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말벌 떼의 공격
산책길, 말벌 떼의 공격
이흥주(옥천읍 하계리)
  • 이흥주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0.10.29 10:03
  • 호수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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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평소 자주 가는 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날씨는 별로 안 좋았지만 산에만 가면 기분이 좋다. 요즘 건강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니 건강 챙기는 일에 모든 걸 걸게 되고 그래서 산에도 자주 가게 된다.

기분 좋게 임도를 따라 올라가 고개위에 있는 운동기구에서 20여분간 운동을 하고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올라 올 때 사람들이 길 양 옆에 제초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깨끗해진 길이 너무나 좋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오고 있을 때 느닷없이 말벌이 날아와 한 방 쏘는게 아닌가.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앞을 보니 제초 작업 하는 사람들이 일하다 벌집을 건드려 놓아서 큼직한 말벌 들이 새까맣게 길에서 날고 있었다.

내가 위험을 느낀 순간 나는 이미 벌 떼 속에 완전히 갇히고 말았다. 무지막지한 말벌 떼가 왱왱 거리며 사정없이 나를 공격하기 시작 하였다. 나는 우선 상의를 올려 머리와 얼굴을 덮었다. 움직이면 쏘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옷 위로 후두둑후두둑 말벌 떼 부딪히는 소리가 세찬 소나기 소리처럼 징그럽게 들리고 있었다. 상의를 위로 올렸으니 드러난 얇은 내의 위로도 쏘았다. 그렇게 한참을 보낸 후 좀 조용해진 것 같아서 걸음을 옮기니 다시 공격, 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얼마 후 그곳을 벗어나 내려오니 사람들이 그곳에서 풀을 깍고 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 할 틈도 없이 길을 내려왔다.

빨리 차가 있는 곳까지 가서 병원을 가기에는 상황이 너무 위급했다. 혀가 마비되어 말려드는 것 같고 눈이 침침해 오고, 온몸에 전기가 오듯 찌릿찌릿 하였다. 열이 확확 치밀었다. 숨이 차온다. 가슴께도 아프고 온몸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하고 있었다. 만가지의 안좋은 징후들이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 했다.

겁이 났다. 차 있는 곳 까지는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하는데 고통은 시시각각 도를 더해 엄습해 오고 정말 암담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위에서 풀 깍던 사람들한테 119구급차라도 불러 달라고 할 걸. 이제는 내가 전화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렇게 차 있는 곳 까지 간다고 해도 차를 운전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이럴 때 아무라도 만나면 좋으련만 왜이리 사람도 귀한지…. 그때 검은색 코란도 한 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무조건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까지 태워다 달라고 사정했다. 다행이 그 사람은 내 이야기를 듣고 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

옥천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응급 처치를 한 후 침대에 누워 있으니 정신은 돌아왔지만 통증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여름에 말벌 두 방을 쏘였을 때는 집에서 참고 견뎠지만 이번에는 수 도 없이 쏘이고 벌도 그때 그 놈들 보다 이번 것이 더 컸다. 빨리 병원에 오지 않았으면 아주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퇴원 허락을 맡고 하루치 약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

가만히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나는 벌독에 면역을 많이 가진 사람이다. 어려서 시골에 살며 벌을 많이 쏘이며 커서 그런대로 저항력이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고 벌에 대해서 아는 게 없고 한 번도 벌에 쏘인 적이 없는 사람이 오늘 나 같은 경우를 당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 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일부러 봉침을 맞는 사람도 있는데 이번기회에 잘 맞았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그리고 나를 병원까지 태워다 주신 분, 아마 대전에서 오신 분 같았는데 어떻게 감사 하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감사한 마음 오래 간직 하려한다.

그곳에서 풀 깍기 작업을 하신 분들에게도 한 마디 해야겠다. 고의는 아니었다 해도 풀을 깍다 예초기로 벌집에 충격을 가하여 그런 위험한 상황이 발상 하였으면, 사람이 5-6명이나 되었으면서 그 곳에 한 사람 배치하여, 고개 너머에서 오는 사람이나 차량에 그 사실을 알리고 안전 조치를 취해야 했다.당연히 해야 할 일을 방치하여 사고가 났다면 그 책임 소재가 어떻게 되겠는가.

산에 다닐 때 조심할 것이 참 많다. 다 아는 얘기지만 우선 혼자 가지 말고 둘 이상 같이 가는 것이 좋다. 벌 말고도 요즘은 멧돼지도 조심을 해야 한다고 한다. 뱀도 조심해야 한다. 뱀은 근래 아주 귀해 졌지만 조심할 목록 중 하나다. 나는 혼자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맞는 사람이 없어 혼자 다닌다.

병원 응급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 그 사람 말이 벌 한 방 쏘이고 입원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는 두 방을 쏘이고도 병원에 안 간 사람인데 그걸로 보면 내가 벌독에 면역이 잘 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벌보다 독한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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