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흥의 옥천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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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모임, 안되는 게 아닌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2.05.16 00:00
  • 호수 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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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지역은 다 잘되는데 왜 우리고장은 안되는지 모르겠다" 지난 15일 열린 재경옥천군향우회 정기총회 자리에서 신철 회장이 한 말이다. 이번 정기총회에는 100명 남짓한 출향인들이 모였다. 신회장은 가까운 이웃 지역인 영동이나 보은과 비교해 가며 그 동네 출향인 모임은 `모였다 하면 500명 이상'이라며 갑갑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없는 인력에 곽봉호 총무가 가족까지 동원해가며 2천부가 넘는 초청장을 발송하느라 며칠 밤샘작업을 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신 회장의 이런 말씀은 정말 몰라서 그런다기 보다는 갑갑함의 극치로 이해가 된다. 사실 일을 해도 표시가 안나는 것처럼 답답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오죽이나 답답하시면 이런 말씀을 다 하실까.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심정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자 옮겨본다면, 먼저 우리고장 출향인 모임이 신 회장의 판단대로 `정말 잘 안되고 있는가?'의 문제부터 짚어보자는 것이다. 신 회장이 제시한 `잘 안된다'는 근거의 전부가 단지 모인 인원수라면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100명 남짓과 500명이상. 물론 외형상의 격차가 작은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안 어떤 행사의 성패를 여부를 가늠할 때 '모이는 인원' 즉 눈에 보이는 그 무엇만으로 쉽게 평가했던 건 아닐까? 물론 어떤 일이고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이런 생각을 표현 할 수도 있고, 또 어느정도는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게 다는 아니라는 얘기다. 숫적으로 작은 건 인정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가'도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서울생활에 젖은 바쁜 분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100명이상 모인다는 거 이 게 어디 쉬운 일인가. 100명 아니 이 보다 덜해도 출향인 모임의 존재이유나 발전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이 거 절대 빈말 아니다. 그러니까 내 얘기는 잘된다, 안된다의 판단 이전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게 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동의하신다면 진도를 나가보자. 어째서 우리고장 출향인 모임에 참여인원수가 여기에 머무는 것일까?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른 동네 출향인 모임에 비해 1/5, 또는 그 이상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울쪽만 파악된 것이 5천여 가구인, 결코 작지않은 출향인 모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걸 천하게 여기면 안된다. 물론 여기에 의미까지 살이 붙으면 금상첨화다. 출향인 모임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 무지하게 건조하다는 점이다. 막말로 재미 하나도 없다. 잘 나가는 사람들 몇이서 하는 인삿말이 전부니 잘 못나가는(?) 사람들은 뭐냐 이 말이다.

적어도 이 공간만큼은 서울이라는 삭막한 타지에서 옥천냄새가 물신 풍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고향이 옥천'이라는 이 한마디면 모든 게 통하는 잔치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세탁소를 하면 어떻고, 택시운전을 하면 어떤가. 잘나면 잘난대로 못나면 못난대로 축하와 격려를 전하며 어릴적 별명과 추억을 기억해내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출향인 작은모임이 서울하늘 구석 구석에서 힘차게 살아 숨쉬고 있질 않은가? 이런 이치를 모으고 키우면 된다는 얘기다.

나머지 하나는 군차원의 차별화된 정책개발이다. 사실 우리군에서는 그 동안 출향인의 구실만 강조해 온 느낌이 짙다. 오고 가는 그 무엇이 없다는 얘기다. 기껏해야 출향인 모임에 군수나 가면 지역 기관장들이 따라붙고 공무원 몇몇이 수행해서 분위기 잡치는 축사 몇 마디에 밥먹고 오는 게 전부 아니었던가. 조금 더 있긴 하다. 버스 한대도 못채우는 출향인 초청 행사인가 뭔가가... 

이래선 안된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정말 출향인의 구실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아니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뭔가를 찾아서 체계적으로 해야만 한다. 이번에 재경옥천군향우회 정기총회에서 얘기된 출향인 연락사무소 마련과 관련해서도 군차원의 할 일이 있을 걸로 보인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다는 건 기본 아닌가? 재미가 넘치는 출향인 모임 여기에 살을 붙여 의미를 더하고, 나아가 고향과 연계된 지원과 협력이 왕성하게 교류되는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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