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미의 아름다운 동행>우리도 소비자다
<임경미의 아름다운 동행>우리도 소비자다
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4.08.29 11:14
  • 호수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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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옥천 곳곳에 크고 작은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개인적으론 싫지 않은 현상이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항상 기대를 하게 된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든 집이든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이 많아질거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내 예상과는 너무도 달리 빗겨간다. 들어서는 빌라마다 어김없이 서너개의 계단위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넓고 큰 식당들은 없어도 될 법한 계단을 설치하고 테이블석은 전혀 없이 좌식석으로 배치하고 있다. 그 작은 턱 하나가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이렇듯 식당문턱에서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가로막고 있다. 새로 지어진 건물들은 편의증진법을 지켜야한다. 그래서 알아보았다. 그런데 건물주의 생각인지 건축업자의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으로 똑똑한 것 같다. 어떻게 숫자하나로 법을 그리 잘도 피해가는지.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이다.

최근 센터 사무실 가는 길에도 고급빌라와 제법 큰 이름있는 갈비집이 생겼다. 개업기념으로 아주 통(?)크게 일주일동안 시원한 냉면을 아주 친절하게 반값으로 판매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에겐 화중지병이다. 이렇듯 일상의 삶에서 희망과 절망은 수시로 다가오곤 한다. 멀리 또는 가까운 지인들이 찾아와 식사라도 함께 하려면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기 보다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고민고민 하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체념하듯 음식배달책자를 들고 전화기 숫자버튼을 누르게 된다. 아주 가끔 이러한 일들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늘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런 상황에 이제 이해의 한계가 느껴진다. 장애인이 쓰는 돈은 돈이 아닌가? 같은 돈을 사용하는데 왜?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법을 강화하면 개선될 수 있을까? 수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무리 법을 강화한다 하여도 법을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겐 빠져나갈 구멍만 보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조금만 깊이 생각하고 멀리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편해질 것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젊은 여성들도, 아이들도 계단보다는 평지가, 바닥 보다는 의자가 편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단과 좌식을 고집하는 건물주들의 생각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하려 노력할 것이다. 어쩌면 정말 몰라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말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소리 높여 말하고 싶다. 장애인도 똑같은 소비자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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