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 칼럼>진짜 주민 자치 1번지를 위한 조건
<하승우 칼럼>진짜 주민 자치 1번지를 위한 조건
하승우(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4.08.22 13:04
  • 호수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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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으로 이사를 올 때 가슴이 설렜다. '대한민국 자치 1번지, 주민이 만들어가는 옥천', 얼마나 멋진 말인가. 강의 때문에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자치 1번지라는 말을 내건 곳은 없었다. 내가 사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기뻤다.

자치 1번지이니 뭔가 다르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밖으로 알려진 옥천신문,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옥천살림, 옥천순환경제공동체 등의 활동도 있으니 자치 1번지에 맞는 삶을 기대했다. 내부의 힘이 있으니 외부에서 실행중인 주민참여제도들이 당연히 활성화되어 있겠지, 주민들이 자치를 완성해가겠지, 기대했다.

그러나 옥천군의 실제 상황은 좀 다른 듯하다. 대표적인 주민자치사례로 알려진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옥천군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45명 이내로 구성되는 참여예산주민위원회가 자치행정, 농산개발, 복지문화 등 3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고, 민간경상보조, 민간행사보조, 민간자본보조, 사회복지보조, 시설비 등 5개 분야 사업을 심의하며 삭감이나 증액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예산편성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듯하다.

그렇지만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취지는 예산을 투명하게 합리적, 효율적으로 편성하는 재정민주주의만이 아니라 행정의 권한을 주민들과 공유하며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참여민주주의에도 있다. 그래서 일단은 지방정부의 예산편성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주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다른 지역들에서는 분과위원회가 부서별 요구액이나 전체 예산을 심의하고 일반회계 예산 중 자체사업 전반을 다루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한다. 지역회의나 전체회의를 공개해서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지역을 돌며 예산설명회와 예산학교를 개최한다.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에는 청소년 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자치 1번지라면 다른 지역보다 더 앞서 나가야 할 텐데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렵다.

옥천군청 홈페이지의 [참여옥천]이라는 카테고리를 봐도 그렇다. [참여옥천]이니 주민참여와 관련된 여러 정보와 방법들이 빼곡해야 할 텐데 그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군민참여코너', '민원상담', '공직자 부조리 신고', '옥천군 살림살이'까지는 연관성을 찾을 수 있지만 '정보화교육', '자유게시판', '칭찬합시다' 등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참여해야 할까?

사실 [참여군정]에 있음직한 '행정정보'와 '정보공개', '실과소별 안내' 등은 [깨끗한 군정] 카테고리에 있고,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실과소별 부서시책자료실은 종합민원과와 환경과를 제외하면 비어있거나 외부와 링크되어 있다. '정보공개' 업무추진비에서 군수, 부군수의 업무추진비는 올 1월까지만 자료가 올라오고 2월부터 7월까지의 자료는 군정소식 공지사항에 올라와 있다. 자료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거나 축적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고 정보가 공유되는 건 아니다. 적절히 모으고 주민 눈높이에 맞춰 가공해야 참여를 위한 정보가 될 수 있는데, 옥천군은 구호만큼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군의 중요한 사업들은 일방적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충북개발공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제2의료기기산업단지조성사업'에 관한 타당성조사 용역보고서는 이미 작성이 끝났음에도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군의 재정이나 발전방향과 관련된 중요한 사업인데도 말이다.

지금 당장의 현실로만 따지면 옥천군의 자치욕구는 여전히 목이 마를 듯하다. 옥천군이 자치 1번지에 걸맞는 과감하고 폭넓은 주민참여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 방법이나 사례들은 국내에도 이미 많이 있다. 군청의 의지만 있다면 옥천군에 닥친 여러 위기들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새로 작성되는 종합발전계획이 외부 전문기관에 일방적으로 맡겨지지 않고 주민들이 함께 작성하고 추진되면 어떨까? 이 과정에서 큰 의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옥천군의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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