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1년을 돌아보며"
"농촌의 1년을 돌아보며"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89.12.16 00:00
  • 호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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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벼 수매량이 20가마밖에 안돼 1천여만원 되는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지난 1일 『수매량을 늘려 달라』며 한 농민이 차가운 낙동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간 농촌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노라면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흙만을 의지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순박하기만 한 그들.

그러나 갈수록 부채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날 수 없는 그들. 시간을 거듭할수록 경제 수준은 높아만 가는데 왜 농촌만은 퇴보의 길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고추값 파동, 소값 파동, 돼지값 파동 등…. 김장철을 맞아 배추, 무값마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고 보면 그들의 아픔은 이제 그 어디에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지원, 육성해오던 농어민 후계자들까지도 정부의 농정책을 항의하고 나섰다.

선진국 돌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공업화 위주의 성장정책이란 미명하에 갈수록 매몰되어 가고 있는 「농자천하지대본」은 이제 먼 옛날의 추억에 불과할 뿐이다. 요즘들어 사회문제로까지 파급되고 있는 농촌현실은 참으로 막막하기만 하다. 아무리 땀을 쏟아가며 일해본들 빚만 가중되고 있는 우리의 농촌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추곡수매가 하나 제대로 결정을 보지 못한 채 5공 청산이니, 골프회동이니, 떠들어 대고 있는 정치가들의 작태에 더한층 한심함을 금할수 없다.

그들이 밭에서 그대로 썩어가고 있는 배추·무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아직도 벼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쌀나무로 인식되고 있는 도회지에서 자란 젊은이들에게는 농촌이 아마도 한폭의 그림으로 밖에 보일 수 없을게다. 지난 7일 상공부는 농축산물, 주류 등 84개 품목을 포함, 총98개 품목을 내년 1일부터 수입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다가오는 97년 이후부터는 농축산물의 모든 품목을 완전 개방할 것이라는 예정이고 보면 앞으로 농촌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해와는 달리 89년에는 정부의 농정책에 그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며 그 몫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집단 행동으로 표출되기에 까지 이르렀다. 아무리 유리한 대출조건이면 무엇하나. 땀흘려 일해 본들 빚만 누적돼온 것이 농촌의 현실인 것을…. 차가운 바람속에서 어느 덧 89년도 저물어 간다. 세상은 세태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다. 그 변화에 합류하지 못한 채 역류만을 거듭해 온 농촌의 아픔은 일시적인 대책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

그간 형식적인 미봉책으로 그들을 달래온 것이 농정책의 실체였음을 감안할 때 이제는 보다 근원적인 농업구조의 개선책을 제시, 그들이 희망을 안고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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