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농장 류호동씨
배다리농장 류호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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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2.08.08 00:00
  • 호수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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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은 눈물로 시작해 피와 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까요. 어디 한 번 가지도 못하고 매일매일을 묶여 있어야 하는 것이 축산입니다" 이미 시작한 지 15년이나되는 축산을 설명하는 류호동(30)씨, 이제는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청산면 장위리에서 배다리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농어민후계자 류호동씨는 부인 노경민(28)씨와 함께 우리 농촌을 지키려는 한 마음으로 새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류씨가 처음으로 젖소를 보게 된 것은 중학교 때이며 이것이 류씨를 축산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게 했다.

지금은 군북초교 교감으로 계신 아버지 류정수씨가 당시 교사로 있었음에도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들이 없었는데 어쩌다 가본 어느 집에서는 젓소를 두 마리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TV에다 냉장고, 피아노까지 갖고 있더라는 것이다.

'낙농이 이런 것인가'라고 생각했던 류씨는 본격적으로 성환에서 연암축산전문대학을 졸업, 축산 전문기술을 익힌 뒤 낙농에 뛰어들어 이제는 젖소 40두를 비롯한 각종 동물 9종류를 키우는 대농장의 주인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경기도내와 대관령에서 착실히 낙농기술을 익힌 류씨가 고향에 돌아온 것이 87년 1월, 86년 말 당시에는 소값파동의 여파로 우량종 젖소 1마리값이 30만원밖에 하지 않았고 2백80만원을 주고 좋은 젖소 9마리를 사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현재의 배다리 농장이 되었다.

소값이 폭락, 남들이 모두 낙농을 포기할 때 낙농을 시작했으니 집안에서 말리는 것은 물론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그 손가락질이 오늘날 젖소 40마리를 포함, 토종닭 2백마리, 말, 염소, 돼지, 토끼 등 9종류의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대농장이 된 후 그 어려웠던 날을 기억하게 해주는 증거물이 되었다.

류씨는 약 1만평의 농장에 1백평의 우사, 1천5백평의 운동장을 확보, 연간 1백5톤의 우유를 생산, 4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전업농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배다리 농장'은 주변환경과 조화된 최상의 조건으로 2천5백평의 사료작물포를 조성하고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해 가축들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소의 입장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관심만 갖고 소의 상태를 지켜보면 얼마든지 예방치료가 가능하거든요. 입장을 바꿔보면 소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을 수가 있어요" 이러한 정신으로 키운 류씨의 소는 지금까지 젖소에게 나타나는 가장 치명적인 병이라 일컬어지는 유방염 등에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다.

'축산은 피와 눈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류씨의 첫말과 같이 처음 목장을 시작할 당시인 87년에는 '젊어서 고생한다' 셈치고 웬만큼 기반이 잡힌 2년여동안 하루 3시간 넘게 잠을 자본 기억이 없다. 이렇듯 노력을 하자 처음부터 반대에 나섰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주말만되면 으례히 류씨의 농장으로 모여 함께 일하게 되었고 류씨에겐 큰 힘이 되었다.

물론 류씨에게 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1만평의 논농사와 1만2천평의 밭농사도 해야 할 몫이다. 면적이 넓은 만큼 트랙터 등 각종 농기계를 이용, 완전 기계화 작업을 하며 언제든지 생산되는 두엄을 비롯,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완전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해낸다.

가축농장으로 인해 별다른 시간을 낼 수 없는 류씨에게 이러한 농사는 '노동력을 덜 들이고 농사지을 작물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게 하는 시험장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을 뿐아니라 농약을 주지 않으니 다른 논과는 비교가 된다, 피나 잡초도 많고, 그래서 자기자신을 가르켜 '건달농사 짓는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보리, 옥수수, 호맥 등을 재배한 지난해 8백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가축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소화를 시키는 '배'와 지탱해주는 '다리'죠"라며 배다리 농장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는 류씨는 낙농, 양계, 양돈기사 자격증과 함께 인공수정사 자격증도 갖고 있어 주위의 가축질병까지 치료해주는 등 일반 축산농가를 지도하는 축산발전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스스로 세운 목표가 이루어지면 한우로 전환해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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