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전 변
 2000-11-13 22:16:56  |   조회: 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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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님의 예리한 지적과 고견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군수님의 많은 이야기 중 단 한 마디만 가지고 '침소봉대' + '과속' 까지 했다는 점, 인정합니다. 사실은 글을 쓰면서도 조금 면구스러웠거든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7년 공방에 살 맛 본 과부'처럼, 너무 반가운 나머지 조금 '오바'한 거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말씀을 몇 가지 해주셨는데 전체적으로는 이상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구체적인 실천방향에 대해서는 저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에 관한 한, 관이나 단체장이 할 일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루어지는 것이지 관에서 주도하여 만들어내는 것은 참된 의미에서 문화라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관이나 단체장이 할 일은 '정책적인 지원'뿐이며 그 지원을 화폭으로 삼아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주민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정책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사실은 주민들이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지난 번 글도 그런 음모(?)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이런, 너무 빨리 속내를 털어놓아 버렸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옥천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와 문화적 소양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용에 대한 강한 자부심(지용제의 거의 유일한 긍정적 측면?), 길거리 축제에서 보여준 뜨거운 호응과 성숙한 주민의식 등이 그런 생각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실 저를 포함한 주민들로서는, 좌판 상인의 손님 부르는 소리가, 약장수가, 아니 우리의 생활 자체가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였고 '문화쇼크'였던 것입니다.(이 기회를 빌어 그런 소중한 체험을 하게 해주신 민예총 회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남은 것은 주민들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욕구와 의지일 것이며 그런 것들을 한데 꿰어 '보배'로 만들 '구심체'라고 생각합니다.

군수님께서도 중봉제나 지용제에서 보여준 강한 애착과 올갱이 축제(잘, 잘못을 떠나서)에 대한 지원, 길거리 축제와 솟대제 등에 대한 관심과 지원(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되겠지만) 등으로 볼 때, 또한 이번 인터뷰 기사 중 '문화예술군' 발언으로 볼 때 그 정도의 문화적 식견은 가진 분이라고 판단됩니다. 주민들이 그런 것들을 요구할 때 먼 산 쳐다볼 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알아서 해 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청하지도 않고 투정부터 부리는 것도 좀 그럴 것 같군요.

그리고 지용에 대한 제 생각도 조금 다릅니다. 정지용 시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방향은 지금과는 조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옥천이 진정한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지용을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지용은 문화도시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소재이지 주제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옥천이 배출한 지용"이 되어야지 "지용의 고향 옥천"이 되어서는 문화도시로서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주체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동아제약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몇 년전 신제품을 개발했는데 경쟁사의 제품보다 품질도 뛰어난데다가 광고비까지 수 백억 원을 뿌려 업계에서는 모두 히트를 점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 경쟁회사의 제품에 밀려 찬 밥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동아제약이라는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낯 선 회사였기 때문이라는 군요. 그런데,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박카스'가 바로 이 동아제약의 제품이라면, 곧이 들리겠습니까? '박카스'를 만든 회사가 낯 선 회사라니? 그렇습니다. '박카스'라는 주력제품이 수 십 년 동안 시장을 석권하는 사이에 동아제약이라는 '모태'는 그만 박카스의 뒤에 가려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박카스가 드링크류 중에서는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그것 하나 만으로도 돈은 많이 벌겠지요. 그러나 '박카스'라는 효자상품 때문에 동아제약이라는 회사가 종합제약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 버린 것입니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지금까지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따봉'이라는 말, 기억하시죠? 그런데, 그것이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을 선전하던 말인지 기억하시는 분은 있나요? 이런 경우를 광고업계나 마케팅 업계에서 찾을라 치면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지용도 "옥천의 지용"으로 자리매김이 되어야지 "지용의 옥천"이 되어서는 자칫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옥천을 문화도시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용을 아우르는 형식이 필요하지 지용을 내세우는 형식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군요. 그래서 앞으로 지용의 활용방향을 '지용으로 대표되는 옥천의 문화' 혹은 '지용으로 대표되는 문화도시 옥천'을 만들고, 알리는 쪽으로 설정하여야 할 것이며 지용 자체를 내세워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저와 다른 견해나 의견이 있으신 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옥천신문의 게시판이나 메일을 통해 영양가 있는 의견들을 부탁드립니다.
2000-11-13 22: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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