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만 남은 지역화폐 100억원 기사
 고향
 2020-11-25 17:30:26  |   조회: 2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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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잘 봤습니다. 지역화폐 사용액이 100억원을 넘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보입니다. 다만, 기사를 읽고 나서 궁금한 점이 너무 많이 떠올랐습니다.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입니다.

저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글에서 부정확한 언급이나 괜한 우려를 표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생각해보아야 할 과제는 여럿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사가 아쉬웠던 건 지역화폐 100억원 달성 외에 의미 있는 문제 제기나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지역화폐는 ‘지역 내 돈이 돌게 하자’라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캐시백 제도도 도입됐고, 각 지자체마다 앞다퉈 할인율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캐시백 제도는 소비액의 일부를 돌려줄 테니 지역 내에서 돈을 쓰라는 유인책입니다. 현재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도입했습니다. 대유행이 된 겁니다.

문제는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이 조금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자체도 분명 있으며, 단순히 ‘좋은 정책이니까 따라하자’ 혹은 ‘다른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데 우리가 하지 않으면 손해다(예를 들어, 대전에서 캐시백과 지역화폐 제도를 하고 있는데 옥천군이 하지 않으면 옥천에서 소비여력이 대전으로 빠져나가기 때문) 라는 생각에 모든 지자체가 앞다퉈 지역화폐를 만들고 있습니다. 유행은 논리라기보다 감정입니다. 뒤쳐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또 유행에는 반작용과 그늘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옥천신문 기사를 보면 단순합니다. 지역화폐 사용액이 100억원을 넘었다 – 카드형 지역화폐 비중이 90%에 달한다(편의성과 10% 캐시백 유인책으로 사용량이 늘었다) – 그런데 실질적 효과는 모른다 – 그래도 10% 캐시백에 대한 주민 반응은 뜨겁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가 궁금한 부분은 지역화폐 100억원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기사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확인 가능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물론, 효과를 확인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지역화폐 정책 의도는 대전(다른 지역) 나가서 쓸 돈을 옥천에서 쓰게끔 유도하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사용된 100억원 중 대전으로 빠져나갈 뻔하다가 정책 효과로 인해 옥천으로 흘러 들어온 돈이 어느 정도일까요. 지역화폐 정책이 없을 때, 지역 주민 2만명이 월 100만원씩을 옥천에서 사용해왔다 쳐도, 원래 지역 내에 도는 돈은 200억원 정도입니다. 사용된 100억원에는 분명 허수가 섞여 있습니다.

캐시백으로 인한 소비 효과도 의문입니다. 만약 70억원 정도가 캐시백 제도로 유입된 돈이라면, 환급 받은 돈(세금) 정도만 소비가 이뤄졌는지, 아니면 그 돈이 마중물이 돼 소비자의 지출이 늘어났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지역화폐 정책이 쓸모 없다거나 없애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그 실효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경우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사 제목과 기사의 양, 기사의 대략적 내용만 봐서는 옥천 지역화폐가 대단히 성공적인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우려되는 부분도 여럿입니다. 몇 달 전 화제가 됐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A,B 지자체의 경제규모가 상이하다면 지역화폐가 소규모 지자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풀어 설명하자면, 곳간 차이가 나는 지자체별로 지역화폐 발행액과 할인율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대전 대덕구의 경우 15~25% 캐시백해주고 있지만, 옥천은 10%이죠. 대전은 옥천과 가깝고 꽤 많은 주민들이 대전에 나가 돈을 쓰기도 합니다. 옥천 주민은 대전 지역화폐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선한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경제성에 따라 움직입니다. 할인율이 높은 지역화폐가 있다면, 그것도 옥천보다 훨씬 사용처가 많은 대도시라면 지역 내 돈이 더 빨리 유출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확인된 데이터는 없습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옥천 주민 중 대전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돈은 어느 정도 쓰이고 있을까요)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면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할인율 경쟁에 옥천이 광역시를 이길 수 있을까요.

