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주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4)>산업단지 분양만 되면 성공? 이제 옛말!
<기획-주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4)>산업단지 분양만 되면 성공? 이제 옛말!
12년간 유치 논란 끝에 생태산단 전환한 서천군
산단 건설 이전부터 주민 합의와 요구 담아내야
  • 권오성 기자 kos@okinews.com
  • 승인 2014.04.25 11:01
  • 호수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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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특별기획-주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

▷ 1회: 선거 목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정책
▷ 2회: 민관협력 3.0, 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공직사회)
▷ 3회: 안정적 판로확보가 앞으로의 농정목표(농업)
▶ 4회: 산업단지, 분양만이 능사 아니다(산업단지)
▷ 5회: 지역만의 장기적 인구정책이 해답(인구)
▷ 6회: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주택난 해결(주택)
▷ 7회: 수변문제, 제한을 기회로 전환해야 할 때(대청호)
▷ 8회: 주민이 사랑하는 옥천이 진짜 사랑받는 옥천(문화관광)
▷ 9회: 기업정책은 이제 그만, 노동자 정책 나와야(노동)
▷ 10회: 지방정부와 사회적경제는 공동생산 파트너(순환경제)
▷ 11회: 주민 토론회

산업단지는 기업 입주를 직접적으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우리고장을 비롯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지역개발 사업이다. 산업단지를 만들면 기업이 입주하고 자연스럽게 고용증가와 인구유입, 세수증대를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리고장에서도 4개의 농공단지 외에 청산산업단지, 의료기기 산업단지가 만들어져 현재 분양 중이며, 49만㎡의 제2의료기기 산업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

그간 옥천군에서는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가 곧 지역발전'이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세수증대와 고용효과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조사된 바가 없다. 오히려 산업단지 건설과 기업 유치가 무조건 지역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표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일례로 옥천에는 다수의 택배회사가 들어왔지만 종사자 중 지역 주민은 10%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일당을 받는 임시직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기업유치가 곧 고용과 인구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옥천신문 2013년 12월20일자 '열고 보니 빈 깡통, '물류중심 옥천'' 보도 참조)

우리고장 산업단지 입주기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택배회사에 비해 정규직 숫자가 많지만 임금수준이 낮은데다 상당수 노동자가 외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자리가 옥천에 있을 뿐 거주지는 대전이나 청주다. 지역에 일자리가 늘어나도 지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일어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산업단지 유치와 분양에 집중하기보다 실제 지역경제와 고용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단지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행정을 포함해 누구도 시원한 답변을 못하는 이유는 산업단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서다. 산업단지가 유치되면 지역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추측 이외에 실제 지역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과정과 장기적 계획이 부실하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충남 서천군의 장항생태산업단지를 주목할 만하다. 장항생태산업단지 유치과정은 서천군에 있어 산업단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서천군 또한 초기에는 무작정 산업단지 유치와 분양에 열을 올렸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새만금 사업 무산으로 산업단지 사업 또한 좌초되면서 서천군 주민갈등과 피로누적이 극에 달하게 됐다. 이에 서천군은 산단 유치에 대한 찬반이 분분한 상황에서 산업단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거쳐 방향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오랜 논의과정 끝에 오는 5월 장항생태산업단지 착공을 앞두게 되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천군의 사례를 살펴보는 건 산업단지 추진여부와 과정에서 주민 합의와 장기적 지역경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점이다.

   
▲ 장항생태산업단지는 행정과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마련되었다. 서천군은 주택부지가 함께 개발되어 실질적인 인구유입과 경제발전 효과를 볼 수 있을거라 예측하고 있다. 사진은 조감도.

■ 새만금 사업 취소 대안, 장항생태산업단지

충남 서천군은 전북 군산시와 인접해있는 농어촌 지역으로 서해안 갯벌이 유명하며 상당수 주민들이 어업으로 소득을 올렸다. 1988년 노태우 정부는 갯벌을 매립해 9천54ha(2천739만평) 규모의 산업 용지를 만드는 새만금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금강하구를 마주 보고 있던 군산과 함께 군장국가산업단지 계획이 발표되면서 개발 붐이 일었던 것.

문제는 군산시의 경우 갯벌매립 후 산업단지가 들어서 2004년 완공된 반면, 서천군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문제가 야기된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 사업이 연기되었지만 이미 어업보상이 끝나 어민들은 갯벌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군산지역의 갯벌매립과 방파제 설치로 서천지역 갯벌 생태계가 교란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국가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측과 갯벌을 지키기 위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었다. 갈등 양상이 증폭되자 2006년 나소열 서천군수가 중앙정부청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중앙정부에 대책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유치한 게 생태산단과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건립이었다.

