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고 진학지도실 박희종 교사
옥천고 진학지도실 박희종 교사
함께사는 세상 [50]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1.09.15 00:00
  • 호수 5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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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고 등에서 10 여년동안 고3 학생들을 맡아왔고, 옥천고에 부임한후 4년째 진학지도실에 머물고 있는 박희종 교사.
▶인성교육이 강조되지만 현실은 대학진학이 목표
옥천고등학교 진학지도실에 들어가면 여느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의 책상이 놓여있고 월별 일정표가 걸려있다.

일정표에는 행사명 대신에 빼곡하게 교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야간자율학습 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의 이름이다.

아침 7시50분쯤에 출근해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밤 10시나 11시쯤 퇴근해야 하는 인문고 3학년 담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교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일정표가 답답해 보인다.

옥천고등학교 진학지도실은 본관 3층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진학지도실에는 365명, 9개반의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9명과 3학년부장 1명이 배치되어 있다. 별도의 부장 직책까지 두고 매주 2∼3번씩은 회의를 통해 성적분석과 정보교류 등을 하는 그 곳은 현실에서 대학진학이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프로젝트팀이었다.

▶다양한 정보 수집 분석은 필수
대학진학이라는 `스트레스'에 쌓여 있는 고3 수험생들 정도는 아니겠지만 대입전선의 최일선에서 수험생들과 함께 하는 교사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얼굴도 제대로 못 봤어요.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출근해서 잠들면 퇴근해야 하는 자리였으니까요" 진학지도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3학년부장 박희종(47) 교사의 얘기다.

지난 여름방학, 10여일도 채 쉬지 못한 고3수험생들과 진학지도실 교사들은 같은 일정을 보냈다. 박 교사는 청주고와 청주여고, 옥천고 등에서 10여년 동안 3학년 담임을 맡아왔고 옥천고등학교에 부임한 후 4년째 진학지도실에 머물고 있는 베테랑이다.

수험생에 대한 상담은 물론 최근에는 각 대학별로 학생선발 방식과 일정이 달라 교사들의 정보수집 활동이 중요한 일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책자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인터넷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정보수집과 분석도 3학년 담당교사들에게는 필수적이라고 박 교사는 얘기한다. 또 최근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원서작성과 추천서, 관계서류 정리 등도 3학년 담당 교사들에게는 큰 일이 되었다.

박 교사는 수시모집 서류를 작성하다보니 하루속히 서로 믿는 사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인다. 추천서로만은 믿을 수 없으니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현실을 보면서 든 생각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부분은 정말 많죠. 애달아서 진학실을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안타깝죠."

더군다나 최근에는 각 대학별로 면접과 논술 등을 중요한 전형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아무래도 시골아이들이 불리한 것 같아 아쉽다고 박 교사는 말한다. 평소 보고, 듣는 것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다양한 체험과 경험의 기회가 도시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는 지역의 현실 때문이다.

"이제 3학년들은 수능시험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과외나 학원보다는 혼자서 과목별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또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능은 3학년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1, 2학년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박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던지는 제언이다.

▶사제지간의 정 회복되어야
"물론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죠, 하지만 인문계고등학교는 대학진학이 목표일 수밖에 없잖아요. 인성교육이 점점 강조되긴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들의 경우 대학진학 지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 것이 현실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대입제도와 대학지상주의의 교육방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최일선에 있는 교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박 교사의 대답이다. 박 교사 개인적으로는 대학이 좀더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해 특성화 대학으로 변모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 어떻게 학생을 국어·영어·수학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할 수 있겠느냐며...

"1년동안 고3학생들과 함께 고생하다가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면 보람을 느끼죠. 그것 때문에 3학년 담임교사의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옥천은 아직도 정이 많이 남아 있어서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간혹 찾아오곤 해요. 그러면 정말 기분 좋죠."

사회에서 특별한 계층이 되어버린 `고3 수험생'들과 한 배를 타고 있는 박 교사는 학생과 교사가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정도가 아닌 그 이상의 끈끈한 사제지간의 정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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