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탐방] 옥천고 방송반 OBS
[모임탐방] 옥천고 방송반 OBS
  • 황민호 minho@okinews.com
  • 승인 2002.04.27 00:00
  • 호수 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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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갓 6살을 넘긴 옥천고 방송반. 35분간의 짧은 음악방송에는 소통하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가 숨겨져 있다.
정오를 알리는 학교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분주해지는 아이들의 발걸음,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방안 가득이다.

엔지니어인 우리(강우리, 2학년)는 컴퓨터에 수록된 MP3음악을 선곡하고 아나운서인 현정(이현정, 2학년)이는 은숙(김은숙, 2학년)이가 쓴 방송원고를 검토한다.

"안녕하세요. OBS점심방송입니다"라는 현정이의 멘트로 시작된 35분간의 짧은 음악방송에는 소통하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가 숨겨져 있다. 이제 갓 6살을 넘긴 옥천고 방송반, 겨울연가에서 본 애틋한 시골학교 방송반을 연상했다는 아이들의 귀여운(?) 불만이 쏟아진다.

"번듯한 큐사인 하나 보낼 수 있는 칸막이도 없어요." "비만 오면 말썽부리는 앰프도 문제고요." "더운여름이면 에어컨 하나 없어 고달파하는 장비도 안쓰러워요." UN의 `선물'이 배경음악으로 잔잔하게 흐르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는 밝아진다. "몰래 방송반에 놓고 간 사랑고백사연이나 미안하다며 친구에게 사과하는 이야기, 칭찬하는 친구들의 사연을 접할 때는 얼마나 뿌듯한데요."

"교내 교육방송을 책임지는 중요한 구실도 맡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철윤 지도교사의 말에는 방송반 아이들의 자부심이 들어있다.

앰프 조작실수로 라이브쇼를 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기장 종민(이종민, 2학년)이, 최고의 엽기 DJ로 악명을 떨친 현기(이현기, 2학년), 라디오 방송국 PD가 꿈인 우리와 은숙이, 아직 신출내기 티가 가시지 않은 재준(이재준, 1학년)이까지 자그마한 스피커를 통해 교실안의 여백을 꼭꼭 채워주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소박한 꿈이 영근다.

"나 혼자 살아간다면 정말 내 빛을 다 낼 순 없을 것 같아요." 은숙이가 쓴 마지막 멘트가 박혜경의 `고백'이란 노래에 힘을 얻어 방송은 어느새 매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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