또 하나는 지역화폐 정책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카드형 지역화폐는 전연령층에게 골고루 이용되고 있을까요. 노인 인구가 많은 옥천 특성상 노인들의 카드형 지역화폐 이용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카드형 지역화폐를 쓰기 위해선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해야 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없거나 사용이 익숙치 않은 특정 연령, 계층의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정책이 모두에게 효과를 주기는 물론 어렵겠지만, 같은 세금 내고 누군가만 혜택을 보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비자발적으로(본인 의사에 반해서)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입니다. 제가 알기론 옥천도 지역화폐 중 정책 발행 비중이 있는 걸로 압니다. 출산지원금이나 기초수급자 지원금 등 현금성 복지혜택 대신 지역화폐로 주는 겁니다. 본인 의사에 따라 카드형 지역화폐를 발급받은 사람이라면 불만이 없습니다. 필요하면 충전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서랍에 모셔두면 됩니다. 다만 본인 의사에 반해서 지역화폐를 받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불만이 있지 않을까요. 쓸데 없는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확인해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지역에서 써야 하는 돈이 분명 생길 수도 있는데 강제로 지역화폐를 받는 게 옳은 걸까요.

이외에도 짜잘한 의문점이 계속 듭니다. 지역화폐가 특정 업종으로만 몰리고 있진 않은지, 대전 인근 지역의 상권들은 대전 지역화폐로 인해 매출액이 줄고 있지는 않은지, 특정 기간 동안 캐시백을 20%로 올린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적절한지, 옥천군은 지역화폐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할 생각은 없는지 등 입니다.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기사가 크게 나가고, ‘지역화폐가 우리 일상을 바꿔놓았다’ 라는 식의 칼럼이 나오는 건 다소 성급하다고 봅니다. 정책의 효과가 정말 있는지, 부작용과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겼어야 합니다. 길게 쓰였지만 잔가지만 가득한 기사와 칼럼이었습니다.

더 밀도 있고 균형 있는 기사를 기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11-25 17: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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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2020-11-26 07:57:26 203.xxx.xxx.151
옥천군은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하다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계기로 유통액이 증가된 것으로 다른 성공한 시 ,군과는 성과 자체가 전혀 다른거 같습니다.
지역화폐가 왜 지금깥은 어려운 시국에 우리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무럿이필요한지 군수님 위원님 담당자님들 좀 더 노력을 해주세요

고향 2020-11-25 21:22:19 175.xxx.xxx.125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게 있는데, 향수신문을 보니 현재까지 옥천 지역화폐가 91억원 유통되었고, 그 91억에는 옥천군 재난지원금 53억원이 포함된 수치였네요. 개인 충전액은 38억원이고요. 기사를 다시 보니 재난지원금 얘기도 있긴 한데, 저는 순수 개인 충전액이 100억원에 달한 줄 알았습니다.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기사는 좀더 정확하게 쓰셔야죠. 오히려 향수신문이 수치를 정확하게 표기했습니다. 지역화폐 정책의 효과를 논할 때, 군에서 재난지원금으로 푼 53억원은 논외로 쳐야한다고 봅니다. 53억원이 지역 내에 큰 보탬이 된 것은 맞습니다.
다만 지류형, 카드형 옥천 지역화폐가 얼마나 활성화 되고 있는지는 개인들이 어느 정도 충전해서 돈을 쓰고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궁금이 2020-11-25 20:58:07 118.xxx.xxx.181
지금 쓰신 글의 의도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지역화폐 무용론인지?

옥천에서 지역화폐 실효성이 의심이 가신다는 건지?

정확한 팩트가
아리송하네요???

저도 정책에 관해 잘 모르지만
전국 28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너나 할꺼없이 도입하고 있는데...

할 일 없이 심심해서 따라하지는 않을것이고 정책을 추진하는 자치단체장과
정책을 추진하는 분들의 의지에 따라서 실패와 성공이 분병하게 차별되어 찬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옥천 지역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 없었나 하는 것은 조사할 필요가 뭐 있을까요?

어쨌든 지역화폐 유통액을 보면 그 자체가 지역에서 소비되고 순환되었다는
사실이고 그것이 팩트라 봅니다

옥천은 특히 공무원분들이
대전이나 청주 인근에서 출퇴근 하시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 한번 나가 지켜보세요

군을 위해 일하시는 공직자분들과
군민 모두가 옥천을 사랑할때 지역화폐도
성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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