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 칼럼>담배값 인상으로 본 옥천군의 살림살이
<하승우 칼럼>담배값 인상으로 본 옥천군의 살림살이
하승우(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4.10.02 10:36
  • 호수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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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앙정부는 2015년 1월부터 담배값을 평균 2천원 인상하고 그 후에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담배값을 계속 올리겠다는 '종합금연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 대해 정말 시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거냐, 세금을 더 많이 걷으려는 꼼수가 아니냐, 부자들의 세금은 깎으면서 서민들의 세금만 더 걷는 것 아니냐, 여러 반응들이 있다.

세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사업을 위해 걷는 돈이므로 시민의 합의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니 얼마를 더 내는가라는 금액보다 중요한 것이 정책추진의 근거와 그것에 대한 시민의 합의(정책의 정당성)이다. 담배값 인상 역시 정부가 추진 근거를 설득하며 시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인데, 그런 과정이 부족하거나 없었다. 설령 금연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도 담배값을 인상할지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을 제한할 건지에 관한 생각이 다르고, 인상한다면 얼마를, 어떻게 인상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물론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도 다른 이유로 담배값 인상을 반대할 수 있다.

시민이 아니라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담배는 지방정부의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이다. 담배 한 갑에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이 부과되어, 2천500원 담배의 경우 1천550원이 세금이다. 예를 들어, 옥천군의 2014년 예산서에 따르면 지방세 수입은 172억 2천만원이다. 지방세 수입 중 자동차세 수입이 가장 많은 69억원, 지방소득세 37억 3천만원, 재산세가 30억 7천만원, 담배소비세가 30억원이다. 옥천군청 입장에서 보면 담배는 자동차, 소득세, 재산세 다음으로 중요한 수입원이고, 흡연자는 지역재정에 이바지(?)를 해왔다.

비록 옥천군의 전체 재정수입에서 지방세 비율이 5.38%에 불과하지만 이 돈은 옥천군이 깨알같이 쓸 수 있는 자체예산이다. 여기에 정부재산을 임대하거나 상수도, 하수도, 쓰레기봉투 등으로 걷는 세금 외 수입 약 124억원도 옥천군의 자체적인 사업비용이다.

언뜻 보면 담배값이 인상되니 옥천군의 재정도 늘어날 것 같다. 하지만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중앙정부는 담배값을 인상하면서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며 세금비율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상된 담배 가격 4천500원을 기준으로 볼 때 국세 비율은 38%에서 56.3%로 높아졌고, 지방세 비율은 62%에서 43.7%로 낮아진다. 그래서 서울시는 담배값 인상으로 2015년 지방세 수입이 196억원이나 감소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옥천군은 어떤 입장일까?

이번 담배값 인상으로 중앙정부는 약 2조원의 세금을 더 걷지만 지방정부는 그나마 있던 세금마저 빼앗긴 셈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2 정도 되는 한국에서, 지방세를 통해 자체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의 눈치를 보며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담배값 인상은 옥천군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옥천군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방식이다. 그래서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9월 15일 담배세에서 개별소비세를 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내가 내는 세금이 돌고 돌아 우리 삶과 지역에 필요한 곳에 쓰이는데, 국세로 들어간 돈은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앞으로도 물가는 계속 오르고 세금도 덩달아 오를 예정이다. 이미 정부는 주민세를 2배 이상, 영업용 자동차세도 3년에 걸쳐 100% 인상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영주차장 요금과 과태료 등도 인상될 예정이다. 그동안 묶어놨던 지방세를 인상시켜 지방재정을 확충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인상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중앙정부가 4대강 사업이나 각종 개발사업에 엉뚱하게 쏟아 부어온 예산을 합치면 지방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능히 채우고도 남는다. 세금을 더 걷고 싶다면 이미 걷은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당성을 인정받는 게 먼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만큼 군에 당당하게 요구하는 목소리도 늘어나야 한다. 예산이 부족해서 못한다고 공무원이 대답하면 우리가 이만큼 세금을 더 냈으니 적어도 요만큼은 더 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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