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께 드리는 글
 전 변
 2000-11-13 22:12:19  |   조회: 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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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옥천신문에 실린 군수님의 인터뷰기사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자화자찬이 많아 조금 민망스럽기는 했지만 그 만큼 자신감이 있는 듯 하여 보기 좋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옥천을) 문화예술군으로 가꾸"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것은 옥천의 비젼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농업군, 환경군, 사회복지군 등에 관한 말씀도 함께 하셨지만 그런 것들은 어떤 '큰 그림'을 이루기 위한 요소(소재)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그 '큰 그림'이 바로 '문화예술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선 두 가지 이유에서 군수님의 이번 비젼제시를 환영합니다. 첫 번째는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당위론적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옥천의 미래는 문화, 예술에 달려있다'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되므로 여기에서는 두 번 째 이유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군수님께서는 50년 후, 아니 100년 후의 옥천의 모습을 상상해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손자들과 그 후손들에게 어떤 모습의 옥천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셨을 줄로 믿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옥천의 대차대조표를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옥천이 대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아니, 다른 고장 사람들에게 옥천하면 생각나는 것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무엇이라고 대답할까요. 포도, 정지용, 육영수여사, 뭐 이런 정도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특출난 문화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난 관광지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것도 아니니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나(각각 농업, 문화, 사회복지를 상징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포도는 옥천보다 더 이름난 산지가 많다는 점에서, 지용은 걸출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 하나만으로는 조금 빈약하다는 점에서, 육영수여사는 지명도가 높기는 하지만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각각 옥천의 상징이라고 내세우기가 조금 주저스러웠던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그 동안 우리 옥천은 '주제'가 없는 도시였던 셈입니다. '주제'가 없다는 것은 색깔이 없는 도시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무주 하면 청정도시, 부천은 영화의 도시, 광주는 예향, 춘천은 호반도시, 청주는 교육도시 뭐 이런 독특한 옥천 만의 색깔이 없이 '그냥'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것은 관선 단체장이 갖는 한계일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옥천을 '주제가 있는 도시'로 가꾸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제'는 21세기에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인 '문화, 예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군수님의 비젼에 다시 한번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이런 것들과 관련해서 군수님께 몇 가지 건의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문화인프라의 확충'에 힘을 기울여 달라는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이 무슨 선언이나 구호, 또는 이벤트성 행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공업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도로, 항만, 전력 등의 기반시설이 우선해야 하는 것처럼 문화도시의 조성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용량이 크고 성능이 좋은 하드웨어라야 다양하고 많은 소프트웨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인적자원의 유치'에 힘 써 달라는 것입니다. 옥천에 거주하는 문화, 예술인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 예술인들을 옥천으로 유치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펼쳐 달라는 것입니다. 문화도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주민이 문화, 예술을 생활화하는데 있겠지만 그 전 단계로서 예술인의 지역유치는 꼭 필요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화도시에 있어서 예술인은 그 자체가 자본이고 하나의 상품이며 하드웨어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에서 외국의 자본이나 회사를 유치하기 위하여 세금감면, 보조, 융자, 부지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하나의 시범 사례라 볼 수 있겠습니다.

세 번째로는 이런 사안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문기구의 설치입니다. 여기에서 '민간인'이라고 강조한 것은 주민이 참여하지 않는 문화 예술은 그 존재가치가 없다는 기본적인 의미와 함께 이 기구에서 결정된 방안이 지속적으로 시행 될 수 있게 담보하자는 의미, 그리고 기존의 명망가 중심의 무슨 무슨 위원회형태를 탈피하자는 의미 등을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개발하여 시행하다가도 정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방향이 바뀌는 것을 자주 보아왔습니다. 이 사업 자체가 10년이 소요될지 20년이 소요될지 모르는, 그야말로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 동안에 단체장이 바뀌어도 후임 군수도 손댈 수 없도록 주민을 대표하는 민간인들이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미입니다. 또한 그 구성원에 대해서도 몇몇 지역의 명망가가 아닌 보통사람 즉,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문화, 예술과 여성의 섬세한 감성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지역 예술인들, 경제적 안목으로 문화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제인, 일선 선생님, 문화와 농업을 접목시킬만한 자질을 가진 농업인 등을 말하는데, 이런 분들로 구성된 기구라면 뭔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이런 모든 것들을 군수님의 '임기 내'에 마칠 생각은 마시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한 번에 모든 것을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겠다. 초석을 놓는 것으로 만족하고 나머지는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겠다"라는 말씀이 얼마나 우리 국민을 믿음직스럽게 했는지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군수님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두는 것만으로도 옥천의 역사에 남을 인물이 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적절할 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는 밤이 되면 거의 텅 빈다고 합니다. 낮에는 도심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퇴근하면 도시 외곽의 전원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군요. 우리나라도 빠르면 수 년 안에, 늦어도 10 년 안에 그런 현상이 올 것입니다. 그것은 IMF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수 년 전 유행처럼 번지던 전원주택 붐이 잘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대도시 인근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그들을 유입시키기 위하여 별의별 유인책을 다 동원할 것이 분명합니다. 지역의 세는 인구수와 비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옥천도 행인지 불행인지 대전이라는 큰 도시와 인접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상권을 빼앗기고 우리에게는 그다지 절실하지도 않은 문제로 과도한 규제를 받기도 하는 등 썩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습니다만 이제는 그런 불리했던 지정학적인 조건을 거꾸로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약 2년 전 한 조사기관에서 흥미로운 조사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30-40대 주부들을 상대로 어떤 주거형태를 원하는지 묻는 조사였는데 응답자의 70%이상이 전원주택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전원주택으로 옮길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을 묻는 질문에는 거의 80%에 이르는 분들이 '문화생활의 곤란'과 '자식들의 교육문제'를 들었다고 합니다.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겠지만 이것은 문화, 예술을 옥천의 주제로 삼고자하는 우리에게 당위성을 부여해 주는 동시에 방향까지 제시해 주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수님께서는 '환경군수'로 불리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옥천의 환경이란 우리가 자율적으로 이루어 낸 것이 아니고 대청댐이라는 '괴물'로 인한 타율적인 규제에 의하여 이루어진 측면이 강합니다. 그런 상황에서야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생색이 안 날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옥천이 아무리 환경을 잘 보전한다 해도 외지인들이 강원도의 오지나 무주구천동만 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브랜드'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군수님께서 옥천을 '문화 예술'의 고장으로 가꾸겠다는 말씀은 100년 후를 대비한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실을 맺기를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도 드리겠습니다.
2000-11-13 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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