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스포츠 전도사 이미선.이충현 모자
댄스스포츠 전도사 이미선.이충현 모자
함께사는 세상 [35]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1.05.19 00:00
  • 호수 5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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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스포츠 이미선, 이충현 모자의 다정한 모습.
「(전략)세상의 교육가 부인도, 관공리 부인도 은행회사원 부인도 모두 요리집보다는 차라리 딴스홀에 그 남편이 출입함을 원할 것이외다. 어찌 원하고만 있으리까. 명랑하고 점잖은 사교 딴스홀이면 부부동반하여 하루저녁 유쾌하게 놀고 올 것이 아닙니까. (중략)

어쨌든 하루속히 서울에 딴스홀을 허락하시어, 우리가 동경갔다가 `후로리다홀'이나 `帝道'(제도) `日米'(일광) 홀 등에 가서 놀고 오는 것 같은 유쾌한 기분을 60만 서울 시민들로 하여 맛보게 하여 주소서」

위 글은 일제의 강제점령기 중 발행되었던 대중잡지 `삼천리' 1937년 1월호에 실린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는 글의 일부분이다. 레코드회사 문예부장, 기생, 영화배우, 다점 마담 등 당시로는 사고가 개혁적이었던 신여성들의 공동 기명으로 당시 일본인이었던 三橋 경무국장 앞으로 올린 공개 건의문 형태의 글이다.

`풍기 문란을 조장한다는 인식에서 허락할 수 없다면 왜 술주정뱅이를 넘쳐나도록 만드는 시내의 카페는 허가를 내 주었느냐'는 나름대로의 타당한 주장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1920년대 후반에 이 같은 당찬 주장이 나왔음에도 반세기가 지나도록 댄스는 가정주부들의 불륜과 타락을 일으키는 전염병과도 같은 사회악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볼룸댄스에 스포츠 요소를 가미한 댄스스포츠가 그 운동성과 사회성,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로서의 요소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인정되면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야 자기자리를 잡지 못하고 타락의 열쇠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받아왔던 무도(舞蹈)가 제 위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고장도 댄스스포츠의 붐을 일으키기 위한 작은 몸짓이 시작되었으며 그 몸짓에 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옥천에 댄스스포츠 씨앗 뿌리는 이미선씨
이미선(41·옥천읍 마암리)씨는 요즘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삼양초등학교를 찾아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위해 모이는 40여명의 주민들을 지도한다. 또 이원중학교와 옥천여중에서도 특기적성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댄스스포츠를 가르치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우리 고장의 댄스스포츠 열기의 한 가운데에 바로 이미선씨가 서 있는 것이다. 이씨가 댄스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9년 3월이었다. 생활체육 에어로빅 교실에서 수강을 하던 중에 전국적으로 붐이 일기 시작했던 댄스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대전대학교 외국어정보화사회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배우면 좋잖아요. 제가 먼저 배우고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인 접근의 기회를 빨리 주면 그만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댄스스포츠에 대한 매력을 이제는 주민들도 이해를 하기 시작한 것 같아 이미선씨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특히 자신이 먼저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삼양초등학교에 나와 배운 것을 다시 연습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댄스스포츠를 하면 자세도 교정되고 연세 드신 분들도 새로운 인생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잖아요.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격이 밝아지고 그를 통해 가정이 화목해 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앞으로도 많은 주민들에게 이렇게 좋은 `댄스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것이 이미선씨의 바람이다.

▶애인같은 아들 충현이와 함께...
댄스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지니고 있는 이미선씨의 곁에는 애인같은 아들 이충현(옥천상고 1)군이 함께 있다.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자신의 적성을 찾아 마음껏 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는 충현이에게 `댄스스포츠'를 접하게 해 준 것 역시 어머니 이미선씨다.

"혼자 댄스음악 듣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댄스가수들을 쳐다보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니까 소질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키게 된 거죠."

적성에 맞지 않는 길로 접어들어서 평생을 후회하고 아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어머니 이씨는 자신의 적성을 찾은 충현이가 자부심을 갖고 선택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충현군의 아버지인 이병옥(42)씨도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이해를 해주는 든든한 후원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처음에 할 때는 설레기도 하고 남녀가 함께 하는 것이라 쑥스럽기도 했죠. 그래도 적성에는 잘 맞아요."

충현이는 댄스스포츠의 매력에 대해 `환상적'이라며 짧지만 강한 표현을 한다. 때로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연습에 투자하고 주말에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하루종일 연습을 하느라 발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위해서 또 댄스스포츠가 주는 매력에 취해 짜증을 부릴 겨를도 없다.

"일단 제 적성에 맞는 목표를 세웠으니까 열심히 해야죠. 댄스스포츠를 하면서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자신감도 생겼구요."

어렸을 때 이런 저런 학원을 다니면서 하기 싫어 도망 다니고 할 때와는 충현이의 태도가 영 딴판이라고 어머니 이씨는 얘기한다. 그만큼 자신의 신념이 가는 일에 대한 열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다.

▶국제대회에 서는 것이 `꿈'
충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종목은 모던볼룸댄스(스탠더드 댄스)의 왈츠(waltz)·탱고(tango)·퀵스텝(quickstep)·폭스트롯(fox-trot)·빈왈츠(viennese waltz) 등 5개 종목 중 왈츠다. 정적이면서도 우아한 멋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자신 있는 종목도 바로 왈츠다.

또 룸바(rhumba)·차차차(cha cha cha)·삼바(samba)·파소도블레(paso doble)·자이브(jive)로 구성되는 라틴아메리카 댄스 부문에서는 온 무대를 누비며 맘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삼바를 가장 좋아한다.

"관련 있는 학과로 대학을 진학해서 국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일찍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흥겹게 매진하고 있는 충현이와 자녀에게 그런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한편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이미선씨. 두 사람의 모습에서 신선한 정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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