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 안관홍씨
공중보건의 안관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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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3.02.13 00:00
  • 호수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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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자랑할만한 일이 아닌걸요." 90년 7월부터 오지인 청성면 보건지소의 공중보건의로 부임해 4년째를 맞은 안관홍(31)씨. 그가 청성면에 부임한지도 어언 2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30개월이 지난셈.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자신이 6년 동안 배웠던 의술을 펼 수 있었던 곳. 그래서인지 90년 7월 이후 안씨는 몸이 불편해 보건지소를 찾는 환자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 면지역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고맙고 친절한 의사선생님으로 불리게 되었다.

농촌인구의 노령화를 반영하듯 보건지소를 찾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노인성 질환인데다 오지인 관계로 교통편이 좋지 않자 안씨의 차인 충북1라 4208 프라이드 승용차는 구급차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는 평. 농번기엔 하루 10여명에서 농한기인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50명까지 환자가 밀려 의료시설이 없는 청성이지만 안씨에 대한 주민들의 신망을 짐작케 해주며 인터뷰 도중에도 몇번씩이나 환자를 돌봐주어야 했다.

한 달에 20만원씩 보조되는 적은 예산은 현 농촌의료기관의 실정상 좋은 약은 커녕 보건지소의 운영비로도 충당하기 어려운 적은 액수. 이러한 재정상 어려움과 열악한 의료시설의 문제점을 딛고 성실한 진료와 따뜻한 인간미가 주민들에게 알려졌고 이에 따라 청성보건지소는 군내에서도 이용률이 높은 보건지소에 속한다.

그동안 이용률이 크게 높아진 것은 안시 자신이 부임 당시부터 청성에 거주했고 90년 11월에는 부인 이명순(27)씨와 신혼방을 꾸며 언제라도 찾아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노인들에 대한 진료가 친절했을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집에까지 모셔다 드리는 등 공경에 앞장섰기 때문으로 지난 1월말에도 집안 형편이 어려운 면내 이영자(17)양이 복막염으로 위험에 처하자 10만원의 병원비를 주어 치료하게 하는 한편 자신의 차로 병원까지 후송해주는 선행을 펼쳐 뭇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농촌에 와보니 생각지 못한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의외로 많았어요. 지금의 열악한 보건지소의 기능으로는 도저히 해결하지 못하고 제도적 차원의 보건사업이 펼쳐져야 할 것입니다." 그 자신 처음 농촌에 와서 '농촌의료·보건실태가 이렇구나'하는 생각을 가졌을 정도로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에 마음만 아팠다.
앞으로 국가보건정책의 하나로 '농촌노약자를 위한 특별병원'을 세웠으며 하는 생각과 함께 찾아오는 환자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환자를 찾아가 지역별 보건상태를 점검하고 그에 맞는 의료정책을 써야 한다는 제안이다.

오는 4월이면 공중보건의를 제대하게 되는 몸으로 지금껏 주민들에게 봉사해왔던(안씨는 '봉사'라고 표현하지 않았다)것은 기독교 신앙을 바탕에 둔 의료정신이며 제대후 대전성모병원에서 인턴과정을 밝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부인과 갓 한 돌을 넘긴 딸 명진과 함께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값진 경험을 안고 떠나게 되는 안씨는 진정 '인술을 베푸는 의사'사 되어 몇 십년 후, 아니 멀지 않은 장래에라도 '촌'사람들을 찾아 나설 용기를 갖춘 참된 의료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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