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효(孝) 타령
난데없는 효(孝) 타령
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2001.05.26 00:00
  • 호수 5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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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일간지 중부매일 21일자 9면에 "효(孝)부터 먼저 배워야"라는 제목의 가십(gossip) 기사가 실렸다. 중부매일 옥천주재기자인 정병상 기자의 이 기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군수 출마의사를 밝힌 도의회 김영만 운영전문위원을 겨냥한 기사로 `지역내 노인들이 서운해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유는 김 위원이 출마의사를 밝히기 이전에 지역 노인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기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인들'이라는 복수 인용을 빌어 "아무리 세태가 변했더라도 효를 중시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군정을 다스리겠냐"며 노인들이 서운해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문화원 관계자의 말을 빌어 "지역 노인들의 이같은 역정은 노인들을 대우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 같다"며 노인들의 동양적 사고는 그릇됨이 없고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라고 기사를 맺는다. 기사내용대로라면 김 위원은 참 나쁜 사람이 된다.

김 위원은 효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군수 출마의사를 밝히기 전에 노인들을 무시해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지 않았고... 노인들은 매우 불쾌한 나머지 김 위원이 군수에 당선돼도 군수직을 제대로 수행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노인들의 이러한 주장은 문화원 관계자의 말처럼 김 위원이 노인들에게 대우를 하지 않아서 역정을 샀다는 것이다.

대충 이런 정도로 정리되는 내용이다. 독자여러분의 느낌은 어떠한가? 흥미성을 강조하는 가십성 기사의 특징을 감안해도 이 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김 위원이 노인들을 일일이 인사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정 기자 기사내용을 보면 지역 노인들 모두를 찾아뵙고 일일이 허락을 받으라는 말처럼 들린다.

정 기자가 취재 의도에 이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담고 있었다면 정 기자는 조선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효의 중요성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이 기사의 흐름대로라면 김 위원은 공복의 입장에서 지역 노인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 유권자 모두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한다.

이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얘긴지 알 수가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더욱 심하다고 느껴지는 건 어째서 이 일이 김 위원의 효행심까지 연결되며 또 이 일로 인해 김 위원이 군수에 당선되더라도 직분 수행이 원할치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로 몰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논리의 비약이 아니라 차라리 왜곡에 가깝다. 정 기자의 이번 취재 배경이 궁금해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정 기자는 "배정된 기사량에 쫓기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괜히 썼다"는 후회감을 내비쳤다. 정 기자 스스로도 잘못된 기사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라면 이제 중부매일신문의 깔끔한 뒤처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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