만 힘들다. 수입쌀 싸게 사와도 쌀이라는 국민 주식이 계층화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부작용 우려가 있다면 그 부작용을 줄일 방도를 생각해야지 법 자체를 없앨 생각을 하면 되겠습니까?
빈대 잡자고 아예 집에 불 놓자는 얘기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