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초 배구선수 전영빈, 국빈 형제
삼양초 배구선수 전영빈, 국빈 형제
함께사는 세상 [38]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1.06.09 00:00
  • 호수 5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나중에 다른 팀으로 서로 만나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는 배구 꿈나무 국빈(왼쪽)과 영빈(오른쪽).
「김세진(삼성화재), 홍석민(현대자동차), 황원식(경희대), 유부재(성균관대학교)」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배구선수들이라는 것이다. 또 삼양초등학교 배구부를 거쳐 옥천중학교와 옥천고등학교(옥천공고)를 졸업한 우리 고장 출신 배구선수들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위 선수들을 배출해낸 삼양초등학교(교장 이수암) 배구팀(감독 임문호·코치 진영훈)은 지난 1970년에 창립돼 옥천 배구의 근간을 이루며 지금도 많은 예비 스타들을 키워내고 있다. 삼양초등학교가 전국소년체전에 도대표로 출전한 것도 올해로 3년째다.

"올해는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내년에는 선수들의 신장도 좋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영훈 코치의 얘기처럼 30년이 넘는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삼양초등학교 배구단은 다시 한번 배구 명문교로 용트림하기 위해 매일 함성소리로 삼양초 체육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훈련 끝나고 집에 갈때도 안무서워
영빈(삼양초 6)이와 국빈(삼양초 5)이도 삼양초등학교 체육관 코트 위에 땀을 뿌리며 국가대표급 배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삼양초 배구선수다. 그리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둘은 형제다. 점점 부모들이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 하는 세태 속에서 형제가 함께 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연습할 때 서로 도와줄 수도 있구요. 늦게까지 연습하고 집에 갈 때도 무섭지 않은 게 좋은 점인 것 같아요." "모르는 것 있으면 형아가 자세히 알려주니까 좋죠."

영빈이와 국빈이는 함께 배구를 한다는 것이 마냥 즐겁다고 얘기한다. 평소에는 자주 싸웠지만 운동을 시작하면서 다툼이 줄어든 것도 변화라고 얘기하는 영빈, 국빈 형제. "학교에서 운동할 때는 안 싸우는데요, 집에 가면 국빈이가 긴장이 풀리는지 가끔 까불어요...(웃음)"

둘은 배구를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다. 형인 영빈이가 작년 말에 먼저 배구를 시작했고 곧이어 국빈이도 손을 들고 형의 길에 동참했다. 영빈이는 삼양초등학교의 고유 행사인 `학교장기 배구대회'에서 눈에 띄어 삼양초 배구팀의 일원이 됐다. 이수암 교장이 삼양초에 부임해 `교기가 배구이면서도 선수들만이 배우는 것은 엘리트체육의 폐단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시작된 것이 바로 학교장기 배구대회다.

결국 사고의 전환을 통해 엘리트체육의 온상이었던 학교체육에 `생활체육' 개념을 도입했고 그러한 사고전환은 소질있는 영빈이가 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국빈이는 조금 다르다. 체육관에서 형이 배구연습을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배구를 시작한 경우다. 하지만 형 못지 않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진 코치의 설명이다.

▶'나중에 다른 팀에서 뛰고 싶어요. 실력을 겨뤄보고 싶거든요.'
그렇게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시작한 둘은 훈련과 시합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 좋은 조언자가 된다. 형 영빈이는 국빈이가 시합 중에 실수를 하면 잘 타이르지만 동생 국빈이는 형이 실수라도 하면 정신 없이 다그친다고 한다.

그래도 국빈이는 형이 자신보다 훨씬 잘한다고 치켜 세워줄 만큼 맘이 깊다. 김세진 선수와 신진식 선수를 좋아한다는 영빈, 국빈 형제는 기자에게 두 가지 비밀을 얘기해 줬다.

"학교에서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둘이서 따로 연습을 해요. 아버지가 배구네트를 만들어 주셨거든요" 하지만 둘이 따로 연습하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별도의 훈련은 영빈이가 경쟁자로 생각하는 진석(한진석, 6학년)이와 국빈이가 경쟁자로 생각하는 천수(육천수, 5학년)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는 것이 두 번째 비밀이다.

"나중에 크면 서로 다른 팀에서 뛰고 싶어요. 한 번 실력을 겨뤄 보고 싶거든요" 같은 팀에서 우애 좋게(?) 같이 운동하고 싶다는 답변을 기대했던 터라 의외였다. 하지만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둘 다 확답을 피한다.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아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네트를 사이에 두고 형제가 펼칠 멋진 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합숙소 건립 등 지원 아쉬워...
영빈이와 국빈이가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삼양초등학교를 찾은 것은 지난 5일이었다. 그곳에서 삼양초등학교 육종철 체육진흥회장과 고명근 학교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30여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삼양초등학교 배구 선수들이 자신들의 꿈을 마음껏 키워 나가기 위한 지원이 아쉽다는 얘기를 들었다.

특히 올해 3년 연속 도대표로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해 1회전에서 탈락하는 나이어린 선수들을 보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그런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깊게 형성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학교와 교육청 측에서 도 교육청으로 건의한 `합숙소'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얘기했다.

선수 하나 하나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함께 팀을 이뤄 경기를 치르는 이들에게는 팀웍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함께 생활하면 훈련을 할 수 있는 합숙소 건립이 지금 삼양초등학교 배구부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원사업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