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 시달리는 청성면 장연리 귀재마을
극심한 가뭄 시달리는 청성면 장연리 귀재마을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2001.09.22 00:00
  • 호수 5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장연리 특산물인 고추가 군데군데 말라죽어 수확량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었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청성면 장연리 귀재마을의 올해 최대 현안은 가뭄극복이었다. 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에 주민들이 먹을 물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들 주민들에게서 더 큰 문제는 농업용수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이었다. 가뭄 극복을 위해 15가구에 불과하지만 여름내내, 그리고 가을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민들은 고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올 같으면 차라리 심지 않은 게 잘한 일이야"라고 말한다.

청성면은 물론 안내면까지 물을 대주는 장연저수지가 바로 마을 밑에 위치해 있지만 마을에 마을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골짜기를 따라 아예 벼를 심지 못한 논배미가 있는 것은 물론 그나마 늦게 심은 벼들도 흡족하게 물을 먹지 못해 말라버렸다.

주민들이 더 걱정인 것은 여름내내 물을 퍼 나르느라 고생을 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해 먹지도 못할 벼가 많다는 것이다. 벼는 물론이고 단지로 지정될 정도로 재배면적이 많은 고추는 가뭄 때문에 고추밭의 군데군데가 말라죽었을 정도. 말라죽은 것과 시들은 것까지를 합하면 적어도 10∼20%까지 수확량이 감소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팔순 노인까지 죽도록 고생만
이 마을 유재형(80)씨는 부부 가 600평의 골짜기 논에 여름내내 경운기로 물을 퍼 나르느라 죽도록 고생을 했다. 600ℓ 물통과 큰 고무그릇을 이용해 하루에 10번 이상씩 물을 날랐지만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쌀을 수확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죽도록 고생만 하고 신세만 볶았지. 별 수 없이 쌀을 사다 먹어야 할 판이예요"라는 유씨의 말에서 체념이 묻어났다. 농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해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비단 올해 뿐만은 아니었다.

마을을 통틀어 소형관정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보니 농업용수가 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마을의 극심한 농업용수난은 사실 급수난과도 연결되어 있다. 지난 96년에 마을에 소규모 급수시설로 대형관정이 굴착되었다.

그러나 급수시설을 이용해 식수로 이용한 지 1년이 지난 뒤에야 주민들은 관정을 팔 당시에 토지 소유주와 업자, 또는 군과 관정이 들어선 땅에 대한 처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토지 소유주가 `관정을 사용하려면 매년 쌀 한 가마니를 내라'는 요구를 한 후 주민들은 그렇게 비싼 사용료를 주고는 물을 먹지 못한다고 반발했고 지난 97년 7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채수해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수질검사 결과가 일반세균과 대장균 초과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수질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퍼져 끝내 97년말 전기마저 끊어버리고 말았다.

▶주민 숙원 풀릴 계기 만들어
이후 올해 가뭄이 극심해지자 주민들은 이 급수시설을 이용해서라도 농업용수를 끌어쓰려고 했지만 여전히 땅 문제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은 사용하지 않는 소규모 급수시설을 폐공해버리고 별도 농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는 관정을 설치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13일 가진 마을회의를 통해 주민들은 이같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먹는 물보다는 농업용수가 더 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종원(60) 이장은 "먹는 물이야 사는 사람들이 적으니까 어떻게 한 통씩이라도 가져다 먹겠지만 농업용수가 없으면 농사 자체를 지을 수 없으니 귀재의 가장 급한 숙원은 농업용수"라고 말했다.

귀재 주민들의 농심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군에서는 주민들이 민원을 수용, 올해 암반관정 굴착작업에 들어가 내년 농사철 이전까지는 완공할 계획을 갖고 있어 비로소 주민들의 숙원이 풀리게 되었다.

군 농정과 농지담당 배종석씨는 "주민들의 요구대로 암반관정 추진 방침을 청성면에 알렸다"며 "하루 150톤 이상 나와야 관정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내년 농사철 이전에 완료되도록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