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감사, 맞나요?
군의회 감사, 맞나요?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1.12.15 00:00
  • 호수 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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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의 만평
'지지리도 못난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아깝다. 이 사람들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이 아깝고, 볼펜이 아깝고, 종이가 아깝다. 비실대는 게 아니었다. 군수앞에서 `열중쉬어' 자세로 머리를 땅에 처박은 꼴이라는 게 맞는 말일 듯 싶다. 누가? 몽땅이라고 쓸어서 말해도 좋을 정도로 우리동네 군의원이라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 사람들이 행정사무감사를 한다며 유봉열 군수 사유지안에 건립된 녹색관광센터와 관련된 내용을 다뤘다고 한다. 어떻게? 수박겉핥기식으로. 이 사안과 관련해 질문서를 낸 조이실 의원의 입에서 `자료준비가 미흡했다'는 실토가 나올 정도면 수박겉도 대충 핥고 말았다는 얘기가 된다. 조 의원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말씀을 하신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언제적 일인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조 의원이 말하는 자료는 뭘 두고 하는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 이미 본보 보도를 통해 제기된 문제나 제대로 짚고 나서, 이런 말씀을 하시면 혹시 또 모르겠다. 군의회에서 하는 일이 늘 이렇기는 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들은 얘기는 있어서 `제도가 어떠니, 권한이 어떠니'하시던.

조 의원은 좀 더 솔직하게 털어 놓으시기 바란다. 군수님이 무서우면 무섭다고, 자료는 무슨? 말씀이 되는 얘기를 해보시란 말이다. `왜 나만 잡고 이러느냐'고 서운해 하지는 마시라.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한 조 의원의 용기(?)는 다른 의원들과는 비교도 안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니. 수박겉은 아무나 핥나?

그리고 이 날 감사에서 조경환 의원이 몇 마디 거든 것도 알고 있다. 나머지 의원이라는 사람들은 턱에 힘만 주고 앉아 계셨다는 사실도 물론 잘 안다. 이걸 행정사무감사라고 하신 것이다. 명색이 군의원이고 감사라면서, 이름이 아깝지 않으신가? 정말 창피한 일이다. 우리 다른 동네가서는 이런 말 절대로 하지 말자.

여기서 나는 지난 번 군의회 간담회석상에서 있었던 유 군수 폭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군의회 공식석상에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 선 군수가, 그것도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서 발언중인 군의원의 말을 자르고 폭언을 가한 행위 말이다. 사실 이 사안만으로도 군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사태였다.

공인 위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는 군의회 기능을 감안해도 그렇고, 더구나 주민들이 선출한 대의기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당시 나는 보도여부에 대해 많이 망설인 게 사실이다. 하도 엄청나고 기가 찬 일을 보고난 후의 충격과 `이 상태로 지방자치가 가능할까'라는 근본적인 회의마저 밀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보도는 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난후 별탈없이 넘어갔다는 소문이 들렸다.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대충 별탈없이 넘어간다는 거 이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봉열 군수 역시 대단하시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 때도 군의원들은 조용했었다. 마치 교관앞에서 머리를 처박은 채로 기합을 받고 있는 훈련병들처럼 긴장감마저 감도는 그런 분위기였던 걸로 새롭게 기억된다. 이제 나는 유 군수의 정교한 처신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짱에 아낌없는 찬사를 드리려는 것이다. 지나치게 자조적이라고 욕을 하셔도 할 수 없다. 있었던 일이 이럴진대 다른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번에 군수앞에서 비실대는 군의원은 의원도 아니라고 했던 말은 취소다. 머리를 처박고 있는 의원들이 아른대는 상황에서 내가 그만 헛소리를 했던 것이다. 해서, 다시 강조하는 셈치고 한 마디 더한다. 군의회의 집행부 감시, 견제? 이건 웃자는 얘기다. 주민여러분은 이 대목에서 배꼽잡고, 신나게 웃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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