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호병계장 "강정옥씨"
동이면 호병계장 "강정옥씨"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1.30 00:00
  • 호수 1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무원 생활 20년째이지만 민원실에서만 15년을 근무했어요. 동이면 민원실의 책임자가 된 만큼 항상 친절하게 대해 민원실을 찾는 주민들에게 우리집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고 싶습니다." 13년을 만년 7급 행정주사보로 근무하다가 별정직을 제외하고 행정직에서 군내 1호로 여성계장의 위치에 올라선 강정옥(40·동이면 호병계장)씨의 다부진 93년 다짐의 말이다.

인근인 영동군 심천면 심천리가 고향인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8년전에 군북면으로 발령을 받은 후 8년동안 군북면에서만 재직해온, 어찌보면 군북면에서 붙박이 생활을 해왔다. "말하자면 군북이 저에게는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군북이 토양이 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지난해말 6급 승진과 함께 동이면으로 떠나오면서는 기쁨과 함께 가슴 한 구석에 8년 동안 없는 정, 있는 정 다 들었던 주민들과의 이별이 서운함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자신의 담당마을의 항곡리 주민들에게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는 말조차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가 결국 지난해 12월30일 마을총회가 끝난 후 주민들 앞에서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야 했다.

"군내 첫 여성계장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감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성공무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데서 책임감이 앞서기도 하고요." 그동안 7급 생활 10여년을 넘기면서는 주위에서 항상 자신이 승진대상으로 거론되어 부담감을 가졌다는 강 계장은 승진에 대한 애착은 가지지 않았으나 막상 인사내용이 발표되자 중간위치에서 계원을 챙기는 한편 상급자인 면장과 부면장도 잘 보좌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더란다.

강정옥씨의 승진소식이 전해지자 후배 여공무원들은 물론 인근 보은, 영동군에서도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한다. 누군가는 맸어야 할 여성공무원 승진이라는 십자가(?)를 지며 먼저 문을 연데 대한 축하의 전화가 대부분.
옥천군이 생긴 이래로 행정직 여성공무원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다른 직장에 비해 비교적 평등하다는 공무원 사회에서조차 남녀 불평등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남녀 공무원 비율 및 승진내용에서 보여주고 있는 샘이다.

89년부터 군북면 항곡리를 담당했던 그녀는 주민의 애경사에서부터 생일까지 모두 챙기는 억척스런 공무원으로 남자 공무원들도 해내기 어려운 일들을 척척해내며 주민들의 신망을 받기에 이르러 90년 12월26일에는 국무총리 표창을 탔고 91년 3월에는 주민들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당시 주민들과 어울리려다 보니 항상 새마을모자를 써 한은섭 전 새마을과장이 무척 좋아했다는 얘기와 1월5일 이틀째 동이면에 근무하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직접 인사를 나눌 때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은 밖에 나가 까치발을 떼어 창밖에서 보더라는 등의 재미있는 일화가 많은 것도 강계장이 주목의 대상임을 뒷받침해준다.

"새출발하는 기분으로 올 한 해를 시작할 겁니다"라는 강정옥 계장. 그녀는 대전지방법원에 근무하는 남편 황성권(43)씨의 아내이자 민혁(12), 준혁(11)형제의 어머니로서 1인3역을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는 여장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