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미의 아름다운동행>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세상
<임경미의 아름다운동행>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세상
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4.07.25 14:00
  • 호수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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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광화문농성장 1박 2일 지킴'을 하기 위해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이번 서울행 기차안은 두 명의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여성 활동가들이 함께하여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장애여성 활동가들은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다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고 장애를 가진 후 긴 여정 길을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 하는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장애인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어려울뿐만 아니라 기회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기에 KTX를 탄 것도 처음이라는 그녀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한 활동가가 뜬금없는 질문을 해 웃음이 나왔다.

기차가 급정거 하면 휠체어에서 떨어질 수 있는데 어떡하냐는 질문에 "기차가 급정거 하면 여기 모든 승객이 다 위험하다. 그러기에 기차는 급정거 하지 않는다. 만약 급정거 하면 그건 사고다."라고 말해주고 승무원에게 사람 수 만큼 생수를 달라고 부탁하니 본인 것은 가져왔으니 돈 쓰지 말란다. 웃으며 무료라고 하니 왜? 무료냐? 장애인이라 무료냐? 묻는 그녀를 보며 KTX를 탄 모든 승객에게 무료로 지급된다 하니 밝은 미소를 지으며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며 "나 촌티나지?" 하며 웃는 그녀를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다.

불과 몇 년전 나 또한 30년만에 처음 저상버스를 혼자서 타고 요금을 내면서 영수증을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누구나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장애인들에게는 어렵게 다가온다.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접근을 어렵게 하여 분리하고 배제한다면 이러한 웃지 못할 일들이 계속해서 생겨날거라 생각된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다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농성장에 도착. 두 활동가들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목소리 높여 외치며 길 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서명을 받았다.

10년만에 그녀들은 열정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 켠에 이름 모를 울컥함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지난 2012년 8월21일 13시간의 사투 끝에 자리 잡은 광화문농성장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친지도 오늘로 700+5일째다. 지난 시간동안 대선후보들로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완화' 공약을 받아내기도 했고 차별받고 가난한 이들의 연대의 자리로 광화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농성장 안에 영정들이 하나, 둘씩 늘어 이제 9명의 영정이 들어서는 동안 동지들을 잃은 슬픔도, 끝나지 않은 죽음에 대한 억울함도 있었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이 나라는 문을 두드리며 이야기 하여도 듣지 않으려 한다. 많은 사람이 죽고 또 죽어가도 외면하고 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광화문농성 2주년이 다가온다. 누군가는 이 자리를 불법단체들이 공공시설을 불법 점유했다고 부르기도 하고 지저분한 시설물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이 자리는 의지의 공간, 간절함의 공간, 눈물과 기쁨의 공간,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장애와 가난한 사람들을 옥죄는 악법을 폐지하기 위해 100만인 서명을 받아야 하고 300여명의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1천만인 서명을 해야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참으로 참담하지만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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