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면 연주1리] 옛모습 잃어 모처럼 고향찾는 발길 어리둥절
[안남면 연주1리] 옛모습 잃어 모처럼 고향찾는 발길 어리둥절
<1992년 10월 31일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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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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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면 연주1리

"어! 언제 이렇게 변했지? 이상하다! 이쯤에 집이 있었는데"  10년만에 또는 십수년만에 고향인 안남면 연주1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많이 변한 마을 구조에 당황해하며 옛 친구집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기 십상이다.

그도 그럴것이 대청댐이 건설되기 시작했던 70년대 중.후반 당시 대청댐의 수몰선이 연주1리까지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던 것이 87년 홍수가 나면서 대청호의 물이 면소재지로 역류, 홍수피해를 보아야 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 거주하던 28가구가 수자원공사로부터 보상받고 현재의 위치로 이주, 새로 집을 짓고 면소재지를 형성했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물 피해가 재차 역류되면서 엄청나게 불어나 망연히 기가막힌 표정으로 바라보던 주민들은 다 짓지도 않은 집에서 새우잠을 자야했다.  따지고 보면 얼마 멀지 않았던 과거이건만 실제로 물의 무서움을 경험했던 이 마을주민들은 대청댐으로 인한 피해를 몸으로 겪은 셈이 되었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형성된 마을이고 새건물이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지만 역시 안남면 만이 가져다주는 포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현재 배바우라고 불리는 면소재지 중심마을과 점말이라 불리는 두개의 자연마을에 각각 1백3호와 6가구가 살고 있는 안남면에서는 가장 큰 마을이 연주1리이다.

농촌으로서 이농이 진행된 후이지만 420여명이 생활하면서 면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에는 면사무소.지서.농조 출장소 등을 비롯하여 안남농협과 우체국.안남새마을금고 등 금융기관도 집중되어 있다. 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상권형성 자체가 소규모이며 전체 100여가구 가운데 25가구 정도가 상업 및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순수하게 상업만으로 가계를 운영하는 경우는 2~3가구에 불과하다. 농업 의존도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으나 92년 안남면에서 집계한 인구수가 2천5백여명이고 가구수가 780여 가구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면 전체의 1/8가량이 소재지에 모여살고 있는 셈이다.  어디를 가도 소재지는 밀집된 형태의 집성촌은 찾아보기 힘드나 이 마을 역시 광산김씨 문중이 많이 거주하다가 이젠 7~8가구에 불과한 실정.

옛부터 효성이 지극하고 주민들의 인심이 후덕해 어느집에서건 문을 잠그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정도이다.  "길바닥에다 벼를 널어 놓고 며칠간 신경을 안써도 어디 손끝이나 대요? 그만큼 우리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남의 것 건드리지 않고 지켜주려는 품성을 지닌 것 아닙니까?"  한자리에 모여있던 아주머니의 말속에서 이 마을의 자랑은 돈이 많고 차가 있고 집이 좋은 등의 가시적인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 있음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이 벼농사 중심의 영농구조를 이루고 있는 터라 아직껏 특별한 소득작목에 대한 구상을 마련한 것은 없다.

특수작물을 위한 젊은인력과 의욕 등이 마을로서는 절실한 형편이나 그리 여의치 못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대부분이 한해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말이 실감있게 들린다.  축산농가 중에는 4마리 이상의 번식우(암소) 사육농가가 10여가구 있고 마늘의 경우 벼와 함께 2기작으로 하는 가구수가 30여가구에 이른다.  안남농협에서 서울시 아현1.3동, 공덕1동과 농산물직거래 자매결연을 맺어 고추.마늘 등 농산물에 대한 판로가 많이 확보된 것이 농민들로서는 좋은 소식.

이런 마을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청정리와의 경계에 있는 일명 비석거리. 비석거리에는 그동안 효자로 소문났던 김선철.조인학 효자비를 비롯 선정비를 세워 길이 마음속에 새기고 후세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들어 농촌주민들에게도 서서히 인식되기 시작한 환경오염방지 및 환경보존 노력이 부녀회를 중심으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점은 마을 뿐 아니라 크게는 단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되살리자는 생각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유곽이나 사료포대.신문 등을 처음으로 모았던 부녀회에서는 첫번째로 1만1천여원의 매각수입을 놓고 '이제 시작'이라는 '쓰레기 줄이기 인식'을 가열시켜 나가고 있다.  앞으로 행정기관 등에서 주도하는 각종 쓰레기 줄이기 운동보다 민간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남기고는 있으나 이를 발판으로 더욱 활성해나갈 계획이라고.

젊은이들이 별로 없는 마을에 송영달 새마을지도자 층이 가장 젊은 측에서 농사일뿐 아니라 마을 일에 앞장서고 있어 주민들의 칭찬을 받고 있다.  안남면에서 가장 큰 마을임에도 마을회관이 없는 점은 주민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점. 기존의 안남회관이라는 회관이 있으나 관리부실로 인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며 마을총회에서 결의, 조그마한 회관을 마련하려 터를 물색중이다.

주민 가운데 원로인 김선덕(79)씨는 마을회관 건립시 차량이나 나무지원을 하는 등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봄, 여름, 낚시철이나 물놀이 철이면 주말마다 외지에서 몰려드는 차량으로 주민들이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금강유원지로 통하는 내륙관광순환도로의 확포장은 주민소득증대 및 면전체 경제활성화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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