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우리에겐 무지개 정치가 필요하다(3)>실체 모호한 '중도 개혁' 길 찾는 국민의당
<기획-우리에겐 무지개 정치가 필요하다(3)>실체 모호한 '중도 개혁' 길 찾는 국민의당
새누리 수구보수·더민주 낡은진보 양비론 전략
기존 양당체제 깰 새로운 정치력은 부재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6.03.18 11:11
  • 호수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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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사진 설명국민의당은 최고위원회의에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국민을 직접 초대한다. 16일에는 최훈민(22세) 씨투소프트 대표를 초대해 '청년이 바라는 정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회의석상 뒤로 '대한민국 제3당'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출처: 국민의당 블로그>

국민의당은 이제 막 창당 한달을 넘긴 신생 정당이다. 사람으로 치면 걸음마도 떼지 못한 갓난쟁이지만 국회 의석 300석 중 19석(16일 기준)을 지닌 원내 제3정당이다. 앞으로 한 석만 더 얻으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두 거대 정당이 양분하고 있는 국회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 정당을 표방한다. 새누리당을 '수구 보수'로, 더불어민주당을 '낡은 진보'로 호명하며 스스로의 길을 합리적 개혁으로 부른다. 여야 간 토론이나 대화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 정치 현실에서 극단적 대치가 아닌 제3의 길을 추구하는 중도 정당은 새로운 좌표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말하는 '중도 정당'이란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호하다는 사실이다. 국민의당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민주통합당 출신이다. 지역적으로는 호남에 편중돼 있다. 새로운 정당, 새로운 정치의 향기가 별로 나지 않는다.

■ 국민의당, 이념적으로 유연한 정당?

'국민을 분열시키는 낡은 정치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없습니다. 기득권에 얽힌 비효율적 관료정당체제로는 유권자의 변화열망을 담아낼 수 없습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오늘 우리 국민의당은 시대변화에 뒤쳐진 낡고 무능한 양당체제, 국민통합보다 오히려 분열에 앞장서는 무책임한 양당체제의 종언을 선언합니다. 적대적 공존의 양당구조 속에서 실종된 국민의 삶을 정치의 중심에 바로 세우겠습니다... 국민의당은 국민 분열에 앞장 선 양당체제에 맞서 민생을 위한 합리적 개혁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기준은 오로지 국민의 더 나은 삶입니다. 우리는 이 목적을 향해 이념적으로 유연할 것입니다. 의제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를 펴면서 합리적 개혁을 정치의 중심에 세울 것입니다.'

지난 1월10일 발표한 국민의당 창당 발기 취지문의 일부다. 국민의당은 '1970년대식 개발독재(새누리당)와 1980년대식 운동권 체질(더불어민주당)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양당체제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정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중도 정당의 탄생을 알리는 취지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정치 풍경은 특정 명망가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과 철새정치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그랬다. 대통령이 정점에 있고 그를 따라 집권여당이 만들어지면, 지역정치도 우루루 몰려다니는 그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을 통해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를 펴면서 합리적 개혁을 정치의 중심에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힘있는 중도 정당이 탄생하면 정말 정치가 달라질 수 있을까.

지난 30년간 국회가 걸어온 흔적이 실마리를 제공한다. 제12대~제15대 국회는 교섭단체 요건을 갖춘 원내 제3정당 또는 제4정당이 존재했다. 지금같이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한 정당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구조였다. 반면 제16대~제19대 국회는 이전과 달리 교섭단체 요건을 갖춘 원내 제3정당이 없었다.

다당제였던 제12대~제15대 국회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 쟁취 △지방자치선거 부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정 △전 국민 국민연금 시행 △전 국민 건강보험시대 개막 △고용보험제도 도입 △5공 비리 청문회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 실시 △사회보장기본법 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등 우리 사회 정치적 자유와 복지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많은 역할을 해냈다.

반면 양당체제가 굳어진 제16대~제19대 국회는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 소추와 △한미 에프티에이 추진 등 쟁점마다 극한 대립과 몸싸움이 수시로 벌어졌다. 국회의사당에 햄머와 전기톱, 최루탄이 등장했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와 몸싸움, 타협을 배제한 장외투쟁이 고정불변의 법칙처럼 되풀이 됐다.

데이터정치연구소 최광웅 소장은 '(제3정당 등) 완충지대가 없이 직접 맞대결이 이루어지는 양당체제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이 유난히 많았다. 어떻게든 통과시키려는 여당은 민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대개 이념적 성격이 뚜렷한 법률이거나 혹은 주된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할 때 이런 격렬한 충돌이 발생하곤 했다. 국가본안법, 사학법, 언론관계법 등이 그것이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도 마찬가지다. 2014년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통과시킨 세월호 특별법도 야당에게는 지지층의 결집이지만 여당 입장에서는 지지층의 반대가 완강했던 사안이다. 이렇듯 국민 전체를 보지 않고 자기 지지층만을 의식하는 양당 대결 구도 속에서는 결코 희망을 주는 정치가 실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책 '바보선거' 중에서).

