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모습 좋아보이지 않아요?"
"물러나는 모습 좋아보이지 않아요?"
군의회 유제구 의장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2.04.06 00:00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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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지방선거에서 입후보 포기 의사를 밝힌 유제구 의장. 그는 '후배양성'이라는 대의를 찾아 포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유제구 군의회 의장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입후보 포기의사를 밝혔다. 입으로는 늘 `함께 하자'면서도 현실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논리가 판을 치는 지방정치 현실에 비춰볼 때 이번 유 의장의 입장표명은 신선함으로 다가서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유 의장이 이런 입장을 밝히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들어본다.

■먼저 입후보 포기 결심을 하게 배경부터 말씀해 주시죠.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후진 양성'이라는 대의를 생각했어요. 지난 공직자 구조조정 과정에서 200여명이나 되는 공무원들이 물러난 것도 알고 보면 같은 의미가 내포된 것이죠. 다른 사람들에게는 `물러나라'고 말하고, 스스로는 아니라고 한다면 이 건 모순이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사고는 지방자치 원리에도 위배된다고 봅니다. 아쉬운 게 없다면 거짓이지만 나이도 있고 또 의장까지 했으니 이 쯤해서 후배들을 위해 물러서는 모습도 좋아보이지 않아요?

마음을 비운 사람의 편안함이라고 할까. 유 의장의 표정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여유있어 보였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어요. 다만 발표시기를 놓고 고민을 했던 겁니다. 너무 일찍 발표를 해버리면 하던 일에 차질(유 의장은 누수현상이라고 표현했다)이 생길 거라는... 구체화 한 건 지난 달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 의견을 말했고 다음 날인 4월 1일 주위분들과 여럿이 상의해서 결정을 내린 겁니다.

■주위 모든 분들의 입장이 같던가요.
□(웃음) 그럴리가 있나요. 대부분이 제 뜻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일부에서는 더 해야 한다는 만류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어떤 분들은 나서서 돕겠다는 아주 적극적인 입장을 전해오기도 했고요.

■의정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보람이라면...
□무엇보다 보람으로 느끼는 점은 건교부를 들락거리며 자연환경지역 건폐율을 조정한 점입니다. 2000년 12월 발표된 건교부령에 따르면 자연환경지역 건폐율이 20%였습니다. 큰 일이라는 생각으로 건교부를 찾아다니며 노력한 결과 40%로 조정되는 결과를 얻은 게 아주 큰 보람으로 여겨집니다.

■아쉬운 점도 있을텐데요.
□그린벨트 문제와 대청댐 규제로 인한 지원대책이 미흡합니다. 그린벨트 문제는 수혜도시가 대전인만큼 이로인한 우리지역의 피해는 당연히 수혜도시에서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아니면 중앙정부에서 부담을 하던지요. 이 게 미흡합니다. 이런 부분을 의정활동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고요, 대청댐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군수로 상징되는 집행부 견제 감시기능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주시죠.
□현행 지방자치제의 한계를 느낍니다.

■제도적 한계를 느낄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이신지요?. 쉬운 예로 지난해 여론을 들끓게 했던 유군수 사유지내 산촌종합개발사업만 해도 군의회 무용론이 떠돌만큼 군의회가 제대로 기능을 못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적 한계는 그 거대로 인정하더라도 그나마 기능은 살려가면서 그런 주장을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그런 게 아니라... 의원들이 다 생각이 달라요. 아무리 제가 의장이라 해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업 집행권을 쥐고 있는 집행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유 의장이 당혹해 하는 게 역력했다.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한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별로없다. 그러나 우리가 의원들에게 `그 한계를 느낄만큼의 의정활동은 활발했느냐'고 물을 때,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의원들이 지금 유 의장을 포함해 몇이나 될까? 여기에 자신있게 답을 내릴 수 없다면 지금 유 의장처럼 용단(?)을 내리고도 이렇게 얼버무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견제와 감시'라는 군의회 본연의 기능이 살아있는가, 아니면 말 뿐인가에 따라 경쾌한 답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재선에 도전하실 경우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던 상황에서 유 의장의 이번 입후보 포기의사 발표가 용단으로 얘기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다른 재선, 삼선 도전자들에게 유 의장의 이번 발표가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런지요.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이 질문에 대해서도 유 의장은 아주 난감해 했다)

유 의장 나름대로 깊이 생각을 했을 것이고, 주위사람들과 충분히 상의한 결과 `후진양성'이라는 대의를 찾아 입후보 포기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말은 생각의 표현방식이다. 말이 없다고 생각마저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 의장 머릿속엔 재선, 삼선을 위해 뛰어다니는 동료들의 표정이 복잡하게 겹쳐 지나갔을 것이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한 사람에 대한 칭찬이 다른사람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생각을 떨쳐버리고 후진양성이라는 명분을 찾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유제구 의장의 용단에 대해 `신선하고 아름답다'면 무리일까?.

이런 유 의장에 대한 평가들이 기존의 재선, 삼선을 노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부담으로 다가설지 너무도 잘알고 있기에 차마 입을 못여는 건 아닐까? 유제구, 우리는 그를 `때를 알고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지역원로'로 기억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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