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원동리 출향인 김연홍씨
이원면 원동리 출향인 김연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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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3.04.03 00:00
  • 호수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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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낮 이원면 원동1리 마을. 때아닌 마을잔치에 온 마을이 떠들석하고 마당 한 쪽에 세워놓은 콤바인(수확기)에 닿는 주민들의 시설이 정겹기만 하다. 이날 원동1리에 마을잔치는 출향인인 김연홍(56)씨가 콤바인(시가 9백50만원)을 마을에 기증, 그 전수식을 가짐에 따라 펼쳐졌다.
해마다 벼 수확철만 되면 수확기가 부족, 애를 먹던 마을에서는 김씨의 이런 콤바인 기증소식이 더없이 반가웠던 것. 김씨는 서울에서 녹음테이프 제작회사인 (주)새한음반을 운영하다가 올해 1월 공장을 동이 농공단지로 옮겨왔다.

"고향의 산하와 그리운 사람들을 사랑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말에서 읽을 수 있는 마음은 느낌 그대로이다.
김씨가 콤바인을 고향에 기증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하반기에 개최된 '옥천출신 군민간담회'였다. 이때 최경주 군수로부터 군정에 대한 자세한 보고와 함께 여러 사람들로부터 고향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던 것.

마침 농촌농기계보내기 운동이 한창일 때인지라 고향에 계신 정홍(72), 인홍(69), 경홍(65)씨 등 세분 형님들과 의논 끝에 2백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는 경운기보다는 좀더 마을에서 전체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트랙터나 콤바인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18일과 같은 전수식을 갖게 되었다.
김씨의 콤바인 기증은 조금은 유별난 구석이 있다. 지난해 1억원이 넘는 농기계와 현금이 기탁되었지만 한 개인이 콤바인을 기증한 것은 김씨가 유일한 사례. 오늘의 김씨기 있기까지 인생역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9남매 중 한사람으로 태어나 이원중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을 부산에서 고학으로 나온 김씨의 귀행은 40년만의 일. 해운회사와 테이프 제작 회사에 근무하다가 독립하여 (주)새한음반을 설립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현대영어사와 계약을 맺어 '중학영여', '중학수학', '어린이영어'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앞으로 5년간 제작할 물량이 확보되어 있을 정도로 회사는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했다. 가장 좋은 제품을 생산해내고 그를 위해서는 종업원 복지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김씨의 경영방침이 가져온 결과였다.

"돈을 벌면 고향에 주민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공동목용탕 시설을 하고 싶었어요. 기회만 되면 힘 닿는대로 일하고 싶습니다." 김씨의 이러한 애정은 고향농협을 아끼자는 마음으로 일부러 이원농협과 거래하고 있다든지, 이원면에 복사기 1대를 기증한 사실, 지난 79년 원동1리에 처음으로 전기가 가설되었을 때 가로등을 설치해준 사실 등에서 드러난다.
'모든 일을 가능한 한 음지에서 하고 싶다'는 김씨는 자기주장을 양보하며 타인과의 충돌을 되도록 피한다 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모자란다(?)라는 싫지 않은 말을 듣고 있지만 고향사랑만큼은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 속이 꽉찬 출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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