■간판은 국민의당인데 사람은 민주통합당이네

두 거대정당이 장악한 양당체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는 반대 결과를 가져왔다. 그 틈 속에서 국민의당은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를 싸잡아 비판하며 합리적 개혁을 앞세운 중도 정당의 깃발을 올렸다.

안철수 대표는 정치에 입문한 후로 줄곧 중도 입장을 표방하는 동시에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를 밝혔다. 2011년에는 당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해 '나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함께 창당하며 한때 공동 노선을 걷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 방향을 두고 문재인 대표와 이견을 드러내며 1년만에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국민의당은 합리적 개혁을 앞세운 중도 정당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보여준 지난 두어달의 활동을 보면 그들이 말하는 중도 정당이란 것이 무엇인지 의아하다. 먼저 국민의당은 현재 19명의 국회의원이 있는데 이중 15명이 제19대 총선 및 이후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민주통합당 출신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광주 6명 △전남 4명 △전북 3명 등 호남 지역이 13명을 이루고 있다. 나머지 6명도 △서울 △경기 △인천 세 곳에 불과하다. 적어도 당의 인적 구성과 지역적 연고에서는 기존 정당과 차별화 되는 새로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구성은 국민의당이 처음부터 제20대 총선을 대비한 선거용 정당이란 의심을 갖게 만들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이 야권통합을 제안하자 국민의당은 크게 술렁 거렸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개헌저지선을 내주면 우리 당이 설령 80~90석을 가져도 나라의 재앙이다. 개헌선을 새누리당에 넘겨주면 국가에 어떤 미래도 없다. 헬조선으로 간다"고 말하며 야권통합을 주장했다.

하지만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를 모두 비판하는 안철수 대표는 야권통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대표는 야권통합과 관련해 13일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가 대립하면서 공생하는 이 구조를 깨지 않고는 도저히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의 길을 찾을 수도 답을 찾을 수도 없고, 정권교체의 희망도 찾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국민의당은 그래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총선은 과거 대 미래의 싸움입니다. 낡음과 새로움의 싸움입니다. 국민의 당은 낡은 생각·낡은 리더십·낡은 제도와 싸우기 위해 태어난 정당입니다. "라고 말하며 자신만의 중도 개혁 노선을 분명히 했다.

■ 보수·진보 없는 정당 구조 위에는 중도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당이 말하는 중도 정당의 모습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들이 보여준 국회 표결에서도 중도 정당의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한 지향을 읽기가 쉽지 않다. 국민의당은 재벌에 특혜를 주고 소수 주주의 이익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에 대해 '당론'으로 찬성했다. 참여연대는 원샷법에 대해 '소수주주와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된 특혜를 경제활성화로 포장해 재벌에게 선물했다.'고 비판했다.

농촌 지역의 대표성을 무시하고 비례대표를 축소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도 역시 찬성했다. 이 법률 통과로 남부3군은 괴산을 포함한 남부4군의 선거구가 됐다.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온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김영환 의원 1명만 반대했고 권은희 의원을 비롯한 16명은 불참했다. 불참은 본회의에 출석은 했지만 법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기득권 정당이라며 한묶음으로 비판하는 안철수 대표의 화법은 곧잘 양비론으로 나타난다.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테러방지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이나 막아서는 야당이나 무능함 그 자체'라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기존 정치판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하면서도 이를 대체할 구체적인 대안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비판의 연장선에는 국민의당이 추구한다는 중도 정당이란 지금의 정당 구조에서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중도란 보수·진보가 양 끝에 분명하게 있을 때 비로소 존재의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진보 정당으로서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 사이 어디쯤을 추구하는 중도 정당이란 실체없는 허상에 가깝다는 것.

풀뿌리 자치연구소 이음 하승우 소장(옥천읍 가화리 주민)은 한국의 정치구조는 보수/진보라는 구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하 소장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진보로 구분되는 정당이 아니라 하나의 기득권 정당으로 묶어서 볼 수 있다"며 "국민의당이 새누리와 더민주 사이에서 중도를 찾는다면 그건 중도가 아니라 똑같은 체제 안에서 추구하는 기득권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짜 중도의 의미가 있으려면 새누리·더민주 대 녹색당·노동당 사이에서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의 국민의당은 불가능하다"며 "(나쁜 결과로) 선거가 끝나면 없어질지도 모를 정당"이라고 말했다.

■ 국민의당  의원 명부 (3월16일 기준)
이름 19대 국회 입성 경로 당선 당시 소속 지역구
권은희 2014년 재보궐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구을
김관영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전북 군산시
김동철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광주 광산구갑
김승남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전남 고흥군보성군
김영환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경기 안산시상록구을
김한길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서울 광진구갑
문병호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인천 부평구갑
박주선 19대 총선 무소속 광주 동구
박지원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전남 목포시
신학용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인천 계양구갑
안철수 2013년 재보궐 무소속 서울 노원구병
유성엽 19대 총선 무소속 전북 정읍시
임내현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광주 북구을
장병완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광주 남구
전정희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전북 익산시을
주승용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전남 여수시을
천정배 2015년 재보궐 무소속 광주 서구을
최원식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인천 계양구을
황주홍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전남 장흥군강진군영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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