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을탐방[106] 청성면 장연리 - 장명골, 구재
신마을탐방[106] 청성면 장연리 - 장명골, 구재
그림같이 펼쳐진 골짜기 속 마을
  • 점필정 기자 pjjeom@okinews.com
  • 승인 2003.07.19 00:00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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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성면의 1/3에 물을 대는 장연저수지. 계곡에서 흘러 들어오는 맑은 물과 많은 담수량으로 어류의 개체수도 많은 편이다. 주말이면 수 많은 낚시꾼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들이 버린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옥천읍에서 37호 국도를 따라 안내면 정방리 지방도 갈림길까지 갔다. 지방도를 따라 오덕재를 넘었고 보은군 삼승면 원남리에서 청산-영동으로 향하는 19번 국도로 접어든다. 청산면과 청성면을 향하는 오구니재를 넘기 전 왼쪽, 길 옆 조그만 버스 정류장에 써 있는 장연리. 잘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 옆에서부터 골짜기 사이로 시멘트 포장길이 뻗어 있지만 집은 보이지 않고 논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만이 수확기를 기다리고 있다. 길을 따라 계속해서 나아가자 경운기 한 대가 앞에서 천천히 길을 간다. 경운기를 몰고 있는 할아버지는 뒤에 탄 할머니의 손짓에 공간이 있는 곳에서 길을 비켜준다. 고마움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노부부는 환한 웃음으로 낯선 손님을 맞아준다.

마치 마을의 대문처럼 보이는 나무 사이를 지나자 장연리의 아랫마을 장명골이 눈에 들어온다. 길 오른쪽으로는 마을 뒤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조그만 냇물이 흐르고, 길 왼쪽으로는 장명골이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부지런한 마을 사람들
이곳 장연리는 산골마을이기 때문에 이웃한 청산면에 비해 해가 떠있는 시간이 2시간30분이나 짧다. 그래서 주민들은 다른 지역과 농작물 수확 시기를 맞추기 위해 더 일찍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골짜기를 따라 논과 밭이 계단처럼 만들어져 있어 경운기를 제외한 대형 농기계를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곳 농사는 손이 많이 간다.

여기에 짧은 하루에 그 날 해야 할 일을 모두 하기 위해서는 새벽 이른 시간부터 각자 생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3년 연속 범죄없는 마을
길 옆 누런색 창고 뒤에 마을 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농번기를 맞아 마을 주민들은 모두 농사일에 바빠 회관에는 사람이 없다. 다만 회관 앞에 걸려 있는 여러 개의 범죄 없는 마을 현판이 이곳 주민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가장 최근 것은 지난 5월13일 `범죄 없는 마을 현판식’때 걸린 현판이다. 장연리는 2002년도 도내 범죄없는 마을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범죄 없는 마을에 선정돼 2천만원의 주민숙원사업비와 범죄없는 마을 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81년과 96년, 2000년, 2001년 그리고 2002년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된 장연리. 그만큼 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어쩌면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 주민들의 연령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유필종 이장의 올해 나이가 53세인데, 마을 남자들 중에 두 번째로 젊다고. 유 이장은 범죄 없는 마을은 곧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성면의 생명줄, 장연 저수지
다시 가던 길을 계속하면 길은 산 허리를 따라 올라간다. 저수지 옆을 따라 구재로 들어가는 시멘트로 포장된 이 길은 1989년에 저수지를 만들면서 포장한 길인데, 중간 중간 교차를 위한 공간이 있지만 상당히 좁은 편이다.

이 길 밑으로 큰 저수지가 산골짜기를 따라 넓게 펼쳐져 있다. 장연저수지의 담수량은 충청북도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알려져 있다. 장연저수지의 물은 이곳 장연리 뿐만 아니라 화성리, 거포리, 대안리, 능월리, 도장리, 망월리 등 청성면 1/3의 생명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멀리 안남면 오덕리까지 저수지의 물이 간다니 이곳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곳 저수지의 물은 모두 산의 계곡에서 나온 물이 모인 것으로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특히 마을에 가축이라고는 한우 2마리와 개 몇 마리가 고작이어서 물을 오염시킬 만한 것이 없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여기에 마을 주민 24명이 어촌계를 만들어 빙어와 향어 치어를 사다 방류한 적이 있는데, 워낙 저수지가 넓어 모두 커다란 물고기로 자랐고, 이것들이 다시 새끼를 부화해 지금은 저수지에 사는 어류의 개체수가 꽤 많이 늘었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또 저수지에는 민물새우가 많이 나는데 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좋다고 한다.