■ 산업단지도 지역 상황에 맞게 추진해야

   
▲ 홍성갑 미래전략사업단장

서천군이 생태산단을 결정하는데는 1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갯벌 매립을 둘러싼 주민 간 혹은 행정과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고 산업단지의 방향과 목적을 설정하기 위해서다. 서천군 미래전략사업단 홍성갑 단장은 처음부터 산업단지를 생태산단으로 할 계획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바다매입을 요구하는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되고 찬반 갈등도 많았습니다. 중앙정부에서는 새만금 규모를 계속 줄이다 결국 새만금 사업을 백지화했으니까요. 어민들은 물론 주민들 입장에서도 한다한다 하다가 안하게 되니까 이래저래 피해만 본 거죠. 서천군에서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무산된 국가산단을 대신할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했습니다. 국가가 해주는 게 아니니까 우리에게 맞는 산업단지는 어떤 식이 되어야 하느냐를 고민하게 된 겁니다."

주민들과의 논의가 진행되면서 산업단지를 포함한 지역의 경제방향에 대한 고민이 이뤄졌다. 지역에 농공단지가 두 개 존재하지만 사실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보니, 거대규모의 산업단지가 과연 효과를 거둘지에 관한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 것. 산업단지가 완성된 군산시가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점도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서천군은 큰 산도 없고 면적도 충남에서 가장 작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슨 방향을 정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됐고 결국 친환경농어업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자연히 산업단지도 생태산업단지로 바뀌고 단순 제조업체 대신 친환경 이미지를 지킬 수 있는 업종으로 추진 하게 되었고요."

   
▲ 2012년 완공된 국립생태원은 국가산업단지 무산 뒤 서천군의 대안사업으로 유치되었다. 국립생태원에서는 각종 생태체험과 연구가 이뤄진다. 사진은 생태원 홈페이지.

■ 산단 내 주택지 마련, 고용·인구증가 모두 잡아

서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는 오는 5월경 착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실 분양면적의 40% 이상이 주택단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업 종사자가 지역에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는 주민 의견을 정책으로 만들어 추진한 결과다. 총 2천300세대 규모로 아파트와 주택단지가 들어서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천500세대 규모의 아파트(이중 500세대는 임대형)를 올해 중 착공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인근에 상가와 학교를 만들어 완전한 정주여건을 만들겠다는 게 서천군의 목표다.

서천군은 국립생태원·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지역의 연구기관으로 활용해 생태와 해양산업 관련 업종을 생태산단에 유치하고, 두 국립기관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생태적 도시를 표방한 만큼 환경중심의 군 전략에 산업단지와 지역에 들어선 국립기관도 함께 활용한다는 종합계획인 셈이다.

   
▲ 최창근 정책기획실장

산업단지 유치와 관련한 큰 그림이 그려졌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주민 일부는 '생태'와 '산업'이 사실상 공존 불가능하고, 서천지역에서 산업단지 자체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생태라는 말이 붙었지만 생태산단이 기존 환경을 훼손하고 농지편입 등으로 농업의 축소를 야기한 점은 사실이다. 서천군 정책기획실 최창근 실장은 가능한 주민협의와 공론화를 통해 지역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 봤다.

"산업단지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그간의 논의결과로 나온 산업단지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친환경과 생태를 지역의 발전전략으로 삼은만큼 산업단지도 그에 맞는 전략으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 하는거면 생태적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지역주민의 고용이 우선시 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농산물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찬반 의견이 분분하고 오래 걸려도 주민과 논의해야 추진력이 생기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논의구조를 이어갈 겁니다. 농어업이 주산업인 서천에서는 산업단지도 지역 발전전략과 궤를 함께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논의를 통해 나왔습니다."

   
▲ 여길욱 위원
"산업단지가 원주민 피해 줘 선 안 돼"
여길욱 충남환경운동연합 위원

충남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위원은 서천군의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농어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새만금 사업과 군장국가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해온 주민이다. 새만금 사업 추진 당시 서천군 어민이었던 그는 당초 살던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사업과 국가산업단지 모두 어민들을 몰아내야 가능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결코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만금 사업과 국가산업단지에 비해 완화되긴 했지만 생태산단도 원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생태산단이 들어서면 농지를 잃은 농민이 생기게 마련인데 보상을 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기존 원주민의 삶에 피해를 줬으면 산업단지를 통해 당연히 주민들이 얻는 게 있어야지요. 서천군에서는 주민들의 고용을 우선하는 방법을 찾겠다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습니다."

여길욱 위원은 산업단지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되는 산업단지가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게되면 애초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주민의 요구를 수렴하되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거기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보통 산업단지 관련 설계용역이 끝나야 주민의견 듣는다고 하는데 이러면 성공 못합니다. 용역 하면 사업의 구조와 방향이 결정되는 거고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산단을 할지말지 검토할 때부터 원주민에게 도움 되는지 여부를 철저히 고증하고 검토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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