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조합장 선거 흥행 실패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기획>조합장 선거 흥행 실패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기획>조합원이 달라져야 조합이 산다(1)누가 되든 관심 없는 조합장 선거
  • 권오성 기자 kos@okinews.com
  • 승인 2015.01.01 10:41
  • 호수 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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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누가 되든 관심 없는 조합장 선거
△ 2회: 조합 개혁 열쇠 조합원에게 있다
△ 3회: 선거만 잘해도 조합은 바뀐다
△ 4회: 조합 선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3월11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70일(1일 기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각 조합별로 치러지던 조합장 선출을 동시에 진행하게 됩니다. 우리고장에서는 △옥천농협 △이원농협 △청산농협 △옥천군산림조합 등 4개 조합이 조합장을 선출합니다. 대청농협은 2010년 안남·안내농협 합병으로 조합장 임기가 2년가량 남았으며, 군서농협과 옥천영동축협은 각각 옥천농협, 보은축협과 합병이 결정돼 조합장 선거를 치르지 않습니다.

조합장 선거는 조합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을 뽑는다는 점에서 향후 조합의 흥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입니다. 문제는 우리고장 조합장 선거는 그 중요도에 비해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옥천신문은 2015년 신년특별기획으로 '조합원이 달라져야 조합이 산다'기획을 시작합니다. 합병이 거론될 정도로 침체된 조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바뀌어야 하고 변화의 시작은 조합을 살릴 수 있는 일꾼이 될 조합장을 뽑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부정선거의 시작은 조합장 선거?

조합장 선거가 조합원들에게 관심을 못 받는 1차적인 원인은 조합장 선거가 공직선거보다 후진적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공약보다는 인맥과 금품전달·호별방문 등 로비를 통해 조합장을 뽑아왔던 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것. 공직선거도 같은 문제가 있지만 공약을 발굴하고 유권자에게 제시해야 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지역의 한 조합원 A씨는 "사실 누가 어떤 공약을 하는지, 저 사람이 조합 운영을 잘 할 수 있는지는 별로 따지지 않는다"며 "그보다 인맥과 출신이 중요하고 밥 사는 거에 더 쏠린다. 조합장 선거에 누가 되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라 말했다.

조합원들이 조합장 선출에 무관심한 이유는 조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비롯됐다. 조합원으로 활동하더라도 조합에 기대할만한 게 없다는 의미다. 조합이 조합원들을 위해 하는 사업으로는 출자금을 배당하고, 시설이용·상품 구매시 비용을 할인하는 것 등이 있지만 비슷한 업체와 비교해서 큰 차별성이 없다. 지난해 우리고장 농협 가운데서는 배당을 전혀 못하는 사례가 있었던 반면 새마을금고는 출자금 대비 5~6%의 배당을 하기도 했다. 농협만이 하고 있는 농산물 계약재배와 수매제도 소득비율이 일반시장과 비슷하다보니 큰 영향력이 없다.

조합장 후보로 나오는 인물 상당수가 전·현직 조합장 혹은 임직원이라는 점도 조합원 무관심을 조장하는데 한 몫 한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고장의 경우 대청농협 한영수 조합장을 제외한 모든 조합장들이 해당 조합 임·직원 출신이다. 임직원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조합장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고착화되다보니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조합 운영에 참여하기도 어렵다. 대의원회가 있다고 하지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연간 2회 안팎에 불과해 직접참여로 연결되기는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고장 조합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건 대다수 조합원이 공감하고 있다. 옥천농협과 옥천군산림조합을 제외한 모든 조합이 농협중앙회로부터 '합병권고'혹은 '합병요구'를 받았으며 청산농협과 대청농협은 합병투표까지 진행되었으나 부결되었다. 이번 조합장 선거를 제대로 치러 악화일로로 치닫는 조합을 살려내지 못하면 결국 흡수합병 되거나 조합이 해산될 것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무너져가는 조합을 살릴 조합장을 고를 수 있도록 조합장 선거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합장 선거문화를 바꾸는 게 조합개혁의 시작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청산농협 조합원 B씨는 "우리 조합은 이번에 조합장을 잘 뽑아 회생하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번 합병투표에서도 나타났듯 합병이 아니라 자립으로 조합을 이끌 사람을 뽑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적절할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내년 조합장 선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관심과 공약 요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2011년 4월 청산농협 조합장 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모습.(옥천신문 자료사진)

'공공단체 위탁 선거법'
선거운동 지나치게 제한
음성적 방식 부추기는 꼴

공약선거가 어려운 상황은 비단 옥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0월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3.11 농협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위탁선거법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논의됐다. 당시 발제자인 김현권 의성한우협회장은 토론회에서 "협동조합은 교육이 필수인데 그간 조합은 일체 조합원 교육이 없었다. 그래서 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자각할 기회도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한 데 모일 공간이 마련돼야 선거문화를 바꿀 수 있는데 제도적으로 이게 막혀 있다. 조합원들에게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 조합장 선거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조합장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공공단체 위탁 선거법'이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한해 오히려 음성적 선거운동을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와 달리 예비후보자제도가 없고 선거운동기간도 2월26일부터 3월10일로 13일에 불과하다. 선거운동도 본인만 할 수 있으며 일체 토론회도 개최할 수 없는 등 후보자들의 공약을 홍보할 기회도 적다.