빼어난 자연 경관과 풍부한 물고기, 이곳은 여러 낚시 관련 잡지에서 수 차례 취재하기도 했을 정도로 이미 강태공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평일에도 꾸준히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주말이면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란다.

문제는 우리 군내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지만 이곳 역시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이 저수지 옆 매점에 이곳의 관리를 위탁해 놓았다. 이 매점을 운영하는 백동원(54)씨 부부는 매일 자전거와 화물차로 저수지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백씨 부부는 청소비 명목으로 약간의 수고비를 낚시꾼들로부터 받고 있지만, 이 부부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백씨 부부는 저수지 중간에 떠 있는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자비를 들여 조그만 배를 구입할 정도로 저수지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그리고 저수지를 따라 자라고 있는 복숭아, 사과 등 여러 과일나무 역시 백씨 부부가 심은 것인데, 과일보다는 꽃을 보기 위해 심었다는 것이 백씨 부부의 설명이다.

고갯길이 9개, 구재
저수지의 끝, 장명골의 입구처럼 이곳에도 대문처럼 나무 몇 그루가 대문을 만들고 있다. 그 아래 이끼가 낀 돌무덤이 보이는데, 바로 이곳이 마을의 입구라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를 지나면 비로소 골짜기 사이에 자리잡은 구재가 눈에 들어온다. 장연리 유필종 이장은 이곳 구재에서 살고 있다. 유 이장은 이곳 구재가 6.25전쟁당시 전투가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마을 이름에서처럼 이곳 구재에는 9개의 고개가 있는데, 이곳 구재에서 보은 회남면, 청산면 등 사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을 두고 국방군과 인민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고. 그리고 매점 옆으로 난 좁은 골짜기가 하나 있는데 이곳은 백골이라는 지명으로 불린다. 분명 올라갈 때는 하나의 골짜기지만, 올라가다 보면 수많은 골짜기가 나오고 크고 작은 동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의 발길이 끊겨 수풀이 우거져 오르기가 쉽지 않다. 저수지 옆 매점이 이곳 백골에 흐르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물이 매우 맑다.

장연리 주민의 바람
이곳 장연리의 가장 큰 불편함은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전파가 이 마을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명골은 큰 길에 가까워 휴대전화가 터질만도 하지만 이곳 역시 신통치 않다.

요즘 같은 농번기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집을 비우고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급한 일이 있어도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유 이장과 주민들은 수 차례 이동통신 회사에 연락을 취해 중계기 설치를 요구했지만, 못해준다거나 해준다고 하면서도 여태껏 연락이 없다고 한다.

저수지 매점은 휴대폰 불통에 대한 불만이 더 많다. 먼저 낚시꾼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이들 낚시꾼이 매점에 음식이나 필요한 것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자리를 떠서 매점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백씨 부부가 수시로 돌아다니며 주문을 받는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마을회관이다. 장연리 두 개 마을 중에 마을회관은 장명골에만 있다. 구재에서 장명골까지는 저수지 옆길을 지나 한참을 가야하므로 구재 주민들은 마을회관을 이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겨울 농한기 때에는 노인들이나 마을 주민들이 마땅히 모여 이야기를 나눌만한 장소가 없다고 유 이장은 설명했다.

유 이장은 우선 면에서 내년에 구재 마을회관 건립을 추진해볼 생각인데 예산확보와 관의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식수 확보도 주민들의 바람이다. 현재 식수를 보관하는 탱크는 콘크리트로 만들었는데, 만든지 오래되어 금이가고 물이 샌다. 2001년 같은 극심한 가뭄이 또 발생한다면 현재와 같은 식수탱크로는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내년에 면에서 알루미늄 식수탱크를 만들어 준다고 유 이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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