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교단 뒤로 하고
정든 교단 뒤로 하고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2.27 00:00
  • 호수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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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가까이 교직에 몸을 담아 오면서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져왔던 군내 7명의 초.중.교사들이 명예퇴임과 정년퇴임을 맞았다. 이중 증약초교의 박해용교사가 평소 않아오던 암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고 3명의 교장과 3명의 교사가 퇴임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어린 학생들에게 올바른 교육관을 심어주기 위해 헌신해온 이들 교사들은 자신들이 가르친 제자들도 어느덧 50줄을 바라보는 나이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2월28일자로 정든 교단을 떠나게 되는 이들 퇴임교사들의 삶을 들어본다.

◆윤재창 교사 「신의 지키는 사람」강조
"과목이 체육이다보니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조금은 힘겨울 때가 있어요. 후진양성을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40여년의 교직생활 중 20여년을 옥천에서만 근무했다는 윤 교사는 퇴임을 앞두고 정든 교단을 떠난다는 것이 시원섭섭하다고.
보은읍 장십리가 고향으로 청주상업고교를 졸업한 후 50년 1월 보은농고와 옥천농고 배석장교로 임명되어 체육과목만 36년 이상 맡아왔다. 6.25당시 어깨에 파편이 박혀 아직껏 그 파편을 제거 하지 못하고 있어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어깨가 아프니 체육을 가르 칠 수도 없고 거기다 요즘은 귀까지 안들려요. 나이는 못속이나봐요" 그 당시부터 상이군인회장을 지내오면서 고시검정에 합격, 교직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보다도 더 정이든 옥천을 떠나고 싶지 않아 부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큰아들이 내려오라는 말에도 극구 사양했다. 학생들에게 「근면·성실하고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 되라 」고 늘 강조해온 윤 교사는 안내중학교를 마지막으로 40년간의 세월을 되돌아보며 "후진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건 당연한 일" 이라는 말을 남긴다.부인 강남임(62)씨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었다.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조수현 교사 (전교생에 동화책 선물)
동이면 석탄리가 고향으로 대청댐으로 수몰되어 버린 고향마을을 바라보며 퇴임을 맞는 조 교사는 지난 36년간을 "찹찹하다"는 한마디로 회고한다. 옥천농업중학교를 졸업하고 교단에 서게 되어 그동안 배출해낸 제자만도 수천명.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자중 자신과 같이 교직에 몸담고 있는 3명의 제자들이 군내에서 함께 아이들 교육을 맡고 있다는 것. 심성이 곱고 차분해서 화초가꾸기에 정성을 쏟으며 건강하게 인생을 가꾸겠다는 조 교사는 설립당시부터 열심히 학생들의 지혜를 깨우쳐왔던 바로 그 장소, 군동초교에서 퇴임을 맞았다.

"황금만능주의니, 도덕성 회복이니 하는데 교육에서 만큼은 이런 나쁜 관습이 빨리 사라지길 바랄 뿐입니다."
동이초교에서 첫수업을 시작해 학생들에게 "정직" 하나만을 강조해온 조 교사는 책을 가까이하는 학생이 되라고 늘 가르쳐왔고 몸소 이번 퇴임을 맞아 군동초교 90여명의 전교생들에게 동화책을 한 권씩을 전달했다.
"군동초교 창립초기부터 어려움이 많아 고생을 많이 했는데 퇴임을 이 학교에서 맞아 감회가 남다릅니다." 라고 아쉬움을 표하는 조 교사는 국민훈장 석류상을 수상했다. 부인 이만순(63)씨와의 사이에 2남2녀가 있다.

◆오한경 교장 「대꼬쟁이」별명 철두철미
"지금까지 조금은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느꼈는데 막상정년퇴임을 맞고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대구사법학교 졸업 이후 46년 6개월간을 교직에 몸담아오면서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봉사했다.
'대꼬쟁이' 라는 별명답게 모든일을 철두철미하게 처리하는 성격이다. "교원들의 사고방식과 교육관, 가치관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의 길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까지 봉사직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왔습니다."

불의와의 타협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오 교장은 때로 융통성없는 성격으로 인해 남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만은 충실했다고 자부한다. 동이면 청마초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해 청주에서 1년, 영동에서 4년을 근무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60년대만해도 학생과 교사와의 거리가 없었고 사제간의 정이 두터웠는데 어느사인가 모르게 직업적인 교사와 학생사이가 되어버렸다고 옛 일을 회상하듯 씁씁한 웃음을 짓는다. 60년도에 국민포장을 비롯해 문교부장관 표창, 교육감 표창 등 교육에의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부인 김영옥씨(64)와의 사이에 4남1녀를 두었으며 죽향초교 분교가 되는 군북초교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맞아 다소 아쉽다고.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이원종 교장 (1회 옥천군민대상 수상)
청주사범학교 졸업후 43년간을 교직에 머물면서 군남초교를 마지막으로 정든 학교를 떠난다. "죽향초교에만 11년을 있어서인지 모교같은 생각이 들어요." 매사 신중을 기하는 성격의 이 교장은 학생들, 자식들에게도 엄하게 교육해왔으며 아이들이 잘되고 못되는 것은 교사들에게 달려있다고 얘기한다.
해마다 학생수가 줄어들어 안타깝다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군남초교 학생들이 착하고 명랑하다는 자랑을 잊지 않는다. 죽향초교 재직시설 축구지도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옥천군민대상 체육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63년도에 대통령 국민포장, 교육감 표창 등을 받았다.

부인 김순남(62)씨와의 사이에 3남1녀가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서예를 배우면서 조용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다. "한때 교육자였던 것을 잊지 않고 남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매사 조심하며 살겠다"는 이 교장은 지금까지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며 모든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며 말을 맺는다.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김달수 교장 (교직생활 초기가 그리워)
"정년이 돼서 퇴임을 하는 것이니 아쉽기도 하지만 당연한 일이니 어쩔 수 없는일 아닙니까?" 교육 경력 42년 8개월의 김 교장은 청산중학교를 마지막으로 정든 교단을 떠난다. 48년 8월15일 첫 근무를 가덕초교에서 시작해 도내 곳곳을 교사로서 교감으로서 또 교장으로서 책임을 다해왔다.
청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애송이 교사로서 힘든 점도 많았고 어려운 점도 많았던 그 때가 가장 그립다는 김 교장. 김 교장의 고향은 청원군 남일면. 그동안의 근무지만도 14군데. 모두가 고향같다고만 한다.

"직업이 교사이다보니 정이 들만하면 옮기고 옮기고….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지요." 대쪽같은 성격으로 모든일을 철두철미하게 처리하는 김 교장은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이 있다며 과감히 개선하려고 하는 적극파이기도 하다. 84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포장, 교육감 표창을 여러번 받기도 했으며 퇴임을 마지막으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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