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칼럼>소로우의 월든호수와 4대강
<김삼웅 칼럼>소로우의 월든호수와 4대강
김삼웅(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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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19 11:34
  • 호수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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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해 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 1817 ~1862)가 살던 곳을 찾기 위해 택시로 보스턴을 떠났다. 월든호반에 그가 손수 지은 통나무집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미국식 문명을 거부하고 비대한 정부권력에 저항하면서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한 미국의 야인 소로우의 통나무집은 윌든 호수가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통나무집은 원형 대신에 복원한 것이라는 안내문에서 다소 실망했지만, 집이 문제가 아니라 주위 환경 특히 그가 명상을 하며 즐겼던 윌든 호수는 옛모습 그대로였다. 소로우는 28세이던 1845년 3월말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윌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기 시작해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완성하고 입주하였다. 이 집은 폭이 10피트, 길이 15피트, 8피트(1피트는 30.48센티미터)짜리 기둥들로 지어졌다. 총 비용이 29달러였고 나머지는 모두 소로우의 노동으로 이루어졌다고 안내문에 씌여 있었다.

소로우는 이 집에서 2년여 동안 살았다. 손수 개간한 땅에서 심은 콩이 주식이었으며, 윌든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가 부식이었다. 이같은 식생활로 1년에 생활비가 9달러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그는 사색을 깊이 했고, 본연의 자신으로 들어가 순수한 언어와 행위의 문인이 되었다. 이러한 경지에서 쓴 책이『숲속의 생활』이다. 작가의 진수가 담겼다. 그는 윌든호수를 너무 사랑했다. 매일 새벽에 목욕하고 호수를 바라보며 명상하였다. 호수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였다. 물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동양적인 신선이 되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월든 호수를 찬양한다.

"수많은 세대를 지나면서 수많은 종족이 이 호수의 물을 마시고 이 호수를 찬양하고, 이 호수의 깊이를 상상하면서 지나갔을 것이다. 아마도 아담과 하와가 낙원에서 쫓겨나던 봄날 아침에도 물위에 수많은 오리떼와 백조들이 호수의 깨끗함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소로우는 자연주의자다. 세상의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소비를 줄이며 살았다. 러시아의 톨스토이, 인도의 간디, 일본의 우찌무라 간조가 그를 스승으로 삼았다. 한국에서는 함석헌이 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렇다고 '자연주의자 소로우' 가 그의 진면모는 아니다. 이에 못지않게 저항인으로 살았다. 특히 미국의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다가 투옥되기도 했다. 『시민불복종』에서 "가장 좋은 정부는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라는, 자연을 사랑하면서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 소로우다. 4대강을 망치면서 '친환경'을 내세우는 사람들과 격이 다르다. 자연은 후손에게 물려줘야하는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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