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의 고향, 테마가 있는 고장으로 발전하길..."
"추억속의 고향, 테마가 있는 고장으로 발전하길..."
[내고향 옥천] 대전광역시 '속편한내과' 박찬욱 원장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2.07.04 00:00
  • 호수 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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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리에 부모님이 계세요. 자주는 못 찾아 뵙더라도 2주에 한 번씩은 찾아가 뵙지요. 삼양국민학교(29회) 다닐 때 그 실개천에서 멱감고 고기잡고 그랬는데... 그 때는 길쭉한 나무책상에 나무의자였어요. 4∼5년 전부터 옛날 국민학교 은사님들 모시고 모임을 시작했어요. 금년엔 5월 달에 있었는데 외국에서 학회가 열려 참석하지 못 했네요. 모임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야 하는데...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근식이(정근식 치과원장)한테 여러모로 미안해요"

두런두런 풀어져 나오는 이야기 타래가 아른한 향수와 고향친구에 대한 미안함을 동반한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속편한 내과' 박찬욱(42) 원장은 병원 이름 그대로 속편한 웃음의 소유자다. 서울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치고 대전에 내려온 지는 6∼7년. 고향이 가까워 더 푸근함을 느낀단다.

"건양대 병원에서 일할 때 만난 4명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소화기 전문의료기관인 `속편한 내과'를 세웠죠. 작년 7월에 열었으니까 1년 되었네요" 아직도 서서히 기반을 잡아가는 중이라 고향 일에 많은 신경을 못 썼다며 미안해 한다.

"고향 사람들 병원에 찾아오면 왠지 정이 가고 살갑게 대해드리고 싶더라구요. 영덕(박영덕)이나 주현(김주현)이는 대전에서 가끔 만나는데, 옥천에 있는 재철이나 근식이에게 미안하죠" 전국에 ‘속편한 내과’라는 이름을 가진 병원은 전부 7군데. 소화기를 전문으로 공부한 의사들에게만 이름을 쓰도록 허용했단다.

"소화기 질환만큼은 종합병원 수준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여기 4명의 의사 모두 학문적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오랫동안 소화기 분야를 다뤄온 전문의들이니까요. 보통 내시경 검사라면 많은 통증을 생각하는데 수면(무통) 내시경이라고 해서 편안하게 검사 받을 수 있는 내시경 검사도 저희 병원의 자랑이라면 자랑이죠"

보통 주말도 학회에 참가하느라 반납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능하면 옥천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보내려고 한단다. "제가 좀 운동을 좋아해요. 농구를 꾸준하게 즐기면서 해왔고, 요즘에는 검도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얼마 전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가족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가족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그 것을 확장하면 고향에도 접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옥천이 포도의 고장이고 정지용과 육 여사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뚜렷한 테마의 고장으로서 정체성을 세우진 못한 것 같아요. 물론 행정적인 편리함은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지만, 옥천 만의 그 무엇을 좀 더 짜임새 있게 가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최근엔 조정래의 `한강'을 읽으며 그 옛날 경제적인 어려움을 문자를 통해 느끼고 있단다. "고향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바람은 제 욕심이죠. 거기에도 마냥 사람이 살고 있는데. 제 추억 속에만 가둬놓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발전'이라는 단어가 옛 향수를 깎아 내리지 않고 조화롭게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도 앞으로 고향 일에 애착을 갖고 도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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