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성노예)' 문제, 한일 관계 넘어 해답을 찾자
'위안부(성노예)' 문제, 한일 관계 넘어 해답을 찾자
14일 '위안부' 문제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 논의하는 좌담회 개최
  • 박누리 기자 nuri@okinews.com
  • 승인 2016.06.17 11:42
  • 호수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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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회 대담자로 참석한 정연진(사진 오른쪽)씨와 고은광순(왼쪽)씨.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자 문제를 논의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현주소와 우리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지난달 발간된 책 '제국의 변호인 박유하에게 묻다' 열아홉 명의 공저자 중 두 명 고은광순씨와 정연진씨를 대담자로 한 좌담회가 열렸다. 저녁 6시30분 옥천문화원 문화교실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5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찾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좌담회는 두 대담자의 강연을 들은 후 참석 주민들의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여성동학다큐소설 기획과 집필에 참여했던 고은광순씨는 '동학'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본 제국주의와 조선의 '악연'을 짚어갔다. 일본군의 동학도 토벌 이후 길고 긴 식민지배가 이어졌음을 설명한 고은씨는 "당시 일본은 전쟁과 식민지배로 동아시아 국가들을 약탈했는데 그 명분 없는 전쟁에 병사들을 동원하기 위한 미끼가 바로 '성노리개', '위안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 후에도 한미일 관계 속에서 한국은 제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하지도, 사과를 받지도 못했다"며 "그러나 '소녀상'으로 인해 일본의 만행이 알려지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되지 못하는 등 동상에 불과한 소녀상이 백만대군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고은씨는 옥천 지역에서도 이 같은 소녀상 건립이 추진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여성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베스의 '매직넘버 3.5%'를 언급하며 강연을 마쳤다. "전체 인구의 3.5%가 능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한 저항운동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 고은씨는 "우리나라 인구로 따지면 100만명 정도에 해당하는 숫자인데, 낮은 장벽으로 하나라도 더 많은 민중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한다"며 "갑오년의 기운을 받아, 삼일운동의 기운을 받아 정순철과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에서 소녀상 하나 정도 만들면 대단히 좋겠다. 오늘 이 모임이 새로운 기적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미교포로 미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을 주도했던 정연진씨는 '미국에서 바라본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 같은 활동을 해온 정씨는 '과거사 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도 친일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하길 바라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말한 정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인권이 짓밟힌 문제인 만큼 세계사적 보편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만약 베트남전 때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등의 범죄에 대해 우리가 먼저 사과하고 배상한다면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이 더 당당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는 것 못지 않게 그때 우리는 왜 나라를 빼앗겨서 백성이 고통을 받아야 했는지, 그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문제는 결국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일 간 관계를 뛰어넘어 평화운동, 통일운동과 연계해 나아가야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정씨는 "우리가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한 이 문제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남북은 물론 일본의 깨어있는 시민사회,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지구촌 시민들과 연대해야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이 문제를 해결할 길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1시간가량의 강연 후에는 좌담회 참석 주민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강연 내용에 대한 추가 질문 뿐 아니라 향후 지역에서 소녀상 건립을 비롯해 8·15 등을 기억할 수 있는 행사 마련, 주부들과 어린이를 위한 역사 모임 추진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역 축제 개최 시 소녀상 건립비용 마련을 위한 부스를 마련해보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정순영 사무국장은 "옥천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이 8·15 때 기념행사가 없다는 것"이라며 "올해는 이런 특정 기념일에 뭔가 모임이나 행사를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옥천읍 주민 신은실씨는 "고은광순 선생님께서 청산에 살고 계시니, 옥천 지역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해 동학 등 역사 교육을 펼쳐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고 이에 고은씨가 흔쾌히 수락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강연은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강행하려는 시점에서 지역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로 옥천신문사가 주최한 것이다. 故정구영 선생의 조카이기도 한 정연진씨는 "이달 초부터 전국에서 진행해온 '제국의 변호인…' 저자와의 대화 행사 마지막을 옥천에서 장식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주민들께서 찾아주셔서 무척 뜻 깊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옥천신문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okinews/)에서 강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위안부' 문제를 함께 논의해보는 좌담회에는 지역 주민 50여명이 참석하는 등 열띤 관심을 보였다. 사진은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주민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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