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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구조적 개선책 선행돼야-'입시지옥' 언제까지 방관해야 하나-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89.11.25 11:03
  • 호수 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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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에도 어장이 형성되는 때가 있듯이 매년 치루어지는 연례행사 때가 되면 전국이 온통 떠들석하다. 텔레비전과 신문에서는 매일 주요 대학들의 원서 접수 현황을 보도하기에 여념이 없고 소위「소신지원」「눈치작전」등의 그리 낯설지 않은 낱말들이 자주 귀에 들리곤 한다.

또한 수험생인듯이 보이는 학생들의 한 손엔 각 대학의 원서봉투가 들려있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원서봉투를 든 그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하기만 하다. 각종 매체에 실리는 공을 드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매년 되풀이하여 보는 모습이지만 자식의 합격만을 기원하는, 그래서 사회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히는 부모님들의 절절한 심정을 읽을 수 있어 마음마저 숙연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그런면들이 갖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꼭 일류대학을 나와야만 기를 펼 수 있는 세상,교육의 본질이라 할 수 있을 인간화 교육의 외면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세상이고 보면 결코 자살하는 어린 학생들만을 탓할 바는 못된다. 흔히 할 수 있는 말로 가정과 사회, 학교의 공동책임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식상해진 변명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입시제도의 개선을 시도한다 해도 일단 상황이 이렇듯 벌어진 다음에야 형식만 갖춰 생색내자는 식밖에는 되지 않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생들에게 점수위주의 입시교육만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학교교육이라면 안에 채워질 내용은 가만두고 외형만 바꾸는 작업만으로 도저히 교육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학생들이 크게 성적에 신경쓰지 않아도 원만한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사회구조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옥천군만 하더라도 4개 고교 약 1600 명의 3학년학생 중 재수생을 포함하여 1000여명이 대학에 응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서를 접수한 학생들이 모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린다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사회의 생리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은 뻔한 마당에 이의 실패를 기화로 또 하나의 청소년 문제의 불씨가 생겨난다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보도에 의하면 입시를 포기한 고교 3년생들의 방황이 자주 눈에 띄인다고 하니 어차피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아픔이라 할 것이다.

이제 24일로서 전기대학의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문교부가 밝힌 올 대학입시 예상경쟁률은 그 어느 해보다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이 입고 있는 깊은 상처만큼이나 우리 학생들이 받고 있는 심적·육체적 고통은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 그 고통을 덜 수 있는 길은 어느 한 사람의 큰 목소리로만 되는 것은 아닐게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입시지옥」내지「입시전쟁」을 마냥 안타깝게만 바라볼 시기는 지났다. 구조적인 개선책이 선행될 때만이 이「입시지옥」을 한시바삐 탈출할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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