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 늘 신바람나게 살아요”
“즐거운 인생, 늘 신바람나게 살아요”
[내고향 옥천] 국제화원 대표 황인권 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2.08.07 00:00
  • 호수 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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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면 석탄리 출신의 출향인 황인권씨

2,30대가 끓어오르는 젊음을 열정으로 소화하고 있는 세대라면 황인권(51)씨는 50대의 일상을 리듬감있게 조율하며 즐기는 항해사 같았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진 ‘관계’를 즐기는 듯 했다.
 
인터뷰 도중 걸려오는 전화내용을 잠깐 엿들어도 그가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방금 걸려온 전화는 고향 후배인데, 요즘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해서 제가 병원을 소개해 줬거든요. 그런데 오늘 퇴원한다네요. 잠깐 ‘대화’ 좀 나누자고 화원에 들리라고 했어요”
 
그는 ‘대화’라는 말을 즐겨 썼다. 사람과의 대화를 즐기는 듯 했다. 평소에도 주위 사람들이 상담을 하러 자주 찾는다고 했다.   옥천에서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수줍음이 많아 여학생들이 다니는 곳은 일부러 피해 다녔다는 황씨. 지금은 예전의 그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활기차고 사교성이 넘쳐 보였다.
 
“학교(옥천실고 20회)에서 배운 것이 화훼원예, 보통작물, 과수재배 등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흙을 자주 만져보고 흙을 아니까. 이 일을 시작하게 됐죠”  아침을 촉촉이 적셔주는 빗방울이 화분사이의 거미줄과 푸른 잎에 살포시 걸려 있다.
 
“올해 신대전로타리클럽 회장을 맡았어요. 봉사하면서 사는 즐거움, 직접 해보지 못한 사람은 몰라요. 무얼 바라고 명성을 얻는다기보다 남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그걸로 충분하죠” 그는 최근 봉사활동을 얘기하며 희열에 차 있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사람 사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여기 살면서 동네 후배들 넷이서 의형제를 맺자고 해서 5명이 의형제를 맺었어요. 어려운 일 서로 품앗이하고, 마을을 위해서 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같이 힘을 합해 보자고 했지요”   마침 의형제를 맺은 과일가게 동생이 와서 아직 밖으로 내다 놓지 못한 화분을 마치 자기 일인양 손수 내다 놓는다.
 
화원 앞에 나무뿌리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이 내심 궁금했는데 그가 털어놓는다.  “틈날 때마다 나무뿌리를 모아서 공예를 해요.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공예예술을 배웠어요. 요즘에도 유명한 공예품 예술가가 있는 곳이면 바로 찾아가요” 낮선 사람과의 인연을 맺으면서 그는 사람사이의 관계를 제일 값진 재산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가만히 생각을 했죠. 술 먹고 몸 축내는 것보다 뭔가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봐야겠다고. 뿌리공예를 하니까 참 좋아요. 직접 만든 공예품들을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니까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그는 기자가 가져간 신문을 펼쳐보며 신문에 나온 ‘청마장승깎기’에도 남다른 관심을 표하며 이것저것 물어봤다. 시간이 난다면 꼭 참가해 보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는 그래도 고향에 가서 살아야죠. 지금 석탄리에 농장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거기 가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남곡리에 계신 어머니 때문에 고향은 자주 찾는다는 그는 해양학과에 다니는 딸의 논문을 도와주기 위해 서해안 곳곳을 돌아다닌 1남4녀의 자상한 아버지다.
 
마을일에 솔선수범해서 나서고, 어려운 사람 돕는 일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열심히 사는 황인권씨는 이 시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중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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