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다시 펜을 벼리며
<편집국에서>다시 펜을 벼리며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4.08.29 11:14
  • 호수 12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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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군수의 민선 6기가 출발부터 크게 휘청이고 있다. '이제는 경제다'를 내걸고 야심차게 밀어붙인 주요 공약들이 취임 100일도 안돼 하나, 둘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무런 감동과 기대를 주지 못한 민선 6기 첫 인사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부 조직개편 등이 맞물리면서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 군수는 지난 6월 당선 직후 옥천신문과 만나 '두 가지 전략으로 민선 6기 경제 자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른바 투트랙(양방향) 전략으로 명명한 계획은 언뜻 보기에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과 굵직한 경제 사업 3가지(힐링1번지, 군서도시첨단산업단지, 옥천제2의료기기단지)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당시 '민선 5기 때 내세운 것이 주민자치 1번지와 10만 자족도시였다. 여기에 맞춰 사업을 구상했다. 주민자치 1번지는 기본 틀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본다. 10만 자족도시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것이 경제 부분'이라는 말로 민선 6기가 경제에 매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불과 석달 사이 김 군수의 공약은 거짓말과 허언에 불과한 신기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직접 옥천을 찾아와 약속했고 박덕흠 국회의원과 김영만 군수가 줄기차게 써먹은 '대한민국 힐링1번지'는 사실상 6.4 지방선거 전에 기획재정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옥천군은 선거를 한달 여 앞둔 지난 4월, 힐링1번지 조성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요구서를 제출했지만 기재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김 군수는 이를 알고도 모른척 선거는 물론,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태연히 힐링1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군서도시첨단산업단지 역시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음에도 김 군수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린벨트 등으로 오랜 개발제한구역에 묶여있던 주민들은 대규모 산업단지로 상상되는 개발행위 제한에 마음이 들뜰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김 군수에 대한 지지로 일정 부분 연결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최종적으로는 공약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안된다는 거 끝까지 한다고 거짓말 할 수도 없어서 장기적 과제로 남기고 100대 사업에는 빠지게 됐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이 말 속에는 본인은 마지막 순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항변이 깔려 있지만 한두 마디 해명으로 오랜 시간 누려온 정치적 이득이 상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6.4 지방선거 핵심공약이었던 태양광 발전은 800억원대 대형 사업에서 5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업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사업 내용도 당초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전혀 달라졌다. 당초에는 9개 읍면 주민자치위원회와 옥천군 전체 마을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마을당 2천만원, 주민자치위원회당 2억원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어마어마한 사업비와 함께 실정법상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어 애초부터 '추진불가' 의견이 많았다. 결국은 공공청사와 경로당 등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특색없는 사업으로 후퇴했다.

이제 김 군수의 '허술한 투트랙 경제론'을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옥천제2의료기기단지 사업 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이마저도 옥천군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옥천군이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만 가지고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합리적 의심이 의회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4개의 핵심 공약 중 3개가 허무하게 사라진 지금, 아마 김 군수는 남은 4년을 옥천제2의료기기단지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이제는 경제다'는 말을 믿고 찍어준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뭔가 하나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이 앞으로 4년간 김 군수를 괴롭힐 것이다. 이는 사업 성공을 위해 그만큼 김 군수가 절차와 상식에 반하는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옥천신문이 펜을 더 벼려야 하는 이유다. 주민들 역시 헛된 공약에 속았다는 자책은 접어두고, 4년 뒤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이제부터라도 더욱 눈을 반짝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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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jung 2014-09-03 13:16:42
군수 취임 100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4가지 주요 핵심공약중 3가지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그런 공약을 한 김영만군수의 도덕성을 심히 의심치 않을 수 없다.재선인 군수가 공약을 내걸때 그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예측치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알면서도 버젓이 공약으로 채택 이용했다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