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바로 내 형제
그들이 바로 내 형제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1.10.27 00:00
  • 호수 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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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던 옆사람이 넘어지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우리는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가? 더 생각할 필요조차 없이 쉽고, 간단한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지금 우리고장 농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우리의 처신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처신은 어떠한가? 우리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을 포함해 두 분의 도의원이나 아홉 분 군의원들과 군수, 수두룩한 공복들은 제쳐 놓자. 별 내용도 없이 연초 한겨레 처첩발언으로 전국적인 구설수에 올랐던 심규철 의원이 이번엔 또 구속된 언론 사주들을 풀어주라는 결의안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심 의원이 정말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1등신문 조선일보로 상징되는 언론개혁의 성지격인 옥천의 분위기를 잘 아실텐데 말이다. 서울서 한 일을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설마 알겠느냐는 생각에서 계속 이러시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상임위 발언내용까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아시지 않는가. 이 얘긴 따로 기회가 있을 걸로 안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이 정도니... 공복이라는 사람들, 제발 생각 깊이 하시고 처신 좀 제대로 하시기 바란다. 미리 이 사람들은 제쳐 두자고 했으니 오늘은 이 쯤하고 넘어가자.

「해도 너무한다. 기억으로는 최태호건에 대해 옥천시민모임이 이곳에 나름대로 목소리를 높였는데, 옥천 농민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으니... 당시 최태호 추방운동에 한농연 송 회장님의 얼굴이 보이던데, 이제는 시민모임의 농민들에게 힘을 보태주어야 할텐데...」

「"옥천시민모임 결성이 잦았던 일도 아니고,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나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굳이 연대에 속한 단체가 아니라도 쌀값문제로 상징되는 농정에 대한 지역농민들의 함성이 시민모임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러시는 건 아니겠죠?

그나마 최태호건마저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닌지요? 걱정입니다. 시민모임을 이끌고 계신 지도부의 대승적인 견지에서 지역일을 풀어가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시민모임에 연대한 개별단체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 또는 협조적인 자세만이 최태호건을 비롯한 모든 지역현안의 실마리가 되지않을까 해서 주제넘게 한 말씀 올립니다.」

본보 홈페이지 여론광장에 올라 온 글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글이 다 올라왔을까? 이번엔 지난 24일 옥천군농민회 명의로 올린 투쟁일지를 함께 보자.

「10월7일-쌀값보장과 농협개혁을 위한 투쟁 선포식(안내∼안남/차량 선전전후 청산RPC조합장 항의방문) ▲17일-농성돌입/농협군지부 2층 14:00∼20:00 협상결렬, 농민단체와의 커다란 입장 차이만을 확인

▲18일-농성2일째/13:00 군수실 점거(항의)농성, 군수와 면담에서 군정책임자로서의 소신 있는 행동촉구, 20일 협상회의 주관약속-자진철수 ▲19일-농성3일째/군의회 점거(항의)농성직전- 면담, 의원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구체적 의지를 담은 행동촉구

▲20일-농성4일째/14:00∼15:00 2차협상 결렬, 군수·군지부장·군의회 의장·2개조합장 참석(반농민적 청산 RPC 조합장 외 2개 조합장 불참 ) ▲21일-농성 5일째/쌀값·옥천군 농민대회 선전전에 총력, 아주대 총학생회 8명 농성장 지지방문 ▲22일-농성6일째/쌀값 사수를 위한 옥천군 농민대회. 참가-농민 400여명/민주경찰? 1000여명」

아주대 총학생회 8명 학생들의 지지방문 말고는 그 동안 지역사랑을 외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자던 지역내 그 많은 단체들은 눈씻고 찾아도 안보인다. 평상시 반복되는 행사에선 적어도 이렇진 않았던 걸로 안다. 그렇다면 좋은 일엔 찾아가 함께 기뻐하며 놀아도 주지만 궂은 일엔 나 몰라라? 비슷한 말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우리 이러지 말자. 꼭 머리띠를 두르고 함께 밤을 세우라는 말이 아니다. 어렵고 힘들 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좋을 때 쌀밥 한 사발보다 나은 법이다. 삼일장도 아니고 오일장 지친 몸으로 상여메고 떠나는 우리의 농민들을 차가운 가을비 속에 더 이상 외롭게, 슬프게, 떨게 하지 말자. 그들이 바로 내 형제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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