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모임' 가능성이 보인다
'출향인 모임' 가능성이 보인다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1.06.30 00:00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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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서 태어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출향인'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게 된 사연은 다양하나 주로 상급학교 진학으로부터 출발해 생업으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라고 해서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에 낙오자라는 얘기가 아니다. 어쨌거나 우리에겐 정확히 파악조차 못한 엄청난 수의 출향인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신과 가문은 물론 고향 옥천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세속적인 성공을 떠나 객지에서 옥천인으로서 건실하게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무나 자랑스런 일이다.

`출향인' 세 글자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나의 가슴은 뭔지 모를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 찬다. 시골에 사는 부모가 객지의 자식을 그리워하며 조금은 허풍섞인 자식자랑을 안주삼아 들이키는 막걸리 한잔에 인생의 피로를 씻는 그 마음과 비슷할 거라 믿으며.

물론 나는 고향에 산다는 것 이외에 나이가 어려 장성한 자식도 없을 뿐더러 멀리 떨어져 살아본 적도 없어 부모님의 그 절절한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사는 출향인들이 있고, 또 그들의 가슴속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살아 있는 한 고향주민들 역시 객지의 자식이나 친척, 친구가 잘 되길 바라는 소망과 기대와 기다림은 당연한 것이다. 이게 바로 고향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 작지만 보태고 싶어 이 말을 한다.

또한 고향주민과 출향인을 잇는 이러한 마음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가꾸고 키울 수 있는 행정차원의 지원과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 출향인 얘기만 나오면 언제까지나 인근지역을 부러워하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지역 출신 출향인 모임도 어느지역 못지않게 잘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면단위 또는 그 이하 작은 단위의 출향인 모임 활성화가 바로 그 것이다. 올들어 지난 3월 재경 동이면 향우회가 창립됐으며 청산, 청성, 군서를 비롯해 면단위 향우회가 이미 만들어져 경쟁적으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정기총회겸 주소록 발간 기념회를 가진 재경 이원면향우회의 경우가 눈에 띈다. 아주 특이한 것은 주소록 발간이다. 120쪽 분량의 4×6배판 주소록에는 830여명의 출향인 주소는 물론 이원면내 전화번호부가 수록됐다. 그야말로 출향인과 고향을 잇는 귀한 자료가 선을 보인 것이다.

한 책자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출향인과 고향사람들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어 펼치는 순간 정겨움이 묻어 난다. 누가 생각해 냈는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지만 이 주소록이 나오기까지 흘려야 했던 땀의 양 또한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모임이건 체계화된 회원명부가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원면 향우회가 이번에 발간한 주소록은 그래서 더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제안한다. 군에서 나서 달라는 것이다. 예산 지원을 포함해 행정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풀뿌리 원리에도 맞는 작은 단위 출향인 모임 활성화 방안과 이를 위해 우선 면단위 향우회 주소록 발간 작업을 서둘러 달라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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