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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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흙내음을 맡아야…인류의 역사가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면 어쩌면우리 농민의 삶, 그 자체가 역사인지도 모른다.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89.09.30 11:03
  • 호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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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으로 찬바람이 일때면 자연은 어김없이 겨울을 준비한다. 벼는 이삭을 내밀어 누렇게 익어가고 매미 소리가 그치고 산야는 단풍으로 물들어 간다. 소리 없는 변화이지마는 자연속의 구성원들은 그렇게 자연에 순응하며 결코 서두름이 없이 동화한다.

숲사이로 난 좁은 들길을 따라 여름을 땀방울로 지켜 온 우리 농민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자연 속의 존재 일 것이다. 생존을 위한 자연과의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지마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겨울을 준비하는 것을 그만큼 도시인 보다는 자연인이라 할 수 있을 게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 자연의 시새움이 심했던해이다.

홍수로 잠겨버린 과수원의 한가운데 서서 하늘을 원망하면서도 그래도 우린 사과나무를 다시 일으키며 붉게 익어가는 가을을 생각 한다.

자연 속의 인간은 너무도 나약한 존재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농민은 조상 대대로부터 익숙해져 온 우직과 면면함으로 인해 슬기롭게 그때 그때를 대처해 가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도전과 응전의 역사이라면 어쩌면 우리 농민의 삶, 그 자체의 연속이 역사인지도 모른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생존을 위한 농작물 재배에서 어쩌면 권태와 지루함을 이미 초월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농민에게도 끝없는 도전은 필요한 것이다. 좀더 좋은 값을 받기위한 출하시기의 선택, 과잉생산을 막기위한 대체 품목의 선정, 좀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한 재배기술의 연구 등,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부단의 욕구,그 자체가 도전으로 받아 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도전이야말로 복지 농촌을 이룩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일 것이다. 다만 어느 누구가 용기와 결단을 가지고 도전에 응하느냐가 미래 개척의 중요한 문제이다. 노동집약적인 영농에서 벗어나 소규모 영농이지마는 기술집약적인 영농으로 전환한다면 현재보다는 보다 나은 발전이 있지 않겠는가?

현대는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살고 있다. 그만큼 과학은 발달해 가고 있으며 영농기술 또한 눈부신 발전을 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우리 농민들도 공부하며 연구하여 새로운 영농기술을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흙과 접하고 책과 농사지도기관을 통하여 기술을 습득하면서, 그야말로 남이 하니까 하는 농사가 아닌 정확한 계산에 의한 과학영농으로 탈바꿈 하여야 할 것이다. 가을속에서만 풍요로움을 맛 볼것이 아니라 사시사철 언제나 수확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도록 자연에 능동적인 자세로 도전해 가야할 것이다. 눈이 하얗게 내리는 겨울속에서도 세산의 포도가 익어 가지 않는가?

도전에는 항상 두려움이 앞서는 법이지만 언젠가는 해야할 도전이라면 용기를 갖고 성실하게 수행해 나간다면 자연속의 농민으로서 밝은 미래는 보장될 것이다. 주어진 여건을 최대로 활용하면서 희망을 갖고 생 활 할 수 있는 우리 농민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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