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칼럼>도깨비방망이와 정의
<김삼웅 칼럼>도깨비방망이와 정의
김삼웅(전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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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1 11:57
  • 호수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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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산다. 과학ㆍ경제발전으로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많은 것을 잃었다. 우리가 상실한 품목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정의(正義)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몇해 전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저자의 나라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이변이 일어났다 . 얼마나 정의에 목말랐으면 외국인의 책이 돌풍을 일으켰을까. 자유ㆍ생명ㆍ인권ㆍ복지ㆍ평화 등과 함께 정의는 인간의 기본가치에 속한다. 더욱이 문명사회에서 정의는 핵심가치가 된다. 정의가 없는 사회란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가 없는 권력은 강도집단" 이라 하였다. 동물의 세계는 양육강식만이 존재한다.

문명사회의 기본이고 법치주의의 핵심인 정의가 한국에서 실종한지 오래다. 사석이나 공석에서 '정의'를 말하면 물정모르는 사람, 약간 덜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 정의 대신에 '적당히' 나 '요령껏' 이 처세술이 되고, 그런 사람이 앞서간다.

국무총리에 지명됐던 전직 대법관은 전관예우라는 비법으로 1년만에 15억원을 챙기고 어느 장관은 몇 달 자문료로 1억원을 받았다. 박근혜정부 2기 각료 지명자 대부분이 불법, 탈법 부도덕의 상징들이다. 어떤 후보는 군대에 가서 복무하는 대신 석ㆍ박사 학위를 받는 특혜를 누리고 어떤 인물은 제자들을 동원하여 논문을 쓰거나 아예 제자 논문을 베껴 돈벌이를 하였다. 또 어떤 분은 별장 정원 잔디밭에 고추 모종을 옮겨 심고는 농경지라고 우긴다.

부동산 투기, 탈세, 논문 표절, 군입대 기피, 위장전입 등 정부고위층 인사 대부분이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정보기관 후보자는 '차떼기' 정치자금의 중책을 맡았다하고 결국 낙마한 총리 후보자는 일제식민지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고, 민족성이 게을러서 하나님이 심판한 것이라는 망언을 했다.

일부 언론과 기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이를 비판하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종북좌파라고 몰아친다. 언론의 정론정신과 기독교의 신앙심은 사라지고 패거리 심보만 활개친다.

과연 우리 사회에 정의는 존재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어째서 저런 인물들만 골라서 총리와 장관후보자라고 내세우는가. 한국보수세력은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하고 논문을 쓰고 돈을 모은 사람이 없고 불법ㆍ탈법ㆍ부도덕적으로 살면서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른 사람들뿐인가.

이승만대통령이 친일파들을 중용하고 반민특위를 해체하여 민족정기를 훼손하고, 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자들이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사회정의를 짓밟으면서 정의의 가치가 실종되었다. 또 총독부를 모체로 하여 군사정권의 모유를 먹고 성장한 보수언론이 몸집을 키워서 여론을 좌지우지한다. 정의가 설 땅이 없어졌다.

전두환은 광주시민을 학살하면서 '민주정의당'을 만드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이명박은 4대강을 파괴하면서 '녹색성장' 이란 명분으로 22조원의 예산을 퍼부었다. 박근혜대통령은 '경제정의' 공약을 내세우고는 재벌과 기득세력에게만 '규제철폐' 라는 이유로 특혜를 준다.

지난해 국민소득(GNP) 이 2만5천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3인가구로 치면 가구당 평균 7천500만달러, 한화로는 3인가구 연평균소득이 7천5백만원이 되어야 한다. 지금 농민, 도시 서민들의 소득수준은 얼마인가. 지난해 월 소득 139만원 미만 국민이 1천만 명에 육박하고, 상위소득 1%가 국부의 24%를 차지하는 위험사회가 되었다. 위가 무겁고 아래가 가벼우면 침몰하는 것은 세월호 뿐만 아니다.

우리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실종된 정의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양심과 정직이 설땅을 잃고 불법과 비양심과 기회주의의 도깨비방망이가 활개치는 사회로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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