조합장 후보로 출마한 C후보자는 "서로 선거법 지키자 해도 한 사람이 밥 사고 호별방문 하기 시작하면 안하는 사람만 바보 된다. 조합원이라 해봐야 얼마 되나. 이건 음성적으로 선거운동 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며 "농협마다 문제가 있는데 이걸 후보들이 어떻게 해결할 건지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대로 가면 능력이나 비전과 상관없이 인맥 넓고 돈 있는 사람이 조합장 되는 것"이라 말했다.

<조합별 출마자 (괄호 안 예상 투표인수)>
옥천농협 (3천851명)
성명 나이 고향 주요 경력
임락재 55 동이면 세산리 전 농협 상무
김충제 54 옥천읍 삼양리 농협 동이지점장
임원호 68 동이면 세산리 전 농협 이사
김용현 62 옥천읍 마암리 전 농협 상무
청산농협 (2천130명)
성명 나이 고향 주요 경력
박선옥 64 청산면 백운리 농협 수석이사
유만정 55 청산면 지전리 전 군의원
신두영 48 청성면 귀평리 농협 감사
이원농협 (1천623명)
성명 나이 고향 주요 경력
이중호 54 이원면 강청리 현 조합장
송오헌 58 이원면 장찬리 전 농협 전무
산림조합 (2천580명)
성명 나이 고향 주요 경력
오갑식 66 동이면 적하리 현 조합장

2015년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주요사무일정
일정 내용
2014년 9월21일
~ 2015년 3월11일
기부행위 제한
2014년 12월20일 농협직원, 산림조합 직원, 공무원 소속  입후보 예정자 사직기간
2015년 2월20일
~ 2월24일
선거인명부 작성
2월24일~ 25일 후보자등록 신청
2월26일 선거운동 개시
2월28일 선거공보, 선거벽보 제출
3월1일 선거인명부 확정
3월6일 개표소 공고
3월10일 선거운동 종료
3월11일 투표, 개표

'함께 모여 얘기하는 것이 조합 개혁 출발점'
<인터뷰> 농업농민정책연구소 이호중 연구기획팀장
▲ 이호중 팀장
농업농민정책연구소 연구기획팀 이호중 팀장은 이번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금권·인맥으로 얼룩진 선거문화를 정책선거로 바꿀 수 있는 기회라 봤다. 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지역사회 전체가 힘을 합쳐 개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호중 팀장은 지나치게 선거운동을 제한한다고 평가받는 선거법 아래에서도, 조합원들이 조합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의견을 모아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쌀 관세화, 농민 고령화로 점차 어려워지는 농업상황에서 지역사회의 힘을 모아 대응할 역량을 가진 곳이 바로 농협입니다. 문제는 지금 지역농협이 지역농업을 이끌어 갈만한 역량이 없다는 점인데요. 후보자들이 조합원들에게 공약을 제시하도록 선거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후보자들이 공약을 말하고 조합원들의 요구에 답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조합선거는 바뀔 수 있고 조합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지만 충분한 경험이 없는 조합원들에게는 무리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이호중 팀장은 조합원들이 모여 이야기하며 조합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한 공약을 만들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지만 충분한 훈련이 안 돼 있는 조합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조합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함께 모여서 조합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조합원들끼리 토론을 하면 문제가 도출되고 후보자로 나올 인물들에게 공약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후보자가 나오는 토론회는 선거법 위반이지만 조합원들이 모여 토론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호중 팀장은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농협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며, 이에 조합이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지역농업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 예측한다. 때문에 이번 조합장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역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화가 필요하고 핵심은 농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은 사회적 서비스가 점차 축소되는데 이를 해결하고자 사회적 경제를 구축하는 것도 농협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이번 선거를 정책선거로 잘 치러내면 침체되는 지역농업을 되살릴 초석이 될 것입니다."

 

<바로 잡습니다>

위 기사 내용 중 '조합별 출마자' 첫 번째 표 옥천농협 출마자 가운데 임락재씨와 김충제씨의 고향이 1268호(2015년 1월2일자) 지면에서 서로 뒤바뀌어 표기, 보도됐습니다.

임락재씨의 고향은 동이면 세산리, 김충제씨의 고향은 옥천읍 삼양리로 바로 잡습니다. 

임락재씨와 김충제씨를 비롯한 독자 여러분들께 혼란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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