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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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오년 새해를 맞으며 생각한다.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0.01.06 11:03
  • 호수 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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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지막 연대의 첫해인 경오년 새해가 힘차게 밝았다.

단절없는 역사의 진행 속에서 한 연대를 마감하고 새로이 시작되는 연대의 첫 해가 되기에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부여한 만큼의 기대를 가져보기도 한다. 모든 국민이 느껴왔고 온 군민이 함께 지켜보며 부대껴왔던 80년대는 이미 역사 속의 한 페이지로 물러선 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어찌되었던지 80년대는 수많은 사건으로 점철되어 왔고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새로이 시작되는 새해에 각자의 소망 내지 기대감은 누구든 있기 마련이다. 크게는 이나라의 평화적 통일과 민주화의 달성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며, 유치원생이나 국민학생의 경우 같이 소박한 꿈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업인구가 대다수인 옥천에서도 농민들의 꿈은 소박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동안 농촌이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당해 오면서 살림살이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만 해도 65개 품목의 농축수산물이 수입개방되고 향후 7년이면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데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기만 한다. 단돈 5백원이면 쉽게 살 수 있는 바나나가 결국 우리 농민의 근본을 뒤흔들어 놓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만 이를 쉽게 비교우위론으로, 수입농산물 불매 운동 만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행태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농촌에 내재한 문제는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농산물 가격보장문제, 농촌 노동력 문제, 부채문제, 각종 농약공해및 농민보건문제 등 숱한 어려움이 농민들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가장 기본토대가 되는 농촌을 살려야 할 때가 왔다. 그동안 농촌부양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온 「농어촌 종합개발계획」이라든지 「농공지구」 추진사업 등으로 과연 농촌과 농업을 근본적으로 부흥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 것이 사실이다. 엄밀히 따져서 이들 정책이 농가의 소득증대를 도모하고 농업의 발전을 위한 대책이라기 보다는 농외소득을 강조하면서 농업외적인 면에 더 신경을 써왔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반농업적 방향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한쪽으로 농산물을 수입개방하면서 농촌의 부흥을 외친다는 자체가 단적으로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부채경감문제 역시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부채를 지지 않아도 될 농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 뿐이지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채 부채경감만으로 생색을 낸다면 그 악순환은 또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이러한 어두운 문제 속에서도 90년도에 다소나마 희망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지방자치제가 올 상반기내로 지방의회를 구성하여 실시될 예정이라는 데 있다. 아무리 농사만 지어왔던 농민일지라도 이제는 「내 손으로」 우리의 대표를 뽑아 지역살림을 보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 농민도 누구의 들러리로서가 아닌 지역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설 수 있는 여건과 공간이 만들어 진 것이다.

90년대의 첫 햇살을 맞으며 「앞으로 어떻게 되겠지」하는 막연한 체념적 기대감보다는 스스로 노력하고 일해나가는 그래서 근본적으로 농촌이 부흥할 길을 찾아간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노력이 힘차게 경주될 때 우리 농촌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으며 주체적으로 농촌·농민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해 나갈 것 이다. 따라서 새해에는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처한 위치에서 힘있고 활기찬 「큰」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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