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숙 칼럼>한국 불평등의 맨얼굴
<김유숙 칼럼>한국 불평등의 맨얼굴
김유숙 (사회투자지원재단 팀장)
상위 10% 소득 절반 가까이 차지
OECD 국가 중 불평등 구조 2위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4.10.10 12:45
  • 호수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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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s Database, 이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소득 상위 1% 인구는 전체 소득의 12.23%를, 상위 10% 인구는 전체의 44.87%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9개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따져볼 때 상위 1% 기준에서는 3위, 상위 10%에서는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집중도다. 이 수치들이 한국보다 심각한 국가는 영국과 미국뿐이다.

체감으로 느꼈던 우리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의 맨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경제개발 중심의 경제정책을 주장하던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불평등 구조의 시급한 개선을 위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KDI 유종일 교수는 최근 '사회경제평론'에 기고한 글에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윤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부자감세가 이뤄져 상위계층에 소득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2일 'OECD 국가의 소득불평등 심화 배경과 대응과제'라는 보고서에서 "OECD 회원국의 평균적인 소득 불평등 추이가 최근 20여년 간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히고, 소득불평등 심화가 경기적 요인보다는 구조적·정책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추정했다. 한국은행의 이번 보고서에서 불평등의 심화 배경으로 △저임금 서비스 부문의 확대를 비롯한 산업구조 변화 △노동시장의 안정성 저하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 △기업의 보수적 경영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 약화 등을 꼽았다.

장하상 고려대 교수는 이 같은 불평등 구조가 계속 악화돼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상황에까지 가는 것을 피하려면 한국 자본주의를 '고쳐 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제안하는 지향점은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다. 기업 이익 중 가계로 분배되는 몫이 커져야 하고,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하며,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은행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적인 위기의식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부자세율을 감소하고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간접세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올린다는 담배가격의 인상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올려야 한다는 자동차, 주민세, 모두 서민 증세다.

복지와 사회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국가 예산이 필요하다. 국민들도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서적 함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증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칙이 있다. 소득 많은 사람이 먼저 부담해야 하고 직접세부터 먼저 부과한 뒤 간접세 순으로 순차적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조세 제도를 통해 국가는 재분배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반대로 가고 있다. 노동시장의 안정성도 최악이고 산업구조는 저임금 서비스 부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산업구조에 부채질을 하듯이 국가 정책이 재분배를 악화시키고, 부자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만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순환경제를 만들고, 안정적인 일자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저소득층의 자산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사업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수많은 경제 석학들이 제안하고 있는 불평등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들. 우리 사회에서 지지 받고 있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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