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흥의 옥천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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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봉열 후보, 정말 왜 이러시나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2.06.06 00:00
  • 호수 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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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엔 이 난을 통해 우리고장 살림꾼에 해당되는 '군수 해보겠다'는 사람들 얘기를 주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하고 이번 주는 대충 건너 뛰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선거기간에 엉뚱한 얘기 늘어놓기도 그렇고, 했다 하면 선거얘길텐데 시기가 워낙 민감하다는 점도 그렇고,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싫었던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민감한 시기라는 점과 공정성 시비의 우려가 건너 뛸 이유로는 아무래도 명분이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기가 민감하다는 건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요구되는 시기로 해석되기도 했고, 또 공정성 문제야 독자들께 맡기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나 더, 이렇게 내가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분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삼선도전장을 내민 유봉열 군수후보가 바로 그 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일단 감사드리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용기를 주셨는지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먼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최근 유세장이나 매스컴을 통해 유봉열 후보께서 보여주신 생떼 수준의 어거지 소리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본보 3월10일자 보도를 시작으로 현직 군수(유봉열 후보)의 사유지내에서 산촌개발사업이 시행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인근 땅값 평당 10만원의 1/20수준인 평당 5천원씩에 매입했다는 점, 그나마 절반도 안되는 금액으로 군에 취득신고를 해 고의로 지방세를 탈루했다는 점 등 무수한 의혹이 제기됐다.

물론 당시에도 유 후보의 떼거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소신임을 강조하며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말로 일관했던 것이다. 필자가 여기서 떼거지라고 말하는 근거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해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이 시간까지 유 후보께서 줄기차게 어거지 소리를 하시니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필자로서야 어찌 한 마디 거들 용기가 생기지 않으랴. 이미 밝혔듯이 필자의 문제 제기는 '군수 유봉열' 명의로 생산한 군 공문서에 기인한 것이다.

유 후보는 소신과 부끄럼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어째서 그 게 소신이며 부끄럽지 않은 이유에 대해 차근 차근 설명하셨어야 했다. 그랬으면 벌써 끝났을 일을. 그런데 그 게 없었고 지금까지도 없다. 이래서 내가 어거지 소리라는 것이다.      

말나온 김에 하나 더, 유 후보가 현직 군수로서 결정적으로 실수한 대목은 또 있다. 그의 말대로 정말 떳떳했고, 그래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으며 정말 소신이었고, 용단이었다면 '어째서 군의회도 몰래 이 일을 추진했는가?'라는 점이다. 몰래하는 것도 소신인가? 이 질문에 유 후보는 음덕을 말하며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인용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3대 군의회는 이 일로 인해 체면이 보통 무너진 게 아니다. '머리를 박는다. 실시!' 교관 복장의 군수 호령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그 자세(?)를 취하는 의원님들 모습이 소개된 본보 만평을 기억하실 것이다. 오죽하면 '있으나 마나한 군의회'란 말이 다 나왔을까? 모르긴 해도 현역 군의원들중에 재.삼선에 도전하시는 분들, 이 문제가 어떤 걸림돌로 작용되며 크기는 어느 정도라는 거 요즘 충분히 실감하실 걸로 안다. 이 분들도 알고 보면 참 딱한 분들이시다. 그 모진 수모를 당하고도 뭐가 그리 미련이 남아서 또 한다고 저러는 걸 보면...

유 후보는 정말 이러시면 안된다. 한번 더해서 삼선의 위업을 달성하시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생떼를 부리시면 될 일도 안된다는 걸 아셔야 한다. 어디 지금이 목소리 크다고 통하는 시대인가? 유 후보가 계속 이러시면 유 후보 지지자들 힘빠져서 선거운동도 못한다는 걸 아셔야 한다.

최근 충북정치개혁연대에서 발표한 내용도 잘 아실 것이다. 유 후보께서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금천리 산촌종합개발사업이 부패 및 이권개입 부문에, 그 앞에 말썽이 됐던 유 후보 따님의 공무원 특채 문제가 자질 부문에 각각 걸려들어 '불명예스런 자치단체장'으로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세계에 홍보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지난해 7월14일자 본보 2면을 통해 '군수님의 헛소리'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소개했던 글의 끝부분을 다시 소개한다. 막연히 믿어달라든지 내용도 없이 합법이니, 소신이니,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느니 하는 말따위는 더 이상 하지도 듣지도 않게 되길 바라며 누구라고 밝히면 금방 알만한 군수 측근 인사의 말씀을 전한다. "금천리 문제는 누가봐도 잘못된 일이다. 군수님 말씀대로 정말 소신이었고, 떳떳했다면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밝히고 시작해야 했다"

어쨌든 한 마디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유 후보께 다시 감사드리며 끝으로 유 후보를 포함해 다음 번 군수직을 맡게 될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제의한다. 이번 선거가 마무리되는대로 최우선적으로 금천리 산촌종합개발사업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다시 처음부터 하나 하나 풀어보자고. 

[2002, 6.1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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