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파출소 김지선 순경
역전파출소 김지선 순경
함께사는 세상 [49]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1.08.25 00:00
  • 호수 5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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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경찰이 아닌 그냥 경찰로 봐 달라는 김지선 순경은 경찰이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이라며 평생직장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없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당당한 경찰이었다.
"역전파출소 순경 김지선입니다. 음주단속중입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밤 10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 음주측정을 마친 운전자들은 단속 경찰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본다. 제복을 입고 경례를 하는 여성 경찰이 왠지 어색하고 신기하다는 표정들이다. 주차금지구역인 경찰서 앞부터 등기소까지. 그 곳도 김지선 순경의 주요 업무 수행 지역이다.

112 순찰차를 타고 불법 주·정 차량들의 이동을 요구하는 방송을 한다. 차량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여자 경찰관의 목소리에 지나가는 행인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순찰차를 바라본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연한 반응들이다. 이제는 그런 시선이나 반응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역전파출소의 김지선(26)순경은 여경이 아닌 경찰이고 싶다.

▲경찰이 딱 적성이에요
이제는 시위 현장에서 아니면 경찰서 민원실이나 본서에서 여성 경찰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경찰의 얼굴이라는 파출소에서는 아직 여성 경찰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파출소에 김지선 순경이 발령된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파출소 생활이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송재성 역전 파출소장은 김 순경에게 일단 합격점을 준다.

"파출소 업무라는 것이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일들도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렇지 않아요. 얼마 전에는 피의자 신문조서 받는 걸 봤는데 잘하더라구요. 걱정 안 해도 되겠어요."

김 순경이 경찰이 된 것은 작년 10월4일이다. 초임지로 옥천경찰서에 발령돼 경비작전계에서 근무하다가 지난달 대민 업무의 최일선인 파출소에 배치됐다. 파출소 경찰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김 순경의 경찰 입문에 결정적 동기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 제자리를 찾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생 몸담을 수 있는 직업으로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경찰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활달하고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제 성격에 맞을 것이라 생각했죠."

미리 연락을 받았으면 `화장이라도 하고 있는 건데...'라며 너스레를 떠는 김 순경의 모습에서 활달하고 거침없는 성격이 엿보였다.

파출소라는 곳이 야간 순찰과 각종 단속, 신문조서작성은 물론이고 간혹 술에 취한 상태에서 파출소를 찾아와 강짜(?)를 부리는 주민들과 실랑이도 벌여야 하는 곳이지만 김 순경은 아직 특별히 힘든 것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평생 체험해보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을 접하는 것이 재밌다는 김 순경. 그렇다고 김 순경이 여자라는 이유로 업무에서의 차별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

동료 경찰관인 금종은 경관의 얘기처럼 빠듯한 인원에 서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주지 않을 경우 그 몫은 고스란히 동료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간혹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김 순경도 다른 경찰과 똑같이 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친절하고 엄정한 경찰...
"힘든 질문인데요. 아직 많은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어요. 그냥 처음에 경찰이 될 때는 친절한 경찰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친절할 때와 엄정할 때를 구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경찰 경력 1년도 안된 새내기 경찰관 김지선 순경은 아직까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다음 달부터 다시 합기도 도장에 다닐 생각이에요. 경찰학교에서 배우기는 했는데 파출소에서 근무하다 보니까 계속 운동을 해야겠더라구요. 말로는 어떻게 되는데 어쩌다 완력을 써야할 경우가 생기면 불안하잖아요."

경찰생활에 대해 신나게 얘기하는 김 순경의 표정에서 지금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지나가면서 여자인 것을 보고 `힘드시겠네요'라며 격려해 주는 분들이 많아요. 또 단속 과정에서 남자 운전자들은 `여자경찰관이라서 한 번만 봐달라는 얘기를 못하겠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구요.(웃음)."

이 모든 것들이 도보순찰이나 경찰업무 중에 주위의 시선을 끄는 것과 함께 김 순경이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때로는 일을 하는데 편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도 되지만 역시 김 순경은 여성 경찰이 아니라 그냥 경찰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한다. 여류소설가, 여류시인, 여성정치인 등이 아닌 그냥 소설가, 시인, 정치인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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